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이후, 국내외를 막론하고 연이은 호평 세례를 얻고 있는 <프리 가이>가 드디어 오늘 관객들 앞에 섰다. 늘 평범치 않은 세계를 주 무대로 재기발랄한 성장 이야기를 선보인 숀 레비 감독은, <박물관이 살아있다>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에서 보여준 놀라운 상상력들을 <프리 가이>에 한데 응집시키며 자신의 모든 '궁극기'를 쏟아부었다. 게임 속 NPC(non-player character)가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는 어느새 히어로로 거듭나기 시작하는 과정을 좇는 <프리 가이>는 숀 레비 감독의 손을 거쳐 오락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구현하는 데 성공한 듯 보인다.

<프리 가이> 숀 레비 감독

<프리 가이>의 견고한 세계관을 쌓아 올린 장본인. 개봉에 앞서 숀 레비 감독과 모니터에 얼굴을 맞대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길고 긴 홍보 일정에도 숀 레비 감독은 자신이 사랑하는 '영화' 이야기가 나오자 눈망울에 별을 심고, 한껏 목소리를 높여 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씨네플레이 독자들을 위해 숀 레비가 직접 들려준 답변과 함께, 알고 보면 더 재밌을 <프리 가이>의 관람 포인트를 함께 전한다.

* <프리 가이>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왼쪽부터) <프리 가이> 라이언 레이놀즈, 숀 레비 감독

1 '웃기는데 진심인' 라이언 레이놀즈와 숀 레비가 만나면?

<프리 가이>의 모든 순간은 유쾌하다. 특별히 관객의 웃음을 저격하는 장면이 아니더라도, 러닝타임 내내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하는 특별한 힘을 지닌 영화다. 이는 주인공인 '가이(Guy)'를 연기한 라이언 레이놀즈 배우 '본캐'의 매력이 200% 발휘되었기에 가능했다. <데드풀>이 그랬듯, 캐릭터를 '연기한다'기 보다는 캐릭터를 본인 자신으로 흡수시키는 레이놀즈는 <프리 가이>를 통해 다시 한번 가이에 빙의하며 영화 곳곳을 능청스러운 유머로 도배했다. 게다가 레이놀즈 특유의 '병맛스러운' 개그 톤은 배우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숀 레비 감독의 자유로운 연출 방식과 맞물리며 상상 그 이상의 코믹신들을 만들어냈다. 라이언 레이놀즈의 유튜브에 올라온 위의 영상을 본 이들이라면, 숀 레비와 라이놀즈가 '웃기는데' 얼마나 작정을 했는지 대충은 감 잠을 수 있을 것이다.


Q가장 먼저 라이언 레이놀즈 이야기를 안 할 수 없겠다. <프리 가이>를 통해 레이놀즈와 처음 함께하게 됐는데, 그와 함께한 모든 과정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레이놀즈에게 당신과 함께한 소감을 묻자 "왜 이제서야 우리가 만났는지 모르겠다"라고 하던데.

그 표현이 정확하다. (웃음) 레이놀즈와 나는 만나자마자 한마음으로 움직였다. 우리는 <프리 가이>를 제작할 때부터 유쾌하면서도 희망, 훈훈함이 녹아있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똘똘 뭉쳤다. 레이놀즈는 훌륭한 배우이자 전 세계적인 스타이기도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그는 훌륭한 프로듀서였다. 대본 작업부터 촬영, 편집, 음악까지 <프리 가이>의 모든 것을 레이놀즈와 의논하며 함께 했다. 작업하는 내내 형제처럼 지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2 영화 팬이라면 행복할 수밖에 없는 이스터에그, 오마주, 패러디

<프리 가이>는 영화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선물과도 같은 작품이다. '영화 덕후'들에겐 벅차오를 수밖에 없는 몇몇 순간들이 존재하는데. 이는 사소한 이스터에그와 각종 게임/영화를 향한 오마주, 패러디 장면들이 잘 버무려져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이 그랬듯, 영화 덕후들 사이에선 또 하나의 필람작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프리 가이>는 극장 문을 나서는 관객들의 머릿속엔 각자 다른 레퍼런스 작품들이 떠오를 만큼 수많은 영화/게임의 흔적들로 채워져 있다. 아는 만큼 더 많이 보인다고. <레디 플레이 원>이 개봉했을 당시 국내외 많은 기자들은 '<레디 플레이어 원>을 보기 전에 봐야 하는 작품들'을 줄지어 설명하곤 했는데, 이번엔 숀 레비 감독에게 직접 물었다. <프리 가이>와 함께 보면 좋은 영화를 추천해달라는 말에 그는 어떤 답을 내놓았을까.


