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 해브 아이 에버> 시즌 2

데비(마이트레이 라마크리슈난)의 대환장 파티는 계속된다. 지난주, 넷플릭스 오리지널 하이틴 코미디 <네버 해브 아이 에버>가 두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인도계 미국인 소녀 데비의 잠잠할 날 없는 고교생활을 담은 <네버 해브 아이 에버>는, 인종, 문화, 성적 지향, 성 역할의 다양성을 재치있게 풀어내 첫 시즌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오피스>의 작가이자 켈리 역으로 유명한 민디 캘링이 총괄 제작을 맡아, 이번 시즌에서도 그의 자전적 이야기를 이어간다.


한 번에 두 명의 남자친구를

만나본 적 없어

지난 시즌을 잠깐 되돌아보자. 모한(센딜 라마누시)의 갑작스런 죽음은 데비가 감당하기 버거운 일이었고, 그 충격은 데비의 다리를 마비시켰다. 다리를 되찾은 데비는 휠체어 신세였던 과거는 잊고 쿨한 학창 시절을 회복하는 데 만전을 기한다. 아빠를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가 선택한 방법은 외면. 데비는 새 학기를 맞아 남자친구 만들기 프로젝트에 몰두한다. 셔먼오크스 고등학교 최고의 인기남 팩스턴(대런 버넷)과, 이지적이고 말 잘 통하는 벤(재런 루이슨). 시즌 끝에서 두 남자가 데비에게 호감을 갖게 됐으니, 야심 차게 시작한 그의 계획이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할 수 있겠다. 두 번째 시즌의 데비는 팩스턴과 벤 사이에서 행복한 고민을 한다. 그리고 인생 처음 연루된 삼각관계를 지나치게 즐겨버린 나머지 양다리라는 신박한 해결안을 채택하고 만다.

일명 두 남자친구 사건이 일단락되고도, 폭주 기관차 데비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뿌리고 거두며 험난한 여정을 계속한다. 절친 엘리너(라모나 영)와 패비올라(리 로드리게스)를 실망시키고, 질투에 눈멀어 새로 사귄 친구 아니사(메건 수리)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한다. 가족에게도 다를 것 없다. 엄마 날라니(푸르나 자가나탄)를 스토킹해 망신살을 자처한다. 시즌 내내 크게 척을 지지 않은 캐릭터는 사촌 카말라(리차 무르자니) 한 명 정도다. 공감성 수치 유발 최강자 데비는 이번 시즌에도 일종의 안티 히어로 역할을 착실히 수행했고. 일을 수습하며 용서를 구하는 법, 도움을 구하는 법,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터득해나간다. 주변 인물의 독립 서사도 지난 시즌보다 한층 깊어져 쇼를 풍부하게 만들었다.

15000:1의 경쟁률을 뚫은

스리랑카계 캐나다 배우

마이트레이 라마크리슈난

민디 캘링과 공동 제작자 랭 피셔가 만든 이 이야기를 완성한 건, 생 신인 배우 마이트레이 라마크리슈난이었다. 지난 2019년 캘링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통해 <네버 해브 아이 에버>의 공개 오디션 소식을 알렸다. 친구와 함께 재미 삼아 오디션 영상을 찍어 보낼 때까지만 해도, 라마크리슈난은 그가 15000:1의 경쟁률을 뚫고 넷플릭스 하이틴 시리즈의 주인공이 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캐나다 미시소가에서 연기자를 꿈꾸던 고등학생은, 일 년 후 요란스러운 성장통을 겪는 데비와 함께 스무 살을 맞았다. 지난 7월 14일, 시즌 2 공개를 앞두고 라마크리슈난을 만났다. 그는 진지하게 답을 하다가도, 좋아하는 스타의 얘기가 나오면 애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와 버추얼 인터뷰로 나눈 이야기를 독자에게 전한다.


만나서 반갑다.

반갑다. 그나저나 앞머리가 멋지다!

고맙다. 당신도 지난해 앞머리를 내린 적이 있던데!

