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 노부히로 감독

멜로 영화 침체기라는 요즘, 한 편의 일본 멜로 영화가 한국 극장가에 찾아온다.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제목만 들으면 화려하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렇지만 속은 전혀 다르다. 사랑을 거창하게 표현하지도, 아름답다고만 하지도 않는다. 그야말로 현실적이다. 이 현실적인 러브 스토리를 스크린 속에 보다 따뜻하게 담아낼 수 있었던 건 언제나 “서툴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도이 노부히로 감독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국 관객들에게는 지금까지도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로 가장 많이 기억되고 있을 테지만, 도이 노부히로 감독은 그간 TV와 스크린을 오가며 드라마 <코우노도리>, <중쇄를 찍자!>,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등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는 인생 드라마들을 다수 만들어냈다. 그리고 영화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이후로 약 5년만에 한국 관객들을 찾았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지만 서면으로나마 신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와 나눈 대화를 전한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개봉한 영화 <죄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2016년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이후로 약 5년만에 관객들과의 만남이다. 소감이 어떤가.

세계적으로 사람들의 이동이 제한된 지금 시기에, 작품을 통해서 여러 나라의 사람들과 이어질 수 있다는 것에 순수한 기쁨과 희망을 느끼고 있다. 특히 한국은 예전에 드라마를 공동 제작하거나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리메이크 되는 등 인연이 깊은 나라라고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감회가 새롭다.

<죄의 목소리>에 이어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역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일본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 기분이 어땠나.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많은 영화의 제작과 개봉이 중지·연기됐다. 그런 상황 속에서 두 작품이나 무사히 공개된 것은 엄청난 행운이었다. 특히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긴급 사태 선언 중에 공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상상 이상의 많은 분들이 봐주셨다는 것이 무엇보다 기뻤다. 평범한 사람들의 흔한 일상을 그린 작품이었기 때문에 코로나 사태로 평범한 일상을 잃어버린 우리에게 크게 어필이 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각본을 쓴 사카모토 유지 작가와는 이번이 세 번째 만남인데, 드라마와 달리 영화에서의 작업은 어땠나.

어떤 작품이든 사카모토 씨가 만들어 내는 글은 리얼리티가 있고 유일무이한 위트와 인생에 대한 시사가 넘치기 때문에 굉장히 독특하고 매력적이다. 일기처럼 쓰여진 이번 각본은 흔한 젊은이들의 흔한 사랑 이야기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모든 세대에게 전해지는 보편성이 있고, 있을 법하지만 사실은 그다지 본 적 없는 영화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두 주인공의 운명적인 첫만남부터 5년 째의 연애로 접어들 때까지, 점점 변화하는 두 사람의 감정, 모습을 담아내는 것이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 같다. 어떤 것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작업을 했나.

하나 하나의 장면에서 두 주인공의 감정에 거짓이 없을 것. 생활의 세부적인 면을 잘 지켜봐 나갈 것. 그것들을 그저 정성스럽게 쌓아 나갈 것을 항상 생각하고 있었다.

두 주인공이 직접 꾸민 집에서 동거 생활을 시작하고, 계속해서 집이 주된 공간적 배경으로 등장한다. 이 공간을 설정할 때 특별히 신경 쓰셨던 부분이 있는지, 반복되는 집에서의 장면들을 지루하지 않게 풀어내기 위해 노력했던 부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두 사람은 문학이나 음악, 게임 등 공통의 취미로 이어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방에 놓인 하나 하나의 소품들에 꽤 신경을 써야 했다. 또, 금전적으로 풍요롭지 않기 때문에 가구 등은 재활용 가게에서 고른 것이나 자신들이 수리한 것이 중심이지만 본 사람들이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할 만한 따뜻함이 느껴지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두 사람의 취미로 가득 찬 책꽂이가 언제부터인가 두 사람의 공간을 나누는 장치로서 기능하기 시작하는 것도 상징적이다. 실내 장면은 스튜디오에 지어진 세트장에서 촬영했지만 강이 보이는 베란다 장면은 야외 촬영도 병용했기 때문에 현실감 있는 입체적인 공간을 연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은 멜로 영화지만 두 사람이 이별했다는 사실을 먼저 보여주고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것이 특이한 점이다. 두 사람의 이별을 담아낼 때 어떤 부분에 가장 주의를 기울였나.

이별을 담아낼 때 고려한 것은 두 사람에게는 아직도 앞으로의 긴 인생과 많은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 20대 초에 경험한 이 연애에 두 사람이 웃는 얼굴로 마침표를 찍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두 사람의 인생이 미래의 어딘가에서 만나게 될 가능성 또한 있을 것이다. 인생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이 영화는 러브 스토리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산다는 건 책임이다, 좋아하는 것만 할 수 없다 VS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살고 싶다, 두 가치관의 충돌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어떤 가치관도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보다 30년 정도 더 산 사람으로서 책임만으로 살아가는 것도, 좋아하는 것만으로 살아가는 것도 그 어느 것도 힘든 일이라고는 말해줄 수 있다. (웃음) 그들도 여전히 모색하면서 자신들에게 맞는 삶의 방식을 찾아 나가는 것이지 않을까?

스다 마사키, 아리무라 카스미, 두 주연 배우 모두 일본에서도 그렇지만, 한국에서도 굉장히 인지도뿐 아니라 인기도 역시 높은 배우들이다. 두 배우와의 작업은 어땠나.

스다 마사키 씨도 아리무라 카스미 씨도 틀림없이 지금의 일본을 대표하는 20대 톱 배우들이다. 스타로서의 화려함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우리와 같은 세계에 살고 있는 리얼리티를 가진 두 배우는 이 영화에 매우 어울린다고 캐스팅 단계부터 확신했고 촬영하면서도 줄곧 느꼈다.

드라마 <코우노도리>, <중쇄를 찍자!>,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콰르텟> 등 당신의 연출은 항상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조금은 부족함이 있을 수밖에 없는 인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그들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글로 되어 있는 각본을 화면에 영상으로 표현해낼 때 가장 주의를 기울이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살아가는 것이 조금은 힘든 사람, 무언가 부족한 사람처럼 서툴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드라마를 그리고 싶다고 항상 생각하고 있다. 큰 스토리를 그리기 위해 간과되어 버리는 생활의 세부적인 모습이나 말로 이야기할 수 없었던 감정의 작은 움직임을 놓치지 않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감독님의 작품은 항상 드라마에서는 매 화, 영화에서는 매 신, 관객들을 향한 메시지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번 영화를 통해 가장 전하고 싶은 메세지가 있다면.

이 영화에서는 제작자가 단 하나의 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봐주시는 분들이 자유롭게 자신들과 비추어 보고, 제각각의 다른, 자신만의 감정을 느껴 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영화를 본 사람들끼리 서로 감상을 나누고 싶어지는, 자신의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어지는, 그런 영화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자연스럽게 생길 수 있다면 그것이 감독으로서는 가장 큰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도 당신의 작품을 기다리는 많은 팬들이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영화를 기다리고 있을 한국의 팬분들께 한 말씀 부탁한다.

지금까지 저의 영화나 드라마를 한국에서도 많은 분들이 재밌게 봐주셔서 정말 기쁘다. 평소 나 역시도 관객으로서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은 즐거움을 얻고 있고, 제작자로서도 큰 자극을 받고 있다. 우선은 이 영화를 재미있게 봐 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언젠가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한국 분들과 이 영화의 감상을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겠다!


씨네플레이 이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