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엘리어트>를 채운 록 음악은 발표 순서와 러닝 타임이 얼추 일치한다. 티렉스의 마지막 불꽃과도 같은 'I Love to Boogie'가 등장한 이후, 70년대 초중반을 수놓은 글램록의 기수였던 마크 볼란이 세상을 떠난 뒤 태동한 펑크(Punk) 음악의 금자탑과도 같은 곡 'London Calling'이 사용됐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노조 시위 진압 시퀀스에서다. 무장한 경찰들이 거리를 메우고, 노조원들이 그들을 피해 바삐 움직인다. 그리고 보다 강력한 태도로 일관했던 노조 지도자인 토니가 온 동네를 뛰어다니며 몸을 피한다. 클래시의 'London Calling'의 에너제틱한 사운드가 처음엔 노조의 것처럼 보이지만, 노조원들이 흩어지고 홀로 떨어져 도망치는 토니의 처지가 계속됨에 따라, 음악은 폭압적인 시위대의 편에 서는 것처럼 편집됐다.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갈등도 금세 해결하고 넘어가는 <빌리 엘리어트>의 전개 때문일까, 이불보를 뒤집어쓴 채 거리에서 매를 맞고 피 흘리는 토니의 모습이 한껏 끔찍하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