Q <프리 가이>는 여러 영화들의 영향을 받은 흔적들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프리 가이>를 보기 전 혹은 보고 나서 함께 관람하면 재미가 배가될 작품들이 많은데, <프리 가이>를 더 재밌게 즐기기 위해 함께 봤으면 하는 작품들을 추천해준다면?

음, <트루먼 쇼>(1988), <레디 플레이어 원>(2018), <빅>(1989), <엘프>(2004)를 추천 리스트에 올리고 싶다. 우리는 천진난만한 영웅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그런 영화들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는 내내 웃음을 머금을 수밖에 없는 기쁨을 선사한다. 낙관적이고 순수한 영혼을 지닌 히어로가 주인공인 영화만이 전할 수 있는 기쁨이 있다고 믿는다.


3 제작비가 터집니다, 제대로 돈 쓴 영화

IMAX 상영관에 앉아 <프리 가이>를 보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반가움이었다. 돈을 많이 쓴 아니 돈을 '제대로' 쓴 블록버스터를 오랜만에 보고 있으니, 영화의 스케일 '그 자체'가 선사하는 압도적인 쾌감에 자연히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디즈니라는 대기업을 등에 업은 <프리 가이>는 마치 제작비를 'FLEX'하는 듯 대부분의 장면을 CG로 구현했다. 제작비 사정을 잘 모르는 이들일지라도 엄청난 규모의 자본이 투입된 사실을 눈치챌 만큼, 가이가 거니는 '프리시티'는 게임 속 세계와 현실 세계를 자유재로 오가며 오락 영화가 구현해낼 수 있는 시각 효과의 상당수를 담아낸다.


Q<프리 가이>는 스크린 전체를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당신의 열망이 보이는 작품이다. 시각적 쾌감이 엄청나다.

<프리 가이>는 제작 당시부터 관객들이 무조건 극장에서, 큰 화면에서 관람하길 바라며 만든 영화다. 엄청난 예산이 투입됐고,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한국 관객들이 <프리 가이>를 보고 즐거움과 행복을 가슴 속에 품고 극장을 떠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는 어두운 이야기를 하는 영화와 드라마 역시 사랑하지만, <프리 가이>는 오로지 관객들의 즐거움을 위해 만든 영화라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Q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인 만큼, '진짜 돈 많이 들었겠다 싶은' 장면들이 러닝 타임 내내 시선을 붙잡는다. 개인적으론 바다 위에 펼쳐진 다리를 구현한 장면이 가장 비싸지 않을까 싶었는데, 어떤 장면에서 가장 많은 제작비가 투입됐나.

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려면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자세한 것은 언급할 수 없겠지만 영화 후반부 이야기를 안 할 수 없겠다. 라이언 레이놀즈가 연기하는 캐릭터 가이(Guy)가 '무기'를 사용하는 장면에서, 그가 원하는 무기를 골라 사용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영화 역사상 가장 상징적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템들이 등장한다. 음, 아마도 10억 달러는 필요했을 장면인데 (농담) 운이 좋게도 우리는 디즈니와 함께 할 수 있었다. 그들은 그 장면에 사용된 아주 아주 비싼 '장난감'을 흔쾌히 <프리 가이>에 빌려주었다.


<기묘한 이야기>

<박물관이 살아있다>

4 숀 레비 감독의 이름만으로도!

<프리 가이>의 메가폰을 잡은 숀 레비 감독은, <리얼 스틸>을 시작으로 <박물관이 살아있다>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를 세상에 내놓으며 제 존재감을 또렷하게 드러내 왔다. 마치 관객석에 앉아 연출을 하는 것 같다는 평을 듣는 숀 레비 감독은 관객들이 무얼 좋아하는지 확실히 아는 영리한 감독이다. 본인 스스로도 자신은 데이빗 핀처와는 또 다른 작품 세계관을 갖고 있다고 밝힌 그는, 영화적 상상이 전할 수 있는 오락적 재미를 가장 잘 담아내는 엔터테인먼트 감독 중 한 명이다. <프리 가이>가 증명했듯, 마르지 않는 샘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는 그의 상상력의 비결은 무엇인지 그에게 직접 물어봤다.


