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갛게 얼룩진 막장의 흔적 하나 없이, 푸릇푸릇한 성장 서사로 시청자들을 꽉 잡고 있는 드라마 <라켓소년단>. 셔틀콕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열여섯 소년소녀들의 순수한 얼굴은 여타 드라마들이 전해주는 재미와는 또 다른 구수함과 깨끗함을 전하며 매회 최고 시청률을 갱신하고 있다. 배드민턴 하나로 울고 웃고. 땅끝마을에서 벌어지는 희노애락의 이야기를 진부하지 않게 그려내며 대중에게도, 평단에게도 고른 호평을 얻고 있는 중. 단연 <라켓소년단> 흥행의 중심엔 땀 흘리며 배드민턴 라켓을 휘젓는 '라켓소년단'이 있다. 모두 2000년대생이라는 사실이 놀라울 만큼, 각각의 배우들은 캐릭터들이 지닌 매력을 개성있게 그려내며 '충무로의 미래가 여기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라켓소년단> 이후의 행보가 더 기대될 수밖에 없는 라켓소년, 소녀들의 본캐를 한자리에 모았다.


탕준상 2003년생 / 윤해강 役

출연작: <영주> <사랑의 불시착>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 <나랏말싸미> 등

<라켓소년단> 중심에는 윤해강이 서 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야구선수의 꿈을 접은 해강이 땅끝마을 해남으로 내려오게 되며 <라켓소년단>의 이야기는 문을 연다. 알고 보니 야구선수 이전, 배드민턴 유망주였던 해강이 배드민턴부 합류를 결심하며 다 쓰러져가던 배드민턴부는 날개를 달게 된다. 승부 앞에선 뾰족한 얼굴을 드러내며 크고 작은 다툼을 이어가지만, 코트 뒤에선 살뜰하게 동료들을 챙기는 사려 깊은 캐릭터. 윤해강의 표면적 매력을 입체적으로 완성한 배우 탕준상은 8살 때부터 연기를 시작한 12년 차 배우다. 대중들에겐 <사랑의 불시착> 금은동을 통해 이름을 알렸고, 최근엔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를 통해 이제훈과 나란히 호흡을 맞추며 천재적인 재능을 뽐냈다.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 당시 씨네플레이와의 인터뷰에서 탕준상은 <라켓소년단>에 대한 자신감있는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는데. 그의 말처럼 <라켓소년단>을 통해 탕준상은 첫 번째 전성기를 맞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왼쪽부터) <사랑의 불시착>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


손상연 2002년생 / 방윤담 役

출연작: <벌새> <트리플 썸>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 <연애미수>

탕준상이 연기한 해강이 불같은 인물이라면, 배드민턴부 주장 윤담은 물과 같은 캐릭터다. 팀원들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도 중심을 지켜내며 나홀로(!) 이성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그렇다고 진부한 캐릭터도 아닌 것이, '빵윤담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며 일상 속 순간들을 유쾌하게 포착해내는 매력적인 '인싸'다. 해강과 실력적으로 비등하게 겨룰만큼 해남서중 배드민턴부의 원조 에이스이기도한 윤담은 배우 손상연이 맡았다. 많은 시청자들에게 다소 낯선 얼굴과 이름일 수밖에 없는 것이, 손상연은 아직 데뷔 5년 차에 지나지 않은 신인 배우. 물론 짧은 시간에 비해 손상연은 여러 작품들에 제 이름을 새겼고 5년 새 무려 22편의 영화/드라마에 출연하며 차곡차곡 실력을 쌓았다. 주장이란 이름 아래 때론 그늘진 얼굴을, 때론 16살의 철없는 얼굴을 가진 윤담을 안정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던 이유. 영화 팬들이라면 눈에 띌 과거 작품으로는 <벌새>가 있다. 제 뜻에 어긋나는 순간마다 은희에게 폭력을 가하던 은희의 오빠, 대훈을 연기한 이가 바로 손상연이다.

<벌새>


최현욱 2002년생 / 나우찬 役

출연작: <리얼:타임:러브> <만찢남녀> <모범택시>

각각의 개성이 너무 짙어 여기저기 튕겨져 나가는 팀원들을 하나로 아우르는 우찬은 인생의 최우선순위가 배드민턴일 만큼, 배드민턴을 향한 애정과 열정만큼은 단연 1등이다. 그에게 단 하나의 걸림돌이 있다면 바로 배드민턴을 반대하는 아버지인데, 극이 진행될수록 아버지의 서사가 공개되며 드라마에 감동을 더했다. 어떤 상황에서나 씩씩함을 잃지 않던 우찬이 아버지 앞에서 나약하게 무너지던 순간, 우찬이란 캐릭터에 많은 이들이 마음을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매회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준 우찬의 본캐는 배우 최현욱이다. 웹 드라마 <리얼:타임:러브>를 통해 처음으로 대중 앞에 선 최현욱은 데뷔작임에도 불구, 재기발랄한 연기를 펼치며 <리얼:타임:러브>를 '천만 웹드'로 이끌었다. 수려한 외모로 '랜선남친'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 이후 <모범택시>를 통해 처음으로 브라운관에 얼굴을 드러낸 그는 <라켓소년단>을 통해 능청스러움은 물론이요, 눈물까지 안길 수 있는 배우라는 걸 보여주며 제 이름 석 자를 선명히 새겼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임이 분명해 보인다.

