로맨스 영화는 두 갈래가 있다. 현실적인 매력의 작품과 판타지의 매력을 담은 것. 어떤 쪽을 더 선호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분명 모두 매력적인 영화가 될 수 있다. 6월 4일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새콤달콤>은 현실적인 로맨스에 집중했다. 20대 고단한 청춘들의 ‘찐’ 로맨스의 한 축에 배우 정수정이 있다. 정수정이 연기한 보영은 정규직 자리를 위해 며칠 밤을 새우고 일하는 비정규직 직장인이다. 힘들고 고된 시기지만 앞자리에 앉은 비정규직 동기 장혁(장기용)과 마주치는 눈빛은 점점 핑크빛이 된다. 6월 1일, 지난해 <애비규환>으로 장편영화 데뷔를 멋지게 치른 뒤 두 번째 영화를 선보이는 정수정을 만났다.


<새콤달콤>은 2019년에 촬영했다. 코로나19 시국 때문에 넷플릭스 공개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지난 2020년은 어떻게 보냈나.

예년처럼 똑같이 작품 활동했고, 드라마 촬영했다. 촬영 끝나면 해외여행 다니고 그랬는데… 못 갔다. 그 시간에는 다음 작품 준비하면서 개인적인 발전의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특별한 취미 활동이 있었나.

그냥 집에서 운동하고. (웃음) 뭘 많이 못 하니까 대본 보고. 주로 일했다.

<새콤달콤>의 출연 제안을 받고 시나리오를 봤을 때 어떤 점에 끌렸나.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이 영화가 리메이크작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원작 영화를 먼저 봤다. 그 영화가 신선했고 특이하다고 느꼈다. 이걸 한국 감성으로 풀어내고 이계벽 감독님의 연출이 묻어나면 어떨까 궁금했다. 내가 맡을 캐릭터도 어떻게 각색될지도 궁금하고 그랬다. 그러고 나서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원작과 느낌이 많이 달랐다. 좋은 쪽으로. 보영이라는 캐릭터가 더 매력적이게 보일 수 있겠다 싶어서 결정하게 됐다.

원작을 먼저 본 게 결정에 도움이 된 건가.

도움이 된 것 같다. 왜냐면 그걸 먼저 봤으니까 좀 더 상상을 하게 되면서 시나리오를 읽게 된 것 같다.

보영이라는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준비했던 게 있을까.

사실 시나리오상에서는 보영의 캐릭터가 많이 구체적으로 설명이 되어 있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런 고민을 했다. 어떻게 얘를 매력적으로 보여야 하지. 그런데 그런 걱정이 사라지게끔 현장에서 감독님이 완전 생명을 불어넣어주셨다.

(왼쪽부터) 장기용, 정수정

어떤 식이었나.

현장에서 리허설할 때라든지 내가 하는 행동들을 감독님이 포착해서 영화에 쓰는 식이었다.

평상시 모습들이 반영이 된 건가.

그렇다. 감독님이 평상시의 나를 주의 깊게 보셨다. 실제로 어떤 신에서는 대본에 없던 그냥 툭 던진 말을 대사로 쓰신 것도 있다. 그런 부분들이 재밌었다.

보영이라는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차가운 도시 여자 같다. 정수정이라는 배우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연기할 때는 어땠나.

마냥 도도하고 시크한 모습만 보였다면 보영한테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을 거다. 완전히 다른 모습, 내가 보여주지 못한 모습이 있기 때문에 보영을 연기하고 싶었다.

안 그래도 완전히 다른 그 모습에 대한 질문을 하려고 했다. 도도한 보영이 야근을 하기 시작하자 씻지도 않고…

아… 촬영할 때 진짜 냄새가… (웃음)

그 장면들을 보면서 현장의 상황이 궁금했다.

그러니까 감독님이 보영은 며칠 씻지 않은 설정이니까 머리도 기름지게 보이게 하라고 했다. 어느 정도 할 줄 알았는데… 갑자기 ‘수정아, 여기 케첩을 흘려볼까’ 이러고, ‘라면을 먹을 때 여자들은 머리카락이 입에 같이 들어가거나 그러지 않아’ 하면서 한번 해보자 그러고… 또 현장에서 내가 실제로 뭘 흘리면 그걸 보고 그렇게 똑같이 한번 흘려보자 하는 식으로 촬영이 진행됐다.

말하자면 애드리브로 만들어진 건가.

