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지구, 어린 피터 퀼은 캄캄한 병원에서 워크맨으로 음악을 듣고 있다. 70년대 전성기를 보낸 영국 밴드 10cc의 'I'm Not in Love'다. 엄마가 직접 녹음해준 '끝내주는 음악 모음 1집'(Awesome Mix Vol.1) 카세트테이프를 우두커니 앉아 듣고 있으면, 할아버지가 다가와 "엄마가 찾는다"며 퀼이 끼고 있는 헤드폰을 빼면 음악도 멎는다. 10cc의 세 번째 앨범 <The Original Soundtrack>에 수록된 'I'm Not in Love'는 영국 자국에서뿐만 아니라 캐나다, 아일랜드, 호주, 독일 미국 등 해외 차트에서도 높은 순위를 기록하며 세계적인 밴드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 노래를 쓴 보컬 에릭 스튜어트는 단순한 보사노바 풍으로 편곡했는데, 무그 신디사이저를 연주하는 멤버 케빈 고들리는 그걸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고 48개의 목소리를 겹겹이 쌓은 앰비언트와 펜더 로즈의 촉촉한 소리가 어우러지는 대대적인 수정을 거쳐 지금 우리가 듣는 'I'm Not in Love'로 완성됐다. 실질적으로 영화 속에선 40초 남짓밖에 쓰이지 않았지만, 퀼의 심연으로 함께 빠져드는 듯한 오프닝이 안겨주는 감흥으로 'I'm Not in Love'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가장 인상적인 곡으로 각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