<모범택시>


김강훈 2009년생 / 이용태 役

출연작: <동백꽃 필 무렵> <엑시트> <미스터 션샤인> <호텔 델루나>

배드민턴부에서 눈물을 담당하고 있는 최연소 막내 용태는 배드민턴 선수 이용대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캐릭터.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용대의 모든 것을 동경하고 따라 하는 용태는 윙크 세레모니까지 복제하며 팀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형들과 함께 지내면서도 주눅 한 번 들지 않은 '막내 온탑' 캐릭터로 적재적소에 알맞은 말들을 하며 시청자들을 쥐고 흔든다. 용태를 연기한 배우 김강훈은 이미 <동백꽃 필 무렵>을 통해서 '국민 아역'이란 타이틀을 거머쥔 배우다. <라켓소년단> 배드민턴부 안에서 가장 친숙하고 익숙한 얼굴을 담당하고 있다.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매작품마다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주는 배우. 지금까지는 누군가의 아역으로서의 김강훈이 주를 이뤘다면, <라켓소년단>을 통해선 하나의 온전한 캐릭터로서 김강훈의 연기를 만나볼 수 있기에 그가 지닌 가능성을 더욱이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동백꽃 필 무렵>


김민기 2002년생 / 정인솔 役

대표작: <언어의 온도 : 우리의 열아홉> <여신강림>

첫인상은 그다지 좋지 못했지만, 의외의 배드민턴 실력을 통해 뒤늦게 배드민턴에 합류한 인솔은 재력가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 배드민턴 코트 위에 선다. 전라남도에서 알아주는 공부실력을 가진 모범생으로, 그의 비상한 두뇌를 이용해 팀 전력 향상에 힘쓰고 있다. 가장 늦게 배드민턴부에 합류한 만큼 처음엔 코트를 겉도는 듯한 모습을 보이더니. 어느새 ‘5인방’이란 수식어를 자연스럽게 만들며 배드민턴 경기에 제 모든 것을 올인하고 있다. 인솔을 연기한 배우는 김민기. 그의 마스크가 유난히 인솔이란 캐릭터과 잘 맞아떨어지며 캐릭터에 사실성을 부여하고 있다. 어딘지 모르게 날카롭지만 뜨겁고, 냉철하지만 때론 어린아이 같아 보이는 그의 눈망울은 여러 가지 상황 속에 놓인 인솔이란 캐릭터와 잘 부합한다. 2020년에 데뷔한 생신인으로, 많은 이들이 그를 <여싱강림> 속 주경(문가영)의 동생으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라켓소년단>을 통해 더 많은 작품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드는 배우.

<여신강림>


이재인 2004년생 / 한세윤 役

대표작: <봉오동 전투> <사바하> <센스 8> <아름다운 세상>

<라켓소년단>이지만, 이 드라마 속엔 두 명의 '라켓소녀'들이 있다. 기숙사가 사라지며 해강의 집에서 단체 합숙을 시작하게 된 세윤과 한솔이다. 흔히 말해 완벽주이자인 세윤은 배드민턴 시합 전에는 물도 함부로 입에 대지 않는 프로페셔널한 선수다. 그런 그의 기민함이 때때론 갈등을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실력에 있어서는 누구도 반대표를 던지지 못할 만큼 완벽한 국가대표 유망주. 건드려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아 보였지만, 사실은 세윤 역시 중학생 소녀였음이 곳곳에 드러나며 매회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든다. 세윤을 연기한 배우 이재인은 까칠하면서도 연약한 세윤의 속내를 안정적인 완급조절을 통해 꺼내 보이며 빈틈없는 연기를 선보인다. 영화 팬이라면 이미 <사바하> 속 이재인의 놀라운 연기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사바하> 당시 13살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신비로운 연기를 훌륭하게 펼친 이재인은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으며 차세대 배우로 우뚝 섰다. 이미 충무로 곳곳에서 러브콜을 받는 영화계 유망주.

<사바하>


이지원 2006년생 / 이한솔 役

대표작: <SKY 캐슬> <경이로운 소문> <히트맨>

세윤이 배드민턴 하나에 집착하는 인물이라면, 한솔은 여러 가지로 관심분야가 뻗쳐있다. 윤담에게도 관심을 쏟아야 하고, 응원에도 관심을 쏟아야하며, 후배들도 관리해야하는. 쉽게 말해 이 구역의 오지라퍼 혹은 '인싸'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그렇다고 한솔의 배드민턴 실력이 형편없는 게 아니다. 세윤이 없이 혼자서도 우승을 거머쥐는 캐릭터로, 다방면에 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제는 톡톡 쏘아대는 대사 전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배우 이지원은 <경이로운 소문> <히트맨> 그리고 <SKY 캐슬>에 이어 이번에도 타인의 정곡을 찌르는 말들로 극의 속도를 더한다. '한솔사이다'라는 말까지 생겨났을 정도로 이지원 특유의 반항 화법(!)은 이번에도 시청자들을 사로잡는다. 영화 팬들이라면 권상우의 딸로 출연했던 <히트맨> 속 그의 모습을 잊을 수 없을텐데. 능청스럽게 랩을 선보이며 <히트맨> 최고의 신 스틸러로 남은 가영이 바로 배우 이지원이다.

<SKY 캐슬>


씨네플레이 유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