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영화계, 여성 영화인들의 총결산을 볼 수 있는 자리가 있다. 매해 이맘때쯤 개최되는 '여성 영화인 축제'가 바로 그것. 12월 7일(수) 아트나인에서 열리는 2016 여성 영화인 축제에서는 올해 한국 영화산업에서 돋보였던 여성 영화인의 활약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여성 영화인 모임'의 시작
'여성 영화인 축제'를 처음 들어본다고? 그럼 먼저 '여성 영화인 모임'부터 알아보자.
'사단법인 여성 영화인 모임'은 영화 일에 종사하는, 같은 뜻을 지닌 영화인들이 설립한 모임이다. 이 모임의 시작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 부산국제영화제 당시, 여성 영화인 간담회에서 여성 영화인을 위한 단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고, 뜻있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영화계 내에서 여성 영화인들의 친목을 도모하고 여성 영화인들의 권익을 찾기 위한 단체가 필요했던 것. 무엇보다도 그들에게는 당시에 더 열악했던 여성 영화인의 인력을 골고루 분포시켜줄 역할이 필요했다.
여러 목표 아래 여성 영화인들이 뭉쳐 탄생한 이 단체는 2001년, 정식으로 '여성 영화인 모임'이라는 이름을 달고 출범했다. 이들은 '여성 영화인 축제'를 주관하며, 매해 다양한 부문에서 활약한 여성 영화인들에게 '올해의 여성 영화인 상'을 전달하고 있다.
매년 활약했던
여성 영화인들
2016년 여성 영화인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올해의 여성 영화인 상 시상식'이다. 최고상에 해당하는 '올해의 여성 영화인 상'과 '제작자상', '감독상'을 비롯해 '연기상', '신인연기상'까지 2016년 주목할만한 활약을 보인 다방면의 여성 영화인들을 조명한다.
수상자는 '올해의 여성 영화인 상' 후보선정위원회가 선정한다. 재미있는 건 '연기상'과 '신인연기상'의 선정 방법. 이 두 부문은 여성 영화인 모임의 회원들의 투표를 받아 선정한다. 영화계 내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는 동료 여성 영화인들이 선정하고 수여하는 상이라는 점에서 더 깊은 의미가 있다.
2015년 '올해의 여성 영화인 상'은 부산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으로 활약한 배우 강수연이 수상했다. '연기상' 수상자는 <화장>의 김호정, '신인연기상' 수상자는 <검은 사제들>의 박소담이다. 2014년 '연기상'의 수상자는 <한공주>의 히로인 천우희. 얼굴이 잘 알려진 배우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연기상을 수상했다는 게 흥미롭다. 그 외에도 배우 김민희, 임수정, 전도연 등이 연기상을, <화차>의 변영주 감독, <카트>의 배우 염정아 등이 여성 영화인 상을 수상했다.
올해에도 역시 스크린에서 여러 여성 영화인이 저만의 색을 뽐내며 반짝반짝 빛을 냈다. 여기 '2016 올해의 여성 영화인 상' 수상자를 소개한다.
2016 올해의 여성 영화인
<죽여주는 여자> 배우 윤여정
배우 윤여정은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부터 영화 <죽여주는 여자>까지, 올해 여러 작품에서 얼굴을 비쳤다. 여성 영화인 모임 후보선정위원회는 "여전히 현역으로서 당당하고 도회적이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현재 진행형인 배우 윤여정의 연기 열정에 후배들의 존경을 더하여 2016년 올해의 여성 영화인 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올해로 데뷔 50주년을 맞은 그녀에겐 더 뜻깊은 상이지 않을까? 앞으로 그녀의 데뷔 60주년, 70주년 모습이 더 궁금해진다.
연기상
<비밀은 없다> 배우 손예진
올해의 '열일 배우'로 손예진을 빼놓을 순 없다. 그녀는 <덕혜옹주>가 아닌 <비밀은 없다>로 수상자에 올랐다. 한 나라의 옹주로서 고고함을 지키던 '덕혜옹주'도 매력적이었으나, 그녀의 인생 연기를 꼽자면 <비밀은 없다>의 '연홍'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비밀은 없다>를 본 사람이라면 그녀의 연기가 어느 정도 경지에 올랐다는 걸 실감할 수 있을 터. 복잡한 감정을 내포한 광기에 가까운 모습은 관객들을 포함, 동료 영화인들까지 사로잡기에 충분한 에너지를 내보였다.
신인연기상
<아가씨> 배우 김태리
<아가씨>의 김태리는 올해의 모든 신인상을 휩쓸어갈 '역대급 신인'이 분명하다. 스크린 속에서 그저 '숙희'였던 그녀는 선배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하기에 손색없을 당찬 모습을 보여주었다. 깊은 얼굴에서 나올 다양한 캐릭터들이 더 궁금해진다.
감독상
<우리들> 윤가은 감독
<우리들>은 단연 올해의 독립영화다. <우리들>은 초등학생 사이의 연약한 감정의 선을 생생하게 구현한 윤가은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영화였다. 이 영화가 그녀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었던 것 또한 흥미롭다. 말로 표현하지 못할 감정들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녹여내는 그녀. 윤가은 감독의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이유다.
그 외 수상 부문
이 밖에도 여러 분야에서 여성 영화인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그 외 수상 부문은 다음과 같다.
각본상 <비밀은 없다> 이경미 감독
제작자상 <날, 보러와요>
OAL 김윤미 대표, 김이정 이사,
발렌타인필름 최연주 대표
다큐멘터리상
<불온한 당신> 이영 감독
기술상
<럭키> 홍예영 사운드 슈퍼바이저
홍보마케팅상
<글로리데이>, <우리들>, <자백> 등
엣나인필름
여성 영화인의 정체성을 분명히 구현하고 그 비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 '여성 영화인 축제'는 한국 영화산업 내에서 여전히 소수자의 위치에 서있는 여성 영화인을 조명하는 자리이기에 더 눈이 간다. 작은 단체이지만 꾸준하고 성실하게 제자리를 지키는 여성 영화인 모임. 예비 영화인이라면 이 단체의 문을 두드려봐도 좋다. 예비 영화인들 양성을 위한 워크샵은 물론, 여성 영화인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며 여성 영화인의 목소리를 내는 데도 힘쓰는 중이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코헤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