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로 '히어로 영화 장인'으로 떠오른 제임스 건이 연출한 DC 유니버스의 <더 수어사이트 스쿼드>가 절찬 상영 중이다. 1960-70년대 명곡들을 모아 우주를 배경으로 하면서 지구를 향한 노스탤지어까지 끌어안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사운드트랙을 하나하나 곱씹어보자.


I'm Not In Love

10CC

1988년 지구, 어린 피터 퀼은 캄캄한 병원에서 워크맨으로 음악을 듣고 있다. 70년대 전성기를 보낸 영국 밴드 10cc의 'I'm Not in Love'다. 엄마가 직접 녹음해준 '끝내주는 음악 모음 1집'(Awesome Mix Vol.1) 카세트테이프를 우두커니 앉아 듣고 있으면, 할아버지가 다가와 "엄마가 찾는다"며 퀼이 끼고 있는 헤드폰을 빼면 음악도 멎는다. 10cc의 세 번째 앨범 <The Original Soundtrack>에 수록된 'I'm Not in Love'는 영국 자국에서뿐만 아니라 캐나다, 아일랜드, 호주, 독일 미국 등 해외 차트에서도 높은 순위를 기록하며 세계적인 밴드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 노래를 쓴 보컬 에릭 스튜어트는 단순한 보사노바 풍으로 편곡했는데, 무그 신디사이저를 연주하는 멤버 케빈 고들리는 그걸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고 48개의 목소리를 겹겹이 쌓은 앰비언트와 펜더 로즈의 촉촉한 소리가 어우러지는 대대적인 수정을 거쳐 지금 우리가 듣는 'I'm Not in Love'로 완성됐다. 실질적으로 영화 속에선 40초 남짓밖에 쓰이지 않았지만, 퀼의 심연으로 함께 빠져드는 듯한 오프닝이 안겨주는 감흥으로 'I'm Not in Love'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가장 인상적인 곡으로 각인됐다.


Come and Get Your Love

REDBONE

엄마의 죽음을 이기지 못한 채 바깥에 나와 울던 퀼은 갑자기 나타난 우주선에 의해 납치되고, 이야기는 26년이 흐른 모라그 행성으로 점프한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황량한 행성에 도착한 퀼(크리스 프랫)은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하기 앞서 워크맨 틀어 레드본의 'Come and Get Your Love'를 들으면서 춤을 추기 시작한다. 지구에서 우주로 넘어와 26년이나 흘렀지만 아직도 워크맨 상태가 새것 같은 걸로 보아 그가 얼마나 이 물건을 애지중지했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영화 타이틀이 큼직하게 뜬다. 퀼을 반겨주는 건 고작 아담한 괴생명체들뿐인데, 음악을 즐기는 모습이 워낙 유쾌해서 그가 딱히 외로워 보이진 않는다. 인디언 원주민 형제가 결성한 그룹 레드본을 대표하는 노래 'Come and Get Your Love'는 처음에 (한 절마다 반복되면서 흥을 돋우는 가사) 'Hail'이라는 제목을 달고 싱글로 먼저 발매됐다가 앨범엔 지금의 제목의 실리면서 빌보드 싱글 차트 5위에 올라, 레드본은 빌보드 상위권을 차지한 최초의 원주민 밴드가 됐다.


Hooked On a Feeling

BLUE SWEDE

퀼을 잡기 위한 난리통을 벌이다가 퀼, 가모라(조 샐다나), 로켓(브래들리 쿠퍼), 그루트(빈 디젤) 모두 감옥 신세가 된다. 퀼은 입소하던 중 교도소 직원이 자기 워크맨을 듣고 있는 걸 보고 대형을 벗어나 당장 그걸 내놓으라고 한다. 전기 충격을 받으면서도 "'Hooked on a Feeling, 블루 스위드, 1973년. 내 노래란 말야!"라고 외치다가 한방 더 먹는다. 정답이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트레일러에 사용되면서 일찌감치 영화의 유쾌한 분위기를 예고했던 'Hooked on a Feeling'은 스웨덴 밴드 블루 스위드가 1973년 발표한 노래다. B.J. 토마스가 1968년에 발표한 노래를 리메이크 했는데, 1971년 조나단 킹의 버전에서 "우가차카 우가우가"를 따왔고 레게 밴드 트윙클 브라더스의 버전에서 편곡의 아이디어를 얻어 완성해, 발표 당시 빌보드 정상을 차지했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에서 'Hooked on a Feeling'을 먼저 사용한 바 있다. 이 노래가 흐르는 가운데 죄수복을 입은 퀼이 로켓의 몸 곳곳에 새겨진 칩과 상처들을 가만히 바라보는 찰나에서 관객은 퀼과 로켓이 친구가 되리라는 걸 예감한다.


Escape (The Pina Colada Song)

RUPERT HOLMES

드랙스(데이브 바티스타)까지 합류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5인조는 가까스로 교도소 탈출에 성공하지만, 퀼은 거기서 워크맨과 카세트테이프를 가져오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 '당연히' 그걸 찾으러 간다. 이렇다 할 위기는 없다. 제 발로 교도소로 들어간 퀼은 유유히 워크맨을 가진 직원에게 간다. 그때 그 직원은 루퍼트 홈즈의 'Escape'를 듣고 있다. 느슨한 그루브에 저절로 까딱까딱 고개를 흔들게 되는 'Escape'는 1979년 가을 발표 당시 라디오 방송국 관계자들의 추천을 받아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올랐다. 1979년 마지막주의 기록이니, 1970년대 마지막을 장식하는 히트곡이라 할 수 있다. 80년대 첫째 주엔 KC 앤 선샤인 밴드의 'Please Don't Go'에 선두를 물려주고 그 다음주에 탈환에 성공해 1980년 11번째로 많은 판매고를 올린 싱글이 됐다. 'The Pina Colada Song' 라는 부제에도 불구하고 홈즈는 요즘도 피나 콜라타는 마시지 않는다고 한다. 노래 주인인 퀼은 제목처럼 아무렇지 않게 '탈출'에 성공해 제 우주선에 돌아온다.