그렇다고 할 수도 있는데 결국 같이 만든 장면들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코믹한 장면 가운데 두 가지 인상적인 게 있다. 아까 얘기한 라면 먹다가 머리카락이 면발과 같이 입에 들어가는 것…

(옆에 앉은 스태프에게) 그런데 여자들은 그거 다 알지 않나? 물론 영화에서는 과장되게 이만큼을 했지만. 한 가닥 정도는…. (웃음)

또 회식 장면에서….

(한숨을 쉬면서) 아… 쌈장…. 그 장면도 감독님이 현장에서…. <새콤달콤> 현장은 늘 새로웠다. 감독님한테 ‘이렇게 정말 해요?’ 물으면 감독님이 ‘어…어, 그렇게’ 하면서 만든 영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재밌는 에피소드일까.

지금은 너무 재밌다. 아, 진짜 웃긴 건 앞뒤 장면의 연결이 맞아야 하니까 쌈장 묻힌 그 옷을 며칠을 입어야 했다는 거다. (웃음) 그래서 계속 페브리즈 뿌리고 그랬다. 나는 깨끗이 씻고 현장에 왔는데 나한테 너무 냄새가 났다.

힘들었겠다. 또 보영이 술 취해서 팀장이 쓰는 영어에 대해 뭐라고 하는 회식 장면도 인상적이다. 술에 취한 연기하는 건 어땠나.

진짜 멀쩡한 데 취한 척하는 연기는 어렵더라. 막 ‘하하하하하’ 이래야 하는데 나의 ‘텐션’은 그게 아니까. 그런데 신 자체가 재밌어서 깔깔거리고 웃으면서 했던 것 같다. 실제로 술을 먹고 해야 되나 싶었지만 그러지는 않았다.

영화 현장에서는 가끔 실제로 먹는다고 들었다.

그렇다고 하는데 술을 마시진 않았고 나름 취한 척 열심히 했다. (웃음)

연기가 자연스럽다는 인상을 받았다. <애비규환>에서의 연기도 그랬고.

감사하다. (웃음)

본인의 연기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완전히 캐릭터에 몰입하는 느낌은 아니다.

나도 물론 대본을 받고 캐릭터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다른 배우들처럼. 그리고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그게 답이더라. 혼자 계속하는 것보다 감독님이랑 직접 신 하나하나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고 논의하는 게 그 영화에 맞는 캐릭터를 형성할 수 있게 해준다. 너무 깊게 캐릭터 연구를 하기보다는 현장에서 대화 나누면서 그때그때 감정대로 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예전에 가수 활동을 하던 시절에 연기 연습을 했는지 궁금해진다.

가수 활동하면서 꾸준히 연기를 병행했다. 그때 조금씩 했던 게 지금 많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지금 이 작품도 마찬가지고 앞으로 할 작품 역시 10년 후에 도움이 될 거다. 그냥 그렇게 차근차근, 매 순간 열심히 하려고 한다.

미래의 얘기가 나오니 또 궁금해진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장르, 캐릭터는 뭔가.

너무너무 많다. (웃음) 로맨스, 멜로 장르는 많이 안 해본 것 같다. 액션 장르는 많이 해봤고. 가까운 미래를 가정해보면 해보고 싶은 장르는 정통 멜로?

좋아하는 로맨스 영화는 어떤 작품인가.

<비포 선라이즈>,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좋아한다. 이런 작품의 감성을 좋아하는 것 같다. 현실적이지만 담백한 느낌이다. 대사도 좋고.

주인공 두 사람이 쉴 새 없이 대화하는 <비포 선라이즈> 같은 작품은 영어 대사를 바로 이해할 수 있으면 더 재밌을 것 같다. 영어를 잘 못 하는데 그런 작품들을 볼 때 영어 공부할 걸 후회하곤 한다.

대사를 들으면서 자막을 볼 때 약간 어감이 다른 것들이 있다. 그런 부분은 아쉽긴 하다.

<새콤달콤>이 넷플릭스에서 공개하게 됐으니 재밌게 본 넷플릭스 콘텐츠도 추천 부탁한다.

최근에 본 드라마는 <퀸스 갬빗>이고, <빨간 머리 앤>도 좋아한다. 다큐 시리즈들도 다 좋아하고.

넷플릭스 많이 보는 것 같다.

넷플릭스 초창기 멤버다. (웃음) 이렇게 커지기 전부터 봤다. 미국에 있는 친구들 아이디로 보고 그랬다.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자유롭게 해달라.

<새콤달콤>을 보신 분들은 입소문을 많이 내주시고, 한 번 더봐주시면 더 좋겠다. 다시 보면 또 다른 해석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안 보신 분들에게는… 요즘 <새콤달콤>처럼 20대의 풋풋한 로맨틱 코미디가 없다. 보면 마음이 싱그러워질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

사진제공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