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 맥스>를 베낀 영화?
최근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영화입니다.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비주얼 컨셉을 그대로 차용해 만든 중국 영화 <매드 실리아>(疯狂希莉娅)가 온라인에 공개됐습니다. <매드 실리아>는 일종의 패러디 영화처럼 보이는데요.
전체 비주얼 컨셉을 그대로 따라서 만드는 것도 모자라 이야기의 핵심 소재마저도 일부 차용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단순한 패러디를 넘어 '가짜'의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제목인 '疯狂希莉娅'(풍광희리아)의 뜻을 대충 해석해보면 '미친 세상 속 희망의 여자'와 같은 의미인 걸 보니 영화의 줄거리가 상상이 되지 않습니까?
이렇듯, 명백히 아이디어를 '도용'할 뚜렷한 목적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영화를 '모크버스터' 영화라고 부릅니다. 'mock'(가짜)와 'blockbuster'(블록버스터)의 합성어이죠. <매드맥스>뿐만 아니라 <트랜스포머>나 <퍼시픽 림>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를 묘하게 베껴서 만든 영화들도 있습니다.
바로 <아틀란틱 림>, <트랜스모퍼>와 같은 영화들이 대표적인 모크버스터 영화입니다. 이들 영화를 지칭하는 용어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knock-off'(가짜)와 블록버스터를 합쳐 넉오프 무비(knock off movies) 혹은 노크버스터(knockbuster)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아이디어 도용? 패러디?
패러디나 오마주와 아이디어 도용은 뚜렷이 구분해야 합니다. 사실 둘의 차이는 미묘해서 구분하기 어려울 것 같지만, 신기하게도 그 결과물을 놓고 보면 큰 차이를 보이죠. 창작자의 양심의 문제이기도 하고요. 물론 창작의 영역에서 얼마든지 영향을 주고받으며 그에 따라 또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으며 작품을 만들어나가는 것이지요.
모크버스터 영화들의 경우에는 무조건 아이디어 도용의 사례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일단 새로운 것을 창작해내겠다는 목적보다는 워낙 유명했던 작품의 인지도를 마케팅에 이용해서 2차 판권 시장에서 한철 벌고 빠질 목적으로 만드는 영화들이긴 합니다. 그래서 창작과 패러디와 도용 등이 뒤죽박죽 섞여 있는 이상한 영역의 영화라고 보면 될 듯합니다.
일례로, 온라인으로 공개된 <매드 실리아>를 보면 <매드맥스>의 전체 비주얼 컨셉을 그대로 흉내내어 재연하려는 의도를 넘어서, 누가 봐도 따라했다는 것을 알 수 있게끔 그 의도 자체를 더욱 희화화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표절 시비를 대놓고 지적하기도 애매한 것이죠. 게다가 하필 외신에는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이 'MAD SHELIA'인데 무슨 사연인지 'MAD SHEILA'라고 소개되었습니다. 참 이런 영화답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모크버스터의 기원
패러디와 도용과 2차 창작의 영역이 뒤섞인 모크버스터 영화는 꽤 오래 전부터 이어져왔습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블랙라군에서 온 괴물>(Creature From The Black Lagoon, 1954)을 그대로 베껴서 만든 영화 <피에드라스 블랑카의 괴물>(The Monster of Piedras Blancas, 1959)은 잭 케반이라는 1950년대 활동했던 크리처 디자이너가 동시에 참여해 만든 초창기 모크버스터 영화입니다.
일종의 B급 영화로 분류되면서 굉장히 많은 영화들이 이런 방식을 이용해서 영화를 재생산해내곤 했습니다. 이들 영화의 제작 목적은 뚜렷했습니다. 더 적은 예산으로 만들어 같은 타겟의 관객을 공략하는 것이었죠. 원작보다 더 대단한 영화를 만들 목적이 아니었던 것이죠.
애니메이션 모크버스터
모크버스터 영화는 1990년대 이후 애니메이션 업계에도 침투했습니다. 'Vídeo Brinquedo'라는 브라질의 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디즈니, 픽사, 드림워스 작품들을 전문적으로 '복사'하기 시작합니다. 이들은 <리틀 카> 시리즈를 시작으로 <라따뚜이>의 복사판 <라따또잉>, <쿵푸팬더>의 가짜 영화 <리틀 팬더 전사> 등의 영화를 만들어 2차 부가 판권 시장에서 재미를 봤습니다.
그 밖에도 정말 특이한 애니메이션 모크버스터가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잠깐 제목부터 보고 갈까요? 정말 기상천외한 제목도 있고요. 과거 에로 영화 제목 패러디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이런 영화들이 바로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업계의 모크버스터 영화들입니다. 그런데 이들 영화가 계속 만들어지는 걸 보면 디즈니, 픽사, 드림웍스 등의 메이저 스튜디오에서는 이들 영화의 출몰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차피 이런 영화들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실제 스튜디오의 수익과 발전에 큰 해를 끼치는 건 아니라는 판단인 걸까요? 아니면 정말 하나의 '장르'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인 걸까요?
해외로 뻗어나가다
모크버스터 영화는 터키나 이탈리아, 인도, 중국 등의 나라에서 1980년대 이후 활발하게 만들어졌습니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속편으로 소개되었던 <터키 스타워즈>(1982)를 비롯해서 이탈리아에서는 <죠스>를 따라 만든 <그레이트 화이트>(1980) 등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 외에도 <혹성탈출>, <쥬라기 공원>, <로보캅> 등의 영화들은 만들어지는 즉시 모크버스터 영화들이 양산됐죠.
이제 모크버스터 영화는 하나의 '장르'처럼 인식되면서 계속해서 세계적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패러디 영화와는 또다른 세계인 '모크버스터' 영화만 찾는 관객들이 있는 한 말이죠. <매드 실리아> 같은 사례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 같습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가로등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