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이 올해 최단기간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에 청신호를 켰다. 빌라 건물이 500m 아래 싱크홀에 처박힌다는 끔찍한 상상을 코믹하게 풀어낸 이 작품에서 유독 돋보이는 건, 재난 상황에서 탈출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 캐릭터들의 앙상블. 모두가 러닝타임 내내 시끌벅적 제 개성을 드러내지만, 그중에서도 조용히 ‘때’를 기다리는 캐릭터가 있었으니 <싱크홀>의 홍일점 은주다. 인턴사원으로 상사 동원(김성균)의 집들이에 초대를 받았다가 변을 당한 은주는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있다가 예상치 못한 순간 누구보다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극 중 은주의 활약은 그를 연기한 배우 김혜준의 성장과도 닮아있어 흥미롭다. 재능 있는 라이징 스타로 손꼽혔던 그는 꾸준히 필모그래피의 범주를 넓혀왔고, 어느새 여름 극장가의 다크호스로 성장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 김혜준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1

부모님은 연예계 진입을 반대하셨다

김혜준이 카메라 앞에 서고 싶단 꿈을 키운 건 중학생 때부터다. 학교 장기자랑 무대에 올랐고, 걸그룹 아이돌을 꿈꿨다. 하지만 당시 부모님은 무슨 연예인이냐며 김혜준의 꿈을 반대했다. 김혜준은 다시 공부만 하는 조용한 학생으로 돌아갔고, 그렇게 고등학생이 됐다. 그의 꿈에 다시 불이 붙은 건 보컬 학원을 다니던 친구의 중간 평가 공연을 가고서부터. 당시 그는 친구는 저렇게 하고 싶은 걸 다 하는데 난 무얼 하고 있지?라는 생각을 했고, 다시 부모님을 설득해 꿈에 대한 허락을 받아냈다. 교육학과, 광고홍보학과를 가려던 지망하던 그는 진로를 틀어 연극영화과 입시를 준비했고, 한양대학교에 입학했다.


2

데뷔 6년차 배우다

<낭만닥터 김사부>

김혜준을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혹은 김윤석 감독의 연출 데뷔작 <미성년>으로 처음 만난 이들이 많았을 터. 알고 보면 김혜준은 올해로 데뷔 6년 차를 맞았다. 2015년부터 학과 선배들의 연출작을 비롯한 단편 영화에 출연했고, 2016년엔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의 주요 역할로 등장해 눈도장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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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알고 보면 이 이전부터 경력을 쌓고 있었으니, 몇 편의 광고에 출연한 것. 김혜준은 정식 데뷔 전인 2014년 갤럭시 노트 4, 초코파이 등 들으면 알만한 브랜드의 얼굴로 활약하며 관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의 가장 유명한 광고 중 하나는 박카스 생일 파티 편. 청춘의 얼굴로만 담아낼 수 있는 고단함을 청량하게 표현해 많은 이들로부터 공감을 얻었다.


3

남다른 시작, 웹드라마와 SNL 코리아

<대세는 백합>

하지만 김혜준의 필모그래피가 남다른 이유는 따로 있었으니, 다른 배우들과 시작이 다르기 때문이다. 김혜준의 데뷔작은 웹드라마 <대세는 백합>이다. ‘웹드라마 데뷔’라는 타이틀의 시초를 연 배우인 셈. 데뷔 기약 없는 연습생 경주(김혜준)가 전직 아이돌 세랑(정연주)을 만나며 벌어지는 일을 담은 <대세는 백합>은 정연주와 김혜준의 파격적인 키스신으로 화제를 모으며 웹드라마라는 장르를 널리 알렸다.

<SNL 코리아>

김혜준의 초기 필모그래피의 또 다른 이색 경력, <SNL 코리아>다. 김혜준은 <SNL 코리아> 시즌 7의 크루로 활동했다. 깡이 부족한 편인데 생방송 무대에 오르는 구조니 담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으로 합류했다고. 이후 인터뷰를 통해선 소속사가 없었을 당시 <SNL 코리아> 측에서 많이 챙겨주었다며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4

한국의 세르세이 라니스터, <킹덤>의 계비 조씨

<킹덤>

김혜준 필모그래피의 전환점,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이다. 그는 탐욕으로 물든 빌런 계비 조씨를 연기했다. 자신의 아들을 통해 세자 이창(주지훈)을 밀어내고 조선의 권력을 쥐려 했던 인물이다. 시즌 1 방영 당시 김혜준은 연기력 논란에 시달렸다. 캐릭터에 어울리지 않는 발성과 어색한 시선 처리, 표정이 몰입을 방해했던 것. 놀랍게도 시즌 2에선 시즌 1의 벽을 뚫고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성장해 돌아온 김혜준의 연기력을 만날 수 있다. 김혜준은 인터뷰를 통해 시즌 1의 중전이 미숙한 모습이었다면, 시즌 2에선 보다 적극적으로 야망을 드러내기 때문에 전체적인 톤이나 분위기를 단단하게 잡으려 노력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중전의) 악행이 강렬해 개인적으로도 놀랐다고 밝힌 바 있다. 표정만으로도 극의 분위기를 뒤엎는 놀라운 성장을 선보인 김혜준은 <킹덤>의 계비 조씨 역을 통해 해외 시청자로부터 한국의 세르세이 라니스터라는 별명을 얻었다. 세르세이 라니스터는 <왕좌의 게임>의 악랄한 왕비 캐릭터다.


5

250:1 경쟁률 뚫고 캐스팅된 <미성년>

<미성년>

무려 250: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된 <미성년> 역시 김혜준의 필모그래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배우 김윤석의 연출 데뷔작이란 사실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던 이 작품에서 김혜준은 부모의 외도를 알게 된 고등학생 주리를 연기했다. 친구 엄마의 배에서 아빠의 아이이자 자신의 새로운 동생이 자라고 있는 날벼락 같은 상황.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상황을 받아들이며 찬찬히 성장해가는 주리의 감정 변화를 탄탄하게 다져나간 김혜준은 이 작품으로 제40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신인여우상을 수상했다.


6

차기작은 이영애와 함께

(왼쪽부터) 이영애, 김혜준

김혜준의 차기작은 드라마 <구경이>, 영화 <너와 나의 계절>이다. 영화 <너와 나의 계절>은 가수 김현식과 유재하의 이야기다. 김혜준은 극 중 유재하의 첫사랑 역을 맡아 송중기와 호흡을 맞췄다. 오는 10월 30일 첫 방송될 <구경이>는 이영애의 드라마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품. 게임과 술이 세상의 전부인 경찰 출신 보험조사관 구경이(이영애)가 완벽하게 사고로 위장된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을 파헤치는 코믹 탐정극이다. 김혜준은 미스터리한 여대생 케이, 송이경을 연기한다. 이영애와 함께 에너지를 주고받을 그가 또 어떤 색다른 모습으로 시청자를 놀라게 만들지 기대해보자.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