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8년, 5편의 영화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시리즈가 있다. 7월 14일 신작 <더 퍼지: 포에버>를 개봉한 <더 퍼지> 시리즈가 그 주인공이다. <더 퍼지> 시리즈는 모든 범죄가 허용되는 단 하루, '퍼지 데이'를 소재로 점차 세계관을 확장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다뤘다. 국내엔 3~4편이 개봉하지 못하고 VOD로 직행했으니 오랜만에 찾아온 신작을 반겨줄 겸 <더 퍼지> 시리즈에 대한 이런저런 사연(?)들을 정리했다.
<더 퍼지> 시리즈란?
<더 퍼지> 시리즈는 2013년 <더 퍼지>가 대성공을 거두며 시리즈로 확장됐다. 지금까지 <더 퍼지>(2013), <더 퍼지: 거리의 반란>(2014), <더 퍼지: 일렉션 이어>(2016), <더 퍼스트 퍼지>(2018), <더 퍼지: 포에버>(2021)까지 총 5편을 공개했다. 제임스 드모나코가 1~5편 전편의 각본을 담당했으며 1~3편의 연출을 맡았다. 4편 <더 퍼스트 퍼지>는 제라드 맥머레이가, 5편 <더 퍼지: 포에버>는 에베라도 발레리오 구트가 연출을 맡았다.
최근 시리즈 영화들 추세에 맞춰 넘버링을 사용하고 있지 않아 입문자라면 순서가 헷갈릴 수 있다. <더 퍼지> 시리즈의 순서는 의외로 단순하다. 4편을 제외하면 모두 시간 순서다. 4편만 (첫번째 퍼지라는 제목처럼) 퍼지 데이의 탄생을 그리는 프리퀄이고 나머지는 시간순으로 전개된다. 또한 3편에서 대략적인 스토리가 마무리되는 듯 끝나기 때문에 (5편과 이어지긴 하나) 공개된 순서대로 봐도 무방하다. 여기에 하나를 더 포함하자면 4편 이후 TV 시리즈 <더 퍼지>가 있다는 점. 드라마는 2시즌까지 진행 후 종영했다.
퍼지란 무엇인가?
'퍼지'(purge)는 원래 정화란 뜻을 가진 단어지만, <더 퍼지>에서 말하는 '퍼지'는 가상의 연례행사를 말한다. 이 행사는 2016년부터 시작한 정부의 정책(!)으로 일 년에 딱 하루, 12시간 동안 모든 범죄 행위를 허용해 국민들의 억압된 감정을 해소하고 국가적 단합력을 올린다는 취지. '새로운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NFFA)라는 극중 극우 집단이 정권을 잡고 시행했다고 알려져 있다. 퍼지는 매년 3월 21일로 지정돼 오후 7시에 사이렌과 함께 안내 방송이 나온 후 12시간 동안 시행한다. <더 퍼지> 시리즈는 프리퀄인 4편과 드라마를 제외하면 모두 2020년대 미래상을 그린다.
미국 현지인이 사랑한 시리즈
어떤 관객들에겐 이 영화가 이렇게 시리즈로 이어지는 것이 신기할 수도 있다. 국내에선 초대박을 터뜨리긴커녕, 개봉도 못 한 작품도 있으니까. 그러나 <더 퍼지> 시리즈는 전체적으로 초대박을 터뜨렸는데, 이유는 '초저예산'으로 '자국민'의 사랑을 받았기 때문. 1편부터 살펴보면 1편은 3백만 달러로 제작해 전 세계 8900만 달러 수익을 올려 제작비의 10배 이상을 벌었다. 2편은 제작비 900만 달러에 1억 1100만 달러, 3편은 제작비 1000만 달러에 1억 1800만 달러, 4편은 제작비 1300만 달러에 1억 3700만 달러 흥행 수익을 기록했으니 매 편 제작비의 10배는 남긴 셈이다.
특히 <더 퍼지> 시리즈의 흥행이 정말 특이한 이유는 북미 지역에서 유독 인기가 높다는 점. 웬만한 흥행작은 보통 해외 수익이 적어도 5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 데 반해, <더 퍼지> 시리즈는 지금까지 박스 오피스 해외 비중이 50%를 넘은 적이 없다. 북미 흥행이 각각 72.2%(약 6400만 달러), 64.3%(약 7100만 달러), 66.8%(약 7900만 달러), 50.7%(약 6900만 달러)를 차지한다. 이쯤 되면 이 시리즈에 대한 의구심이 조금 풀릴 것이다. 유명 호러 시리즈가 그렇듯, <더 퍼지> 시리즈는 초저예산으로 흥행에 성공한 '가성비' 시리즈이며 무엇보다 미국인들이 환호한 작품이었던 것. 제작사 블룸하우스와 배급사 유니버설 픽처스라면 이 시리즈를 결코 포기할 수 없을 듯.
더 퍼지 시리즈의 비밀
비록 처음부터 시리즈로 기획된 건 아니지만, 시리즈 내내 조나단 드모나코가 각본을 쓰고 블룸하우스가 제작을 담당하면서 속편에 가면서 추가된 디테일들도 꽤 훌륭한 편.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독특한 트리비아도 함께 첨부한다.
_퍼지 데이는 3월 21일. 숫자로 03-21라고 쓰면 꼭 카운트다운처럼 보여서 이 날짜로 정해졌다고 추정되고 있다. 한편으론 3월 21일이 춘분이어서 세상을 '정화'하는 퍼지 데이의 의미와 일맥상통한다는 의견도 있다.
_시리즈의 총괄자 제임스 드모나코는 <더 퍼지> 시리즈 외에도 공포 영화 각본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첫 장편 시나리오는 로빈 윌리엄스의 <잭>이다.
_<더 퍼지>의 악역을 연기한 리스 웨이크필드는 촬영 전날 캐스팅됐다. 여러 배우들이 오디션을 봤으나 지나치게 힘을 준 연기를 펼쳤다. 그에 비해 웨이크필드는 여유롭게 미소를 지었는데, 제임스 드모나코는 그의 쿨하고도 기묘한 미소가 찰스 맨슨(사이비집단 맨슨 패밀리의 리더)이 떠올라 그를 캐스팅했다.
_에단 호크는 제작자 제임스 블룸과 드모나코와 친분이 있어서 <더 퍼지>에 흔쾌히 출연했다. 출연료는 3000달러(!). 하지만 출연 계약서에 흥행 수익에 따른 러닝개런티가 보장돼있어서 실제로는 꽤 많은 돈을 받았을 거라고. 앞서 말했듯 1편은 약 8900만 달러를 벌었다.
_2편 <더 퍼지: 거리의 반란>의 레오를 연기한 프랭크 그릴로는 본래 다음 속편까지 출연할 예정이 아니었다. 3편이 프리퀄이 될 예정이었기 때문. 하지만 2편이 좋은 반응을 얻자 드모나코는 3편을 레오의 이야기로 이어가자고 그릴로에게 제안했고, 그릴로가 이를 수락해 3편에도 출연하게 됐다. 그는 극중 검은 차가 너무 좋아서 구매하려고 했으나 제작진이 판매를 거절했다.
_'범죄가 완전히 허용된 하루'라는 설정 때문에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2016년 세 명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조나선 크루즈(Johnathon Cruz)가 문자에서 "매일 밤 나는 '퍼지'한다"고 언급했기 때문. 3편이 개봉하기 한 달전이라서 영화에 이목이 끌리긴 했으나 크루즈의 살인 행위가 영화와 완전히 결부된 건 아니라 대외적인 비난만 받는 것으로 넘어갔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