Fooled Around and Fell In Love

ELVIN BISHOP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로맨스'도 놓치지 않는다. 가모라가 (퀼의 워크맨을 만지며) "왜 이거에 목숨 거는 거야?"라고 묻자, 퀼은 "어머니가 준 거니까. 어릴 때 들었던 팝송을 나랑 같이 듣는 걸 좋아했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에 내가 갖고 있었어." 이어서 퀼이 "이걸로 뭘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듣는 거야. 춤을 춰도 좋고"라고 하니 가모라는 딱 잘라 "난 전사이자 암살자야. 춤 같은 건 안 춰"라고 잘라 말한다. 하지만 퀼은 헤드폰을 가모라에게 귀로 옮겨준다. 헤드폰의 모양부터, 명백히 <라붐>의 그 유명한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블루스 기타리스트 엘빈 비숍은 이 러브송에 걸맞는 목소리를 위해 직접 노래하지 않고 가수 미키 토마스를 객원보컬로 초대했다. 산뜻하면서도 꽤나 끈적한 노래를 함께 들으면서 가모라와 퀼은 제목처럼 노닥거리다가 사랑에 빠지기 시작한다. 키스는 무산되지만.


Cherry Bomb

THE RUNAWAYS

퀼은 우주에 노출된 가모라를 살리기 위해 도망쳐 다니던 욘두의 우주선에 제 발로 들어가게 된다. 전투력보다 입담이 더 좋은 것 같은 퀼은 그럴듯한 구실을 만들어서 욘두와 그의 부하들을 로난을 소탕하려는 작전에 합류시키고 만다. 잔뜩 전의가 꺾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들까지 설득한 다음엔 런어웨이스의 'Cherry Bomb'을 배치해 분위기를 확 전환시킨다. 무기를 장착하고 로난의 우주선에 침투하는 치밀한 작전을 꾀하는 과정을 훑는 중에 쓰인 'Cherry Bomb'은 그 박력 있는 사운드로 주인공 무리의 승리를 예감케 한다. 1975년 결성된 런어웨이스는 모든 멤버가 다 여자로 구성된 밴드다. 체리 커리의 기운찬 샤우팅이 시종일관 등장하는 노래는 런어웨이스의 데뷔 앨범의 첫 문을 여는 곡으로서 밴드를 대표하는 곡으로 자리매김 했다.


Ain't No Mountain High Enough

MARVIN GAYE, TAMMI TERRELL

모든 소동이 마무리된 후, 퀼은 26년 전 어머니가 임종 직전에 준 선물을 드디어 풀어본다. 바로 끝내주는 음악 모음 2집이다. 2집의 첫 트랙은 마빈 게이와 태미 터렐의 듀엣 'Ain't No Mountain High Enough'. 짤막한 인트로에 이어지는 젊은 마빈 게이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멍한 퀼의 눈가엔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영화는 태미 터렐의 파트가 나오는 바로 그 순간에 딱 맞춰 가모라가 걸어와 퀼에게 미소를 띄우는 편집 타이밍 또한 잊지 않는다. 모두가 즐거운 가운데, 욘두는 작전의 대가인 로브를 열어보지만 그 안엔 잔디 인형이 있다. 본래 60년대 영국의 대표적인 소울 뮤지션 더스트 스프링필드가 이 곡을 부르고 싶어했지만, 이것이 '황금알'이 될 거라고 예감한 작곡가 듀오는 스프링필드의 뜻을 거절하고 이걸 모타운으로 가져가고, 결국 모타운의 혼성 듀오 마빈 게이와 태미 터렐의 노래가 됐다. 1967년 봄 발표 당시 차트 19위에 오르는 등 그럭저럭 괜찮은 성적을 남겼는데, 3년 후 슈프림스 출신의 가수 다이애나 로스의 첫 솔로곡으로 리메이크 돼 원곡을 훨씬 뛰어넘는 성공을 거두었다. 영화 속에선 끝내주는 음악 모음 2집에 속했지만, '끝내주는 음악 모음 1집'의 타이틀을 내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사운드트랙의 마지막에 배치됐다.


I Want You Back

JACKSON 5

잭슨 파이브의 'I Want You'은 일종의 보너스트랙이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돌아온다" 자막이 뜨고, 목숨을 바쳐 친구들을 구한 그루트가 자그마한 몸으로 드랙스 몰래 춤을 추고 있고, 드랙스가 돌아보면 아닌 척 발뺌하는 걸 반복하는 귀여운 에피소드를 장식한다. 'I Want You'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쓰인 음악 중 단연 가장 유명하다. 막내 마이클 잭슨과 그의 형제들이 결성한 그룹 잭슨 파이브의 첫 번째 싱글로 발표돼 곧장 빌보드 싱글 차트를 정복한 이 노래에 힘입어 잭슨 파이브의 데뷔 앨범은 발매된 지 불과 몇 주만에 5백만 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모타운을 이끌던 4인조 베리 고디, 프레디 퍼렌, 알폰소 마이젤, 데크 리처드가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 처음 발표된 노래인 만큼, 'I Want You Back'의 성공은 이미 예견돼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전히 대중문화의 황금기라 불리는 60년대에 발표된 가장 중요한 노래 중 하나로 손꼽히는 등 그 영향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씨네플레이 문동명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