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토리노 Gran Torino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 출연 클린트 이스트우드, 크리스토퍼 칼리, 비 방, 어니 허 │ 2009 │ 116분
<그랜토리노>의 감독이자 제작자, 주연배우이기도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미국식 '꼰대' 할아버지인 월트 코왈스키를 영화의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각혈하는 모습까지 마주한 그는 이제 곧 죽음을 앞두고 있는 듯 보이지만, 어느 하나 호락호락하지 않은 고집불통 노인이다. 이웃 주민들과의 사이가 좋을 리가 없는데, 그런 그의 앞에 갱단의 협박으로 고통받는 옆집 소년 타오가 나타난다. 처음엔 그저 자신의 귀하디 귀한, 72년산 세단 '그랜 토리노'를 훔치려는 놈인 줄만 알았는데, 갱단의 위협으로 인한 일이었다는 일을 알게 되며 제 뜻대로 소년을 돕는다. 가면 갈수록 갱단에게 들끓는 분노를 느낀 타오는 복수를 다짐하지만, 그 순간 월트는 타오를 제 등 뒤에 숨기며 복수의 전선으로 나선다. 그런데 그 복수의 모양이 우리가 알던 맞서 싸우기가 아니다. 월터는 상상치 못한 방식으로,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정의로운 방식으로 갱단에게 복수를 감행한다. 시종일관 '꼰대' 할아버지로 포장되던 월터는 사실 어른이 보여줄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책임과 희생을 보여주며, 진짜 복수란 무엇인가에 대해 곱씹게 한다. 왓챠피디아에 남겨놓은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한 줄 평이 인상적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미리 써둔 유서를 보았다." <그랜토리노>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한평생 자신이 느껴온 되갚음의 공허함, 그리고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책임감을 2시간으로 담백하게 압축한 영화다. 많은 관객과 평단이 <그랜토리노>를 향해 극찬을 보낸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