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의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수상을 축하한다. 지난 번에 에디터가 쓴 청룡영화상 예측 글에서 남우주연상에 <아수라> 정우성을 점쳤다가 비난의 댓글이 여럿 달렸다. 무리한 예측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이병헌 출연 영화의 명장면 7개를 소개하기로 했다. 순위는 정하지 않았다.


봄비 속에 떠난 사람: <내부자들>
<내부자들>은 워낙 대중들의 기억에 남는 명장면이 많다. ‘나이트 화장실 안마 서비스’도 생각나고, ‘라면 한 젓가락’도 생각나고 ‘모히또에서 몰디브 한잔’도 생각난다.
에디터 개인 취향으로 꼽은 <내부자들> 안상구(이병헌)의 명장면은 영화의 도입부에 등장한다. 손모가지가 아직 멀쩡한 안상구가 비가 내리는 밤, 운전을 하고 있다. 이은하의 노래 ‘봄비’가 흐른다. 안상구는 노래를 따라부른다. 카메라는 조수석에서 안상구의 옆 얼굴을 꽤 길게 담는다. 말끔한 셔츠 차림의 이병헌의 노래에 푹 빠질 무렵 화면이 전환된다. 이 자동차가 승합차인 걸 알게 되고 뒷좌석에는 여러 명의 여성이 타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임금이라면, 왕이라면: <광해, 왕이 된 남자>
소름이 쫙! <광해, 왕이 된 남자>의 광해가 아닌 하선(이병헌)이 대신들을 세워놓고 일갈한다. “그깟 사대의 명분이 뭐요? 도대체 뭐길래 2만의 백성을 사지로 내몰라는 것이요. 임금이라면, 백성이 지아비라 부르는 왕이라면, 빼앗고 훔치고 빌어먹을지언정 내 그들을 살려야겠소. 그대들이 죽고 못사는 사대의 예보다 내 나라 내 백성이 열갑절 백갑절은 더 소중하오.” 이병헌의 목소리라서 이 대사는 더 소름 돋았다. 최근 자괴감에 시달리는 누군가가 <광해, 왕이 된 남자>를 싫어한 이유가 뭔지 생각하게 된다.

빌리가 칼 하나는 끝내주지: <매그니피센트 7>
빌리 락스(이병헌)의 첫 등장. 빌리는 권총 벨트를 풀어버린다. 당황하는 상대가 권총을 뽑아들려는 찰나 머리에 꽂은 비녀(칼)를 날린다. 조슈아(크리스 프랫)는 “빌리가 칼 하나는 끝내주지”라고 말한다. 이미 이병헌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 서부극의 총잡이를 연기한 적이 있다. 이때 연기한 박창이도 칼을 쓰는 장면이 나온다. 안톤 후쿠아 감독은 <달콤한 인생>의 팬이라서 이병헌을 꼭 캐스팅하고 싶어했다고 한다.

살려주세요~: <공동경비구역 JSA>
이수혁(이병헌) 병장은 수색을 나갔다가 용변이 급해서 무리에서 이탈했다. 오경필(송강호) 중사는 수색을 나왔는지 마실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비무장지대를 여유롭게 뒷짐 지고 돌아다닌다.
<공공경비구역 JSA>에서 남과 북의 병사들이 처음 만나는 장면이다. 서로 총구를 겨누다가 이내 돌아서려는 찰나. 이수혁 병장이 외친다. “지뢰 밟았어. 지뢰. 그냥 가면 어떡해? 살려주세요.”

숟가락? 젓가락?: <번지점프를 하다>
“제가 태희씨한테 마법 걸었어요. 물건 쥘 때 새끼 손가락 펴라고요.” 이런 순박한 국문과 대학생을 봤나. 여관방에서 정말 손만 잡고 자는 인우(이병헌)는 조소과 태희(이은주)를 사랑한다. 태희는 인우에게 묻는다. “숟가락은 왜 ㄷ받침이고, 젓가락은 왜 ㅅ받침이냐”고. 이 장면에서 태희의 질문에 답하는 이병헌은 정말 순진한 남자였다. 국문과 출신인 에디터에게 이런 질문을 한 여성은 아무도 없었다.

왜 그랬어요?: <달콤한 인생>
“말해봐요. 저한테 왜 그랬어요.” /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아, 이 장면은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다. <달콤한 인생>의 선우는 이병헌의 인생 캐릭터다. 에디터가 만약 이병헌이라면 무덤에 <달콤한 인생> 필름을 함께 묻어달라고 할 거다. 엔딩 장면의 섀도우 복싱 장면도 잊기 힘들다.

이 승부 내가 이길 것 같습니다: <올 인>
“나는 갬블럽니다. 한땐 인생의 참된 매력이 도박이라는 말을 믿었고 내 인생 전부를 건 승부도 했었죠. 운명은 늘 내 편이 아니었지만 이번 승부는 내가 이길 것 같습니다. 올 인! 지금 나는 내 모든 것을 걸고 한 사람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추억의 SBS 드라마 <올인>의 마지막에 나오는 김인하(이병헌)의 명대사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의 기억을 소환하게 만든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두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