그랬지. 근데 앞머리를 자르자마자 시즌 2 제작이 확정됐다. 11월부터 촬영을 시작한다길래 내리고 나서 그대로 뒀다. ‘좋아. 다시 자라라, 앞머리야. 데비가 되는 거야. 가자!’ 했지. 이젠 없다. 앞머리가 그립다. (웃음)

이제 시즌 2가 공개된다. 홍보로 바삐 지내는 듯한데. <네버 해브 아이 에버> 홍보 일정을 소화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어딜가도 신기했다. 다른 사람이라면 딱히 신경 쓰지도 않을 사소한 것까지 다 좋았다. ‘마이트레이, 진짜? 너 이런 거에도 놀라니?’ 싶을 때가 많았다. (웃음) 예를 들어, 멋진 곳에 갈 때면 ‘와… 이 호텔 뭐냐…? 좀 대박인데!?’ 한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따로 있다. 아주 최근에 내가 나온 옥외 광고판을 처음, 내 눈으로 직접 봤다. 시즌 1 때는 광고판이 찍힌 사진을 봤다. 그땐 광고판이 LA에만 있었고 나는 캐나다에서 격리 중이었기 때문에 직접 보진 못했다. 올해는 토론토에서 직접 봤다. 거대한 광고판이 걸려있다길래 꼭 가서 봐야만 했다. 그게 아주 인상적이었다.

시즌 1에서는 데비가 인도인이기 때문에 겪는 갈등을 종종 다뤘다. 이제 그의 인종 정체성은 쇼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고. 이번 시즌은 데비를 통해 자신을 좀 아껴줘도 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맞다. 시즌 1은 캘리포니아 남부에 사는 인도계 미국인 가족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정신적 치유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지난 시즌의 캐릭터들이 그대로 돌아왔고, 이번 시즌에도 같은 얘기를 할 거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짐을 지고 있다. 해결해야 할 무언가를 이고 산다. 데비의 스토리라인만 봐도 알 수 있다. 다리가 마비됐었는데도, 아빠를 잃은 상실감을 인정하지 않고 일만 터지면 자기 탓을 하던 그다. 그리고 점점 자신이 얼마나 속상하고 슬펐는지를 깨닫게 된다. 외면하던 감정을 마주하고 나서야, “좋아. 다 잘 될 거야. 지금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곧 나아질 거야!”라며 비로소 자신을 위로하고 상처를 극복해 나간다. 사실 농담들을 걷어 내면 <네버 해브 아이 에버>는 굉장히 슬픈 이야기다.

맞다. 분명 슬픈 이야기인데 농담이 쇼 전체를 감싸고 있다. 데비는 심각한 일도 냉소적이고 재치 있는 농담으로 받아친다. 데비의 성격을 이렇게 구상한 게 당신이었다고.

내가 이 쇼의 오디션을 본 순간부터, 데비는 그런 캐릭터일 수밖에 없었다.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데비를 지금까지 TV에서 봐왔던 캐릭터처럼 만들고 싶지 않았다. 현실 10대로 만들고 싶었다. 일단 내가 그런 사람이다. 좀 빈정대는 면이 있지. 냉소로 즉각 반응한달까. 이게 내 코미디고 내 유머다. 내 성격을 그대로 가져왔고, 그게 데비랑 잘 어울렸던 것 같다. 장난기를 덜 필요가 있을 땐 덜기도 했지만. 어쨌든, 극 중 데비가 재치 있는 말을 한다? 그건 바로 나다.

오디션 하니까 생각나는 게 있다. 오디션을 보러 가서 아빠와 함께 민디 캘링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들었다.

제대로 들었다. (웃음) 1차 오디션장에서 민디를 처음 만났다. 당연하게도 방을 나가면 민디를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심사가 끝나고 밖에 있던 아빠를 오디션장 안으로 불러 사진을 찍었다.

귀여운 에피소드다. 현장에서는 어땠나. 촬영 중에도 그런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항상 즐거웠다. 슬픈 장면을 찍을 때마저도 테이크 사이사이 다른 배우들과 장난치면서 재밌게 촬영했다. 팬데믹 중에 촬영을 해서, 당연히 느긋하게 찍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고, 촬영하는 동안 가능한 한 모두가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했다.

민디 캘링은 당신의 첫 번째 보스다. 그와 일하는 건 어땠나.

아직도 민디가 내 첫 번째 보스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민디는 연출을 하고 디렉션을 주는 데 뛰어나다. 덕분에 연기하는 데 크게 힘든 점은 없었다. 민디와 랭 피셔, 두 보스는 나를 포기하는 법이 없다. 혹시 내가 그들이 원하는 걸 정확히 표현해내지 못할 때면 둘은 언제까지나 나를 독려할 거고, 나는 그게 너무 좋다. 나도 제대로 하고 싶으니까. 제작자가 머릿속에 그린 그대로를 표현해내고 싶으니까. 누가 날 포기하고 ‘그래~ 쟤는 못 해’라고 생각하길 나도 원치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다는 걸 알기에 언제나 나를 믿고 뒤에서 계속 밀어주는 둘에게 감사하다. 어떻게 하면 내 역량을 끌어낼 수 있는지 아는 분들이다.