Q<프리 가이>가 그렇듯, 늘 현실과 멀리 떨어져 고도의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작품을 연출해 왔다. 뇌를 말랑말랑하게 하는 본인만의 방법이 있는 건가?

와우, 맞다. 내 두뇌는 정말이지 멈추질 않는다. (웃음) 영화와 TV 쇼를 만드는 것을 정말 사랑하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알고 있는 게 비결이다. 음, 아마도 내 머리가 영화와 프로그램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유일한 시간은 아마도 딸들과 함께하는 순간일 거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선 가족과의 시간에 참석하고, 집중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랑하는 네 명의 딸들과 함께 하는 시간에는 더 이상 영화와 창작, 기타 업무를 생각하지 않고 그저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진다. 나의 두뇌 엔진을 멈추는 유일한 시간이다.

Q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프리 가이>는 수많은 영화들로부터 영향을 받은 작품이다. 그렇다면 숀 레비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작품을 한 편 꼽으라면 어떤 영화를 이야기하겠나.

오 마이 갓! (웃음) 아, 너무 어려운데. 그래도 한 편을 이야기하자면 거진 30번은 넘게 본 <그리스>(1980)를 꼽고 싶다. 사실 <그리스>가 내 인생에 영향을 미쳤냐고 묻는다면, 그건 잘 모르겠다. 물론 어릴 땐 '대니 주코(존 트라볼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분명한 건, <그리스>는 정말이지 내 어린 시절을 엄청난 행복으로 채워준 작품이다. 또 <그리스>는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들고, 행복하게 만들고, 극장을 떠나는 관객들이 기쁨을 안고 갈 수 있는 영화들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꾸게 한 초창기 영화이기도 하다.


5 결국 관객의 마음을 흔드는 것은

제아무리 휘황찬란한 영화일지라도, 그것이 단순히 보여주기에 불과하다면 관객들은 쉽사리 마음을 내어주지 않는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우려를 벗어난 <프리 가이>는 주인공 가이를 중심으로 한 주변 인물들의 서사를 견고하게 쌓으며 관객들에게 결코 가볍지 않은 질문을 던진다. 영화를 보고 난 첫맛은 즐거움이었을지 몰라도, 우리의 삶 역시 NPC에 존재하는 가이와 별다른 것이 없다는 걸 깨닫는 순간 또 하나의 감정을 얹게 된다.


Q<프리 가이>를 통해 관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나.

<프리 가이>는 인간다움에 대한 메시지 하나만을 바라보고 만들게 된 영화다. 그 메시지는 우리 모두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종종 우리는 인생의 주인공이 아닌 그저 누군가의 배경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고, 이 세상에서 중요하지 않은 사람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런 분들을 위해 <프리 가이>는 지금 우리가 존재하는 이곳에 질문을 던지게 만들고, 그들에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힘을 전할 것이다.


6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상세하게 이야기할 순 없지만, <프리 가이>엔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을 카메오가 아주 아주 짧게 등장한다. 그/그녀와의 만남이 어떻게 성사됐는지, 숀 레비 감독에게 직접 들을 수 있었다. 그 주인공은 영화를 통해 직접 확인하기를.

Q <프리 가이>엔 모든 관객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는 히든 카메오가 등장한다. 어떻게 그와 함께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카메오 섭외는 프리-프로덕션 단계가 아니라 레이놀즈와 내가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 이루어졌다. 레이놀즈와 나는 영화 편집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프리 가이>를 더 재밌게 만들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하곤 했는데. 그때 카메오 출연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됐다. 그리고 말 그대로 라이언은 곧바로 휴대폰을 들고 '그 배우'에게 전화를 걸어 "혹시 보스턴에서 영화 촬영 중이니?"라고 말을 했고 '그 배우'는 "그렇다"라고 답을 했다. 그리고 우리 둘은 "우리 촬영장에 오면 10분 안에 촬영을 할 수 있으니, 10분만 시간을 줄 수 있냐"고 물어봤고, 그는 바로 수락을 해줬다. (웃음) 정말 이렇게 이뤄졌다.


씨네플레이 유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