이번 시즌에서 데비는 위로가 필요할 때마다 모한의 음성 메시지를 듣는다. 당신에게도 그런 게 있을까. 확실히 마음에 안정을 주는 무언가.

위안이 되는 무언가라… 내 강아지가 분명 내게 큰 위로를 주긴 한다. 이름은 멜로디다. 내 가장 친한 친구다. 한번 인터뷰에서 애완동물이 있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없다고 말할 뻔했다. 멜로디가 개인 걸 까먹었거든. 멜로디에게 말을 정말 정말 많이 하는 편이다. 많은 사람이 내 개가 말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데. 난 반대다. 만약 멜로디가 나에 대해 아는 걸 다 말하고 다닌다? 난 그날로 망한 거다. 우린 좋은 친구고 멜로디가 말을 할 수 없어서 다행이다. 그래도 당연히(!) 우린 서로를 이해한다.

<네버 해브 아이 에버>에는 실제 TV 쇼나 스타가 많이 언급된다. <리버데일>, 휴 잭맨, 해리 스타일스, 블랙핑크…

(손으로 입을 막으며) 오 마이 갓! 블랙핑크가 언급된 대본을 읽었을 때 얼마나 신났는지 모른다. 진짜로! 블랙핑크를 사랑한다. 장난치는 거 아니다. 콘서트에 간 적도 있다. 블랙핑크가 ‘Kill This Love 투어로 온타리오 해밀턴에 왔을 때였다. 리사? 내 최애다. ‘Swalla’ 댄스? (지난 2019년 리사가, 가수 제이슨 데룰로의 곡 ‘Swalla’에 맞춰 춤을 준 것이 화제가 되었다.) 그냥 멋지다. 리사가 카디 비의 노래 ‘I Like It Like That’를 커버한 적이 있는데. 아, 그냥 ‘I Like It’이었던가. 카디 비 노래 제목은 알지도 못한다. (‘I Like It’이 맞다.) 그냥 리사가 무대를 찢었다는 것만 알 뿐이지. 하… 너무 좋다! 제니, ‘Solo’? 완벽하다.

애정이 엄청나다. 사실 원래 물어보려던 건 따로 있었다.

잠깐 블랙핑크로 말이 샜다. 내 덕후 모먼트에 함께해줘서 고맙다. (웃음) 그래,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야지.

당신이라면 어떤 TV 쇼가 <네버 해브 아이 에버>에 언급되기를 바라는지, 혹은 어떤 스타가 언급되거나 게스트 출연하기를 바라는지 물으려 했는데. 블랙핑크로 어느 정도 답이 된 것도 같다.

(다시 손으로 입을 막으며) 우리 시리즈에 블랙핑크 얘기가 나와서 정말 좋았다. 오해는 하지 말아달라. 블랙핑크의 모든 곡을 매일같이 듣는다. 하지만! 만약 <네버 해브 아이 에버>에 TV 쇼를 하나 언급할 수 있다면. 그게 <오피스>라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면 <민디 프로젝트> 얘기가 나오면? 이런 엄청난 쇼들이 세계관을 초월해서 언급된다면 분명 멋질 거다!

6화에서 엘리너가 “너 이번엔 진짜 ‘데비’했어”(You really did ‘Devi’ this one up)라며 데비의 이름을 부정적인 뜻으로 썼다. 당신의 이름 마이트레이가 어떤 의미를 담기를 바라나. 어떤 사람이고 싶나.

마이트레이를 동사로 쓰다면… 음… 생각은 안 해봤지만, 일단 쇼에서 그랬던 것처럼 “마이트레이 해버렸어~”(Maitrieyi something up)처럼 쓰이진 않을 것이다. 그건 좀 안 좋은 의미 같거든. 영 느낌이 별로다. (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그저 쿨한 의미이길 바랄 뿐이다. “잘 마이트레이 했어!”(You did a Maitreyi(good) job)처럼 말이다. 좋은 의미를 담는 사람이고 싶다.


씨네플레이 이지연 기자

사진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