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균

<D.P.>에서 김성균은 군무이탈 담당관 박범구 중사를 연기했다.

“혹시 코로나 백신 맞으셨나요?” 인터뷰 말미에 던진 기자의 질문에 김성균은 “아직 못 맞았습니다. 맞으셨어요?”라고 되물었다. 기자는 “저도 아직입니다”라고 답했다. 넷플릭스의 화제작 <D.P.> 관련 인터뷰를 뜬금없이 코로나 백신 이야기로 시작해봤다. 얀센 백신을 맞지 못한 남성들. 국가에서 부여한 국방의 의무를 모두 끝마친 아저씨들이 각자의 모니터를 마주하고 앉아서 40여 분 간 대화를 나눴다. 김성균은 <D.P.>에서 헌병대 소속의 군무이탈 담당관, 줄여서 군탈담당관 박범구 중사를 연기했다. 당연히 박범구 중사가 이야기의 중심에 놓였다. 민방위까지 끝낸 아저씨들이 군대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해서 그랬을까. 인터뷰는 꽤 소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시시콜콜 다 옮기지 못했지만 그 분위기가 독자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근황을 살짝 공개해달라.

영화 촬영하고 있고, 얼마 전에 <싱크홀>이 개봉했는데 다행히 잘 되고 있다. 촬영과 홍보를 병행하고 있는 와중에 감사하게도 <D.P.>로 또 이렇게 시청자분들과 만나게 됐다.

여전히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시기다.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코로나19가 많은 변화를 만들었다. 일단 나는 아기를 키우고 있으니까. 다른 학부모님들도 비슷한 생각이 아닐까 싶다. 아이들에게 2년이라는 시간이 그냥 흘러간 것 같다. 그 시간이 너무 아깝다. 또 촬영 때문에 요즘 일주일에 한 번씩 코로나 검사를 받고 있는데 검사소에서 다들 아주 반갑게 맞아주신다. (웃음)

<D.P.>에 대한 질문을 시작해보자. 출연 제안받았을 때 <D.P.>의 어떤 점에 끌렸나.

일단 굉장히 흥미로운 소재였다.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20대 초반에 느꼈던 알 수 없는 그런 감성들이 떠올랐다.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서 혼자 외로움을 느끼고 청년, 그런 느낌이 있었다. 원작 웹툰도 읽어봤는데 표현력이 없어서 잘 표현을 못 하겠는데 그런 느낌이 좋았다.

청춘의 감성에 끌렸다면 안준호(정해인) 캐릭터에 약간 욕심이 났을지도 모르겠다.

(웃음) 이미 그 시기는 지나가 버렸다. 그들보다 어른이지만 동료가 되어서 공감하고 함께할 수 있는 박범구 중사 캐릭터도 굉장히 매력이 있다.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예전 군대 시절에 만났던 사람들을 떠올렸다고 했다.

내가 군대에서 생활할 때 만났던 그런 분들을 많이 떠올렸던 것 같다. 무섭기도 하지만 사병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그런 분들을 많이 생각했다.

박범구는 군생활 20년 이상 한 사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매우 자연스러운 연기였다. ‘짬밥’이 느껴지는 분위기였다.

(손사래를 치며) 감사하다.

그래서 궁금해졌는데 즉흥 연기가 많이 있었는지, 감독의 특별히 주문이 있었는지 알고 싶다.

감독님의 연기 디렉션이 독특하다. 내가 준비해간 연기를 전형적이지 않게 비트는 걸 좋아하시더라. 심각한 대사를 하는 와중에 (갈고리처럼 생긴 나무) 안마기를 쓰라고 한 게 기억난다. 내 기준으로는 어울리지 않고 따로 논다고 생각했다. 심각한 대사에는 심각한 행동을 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감독의 디렉션을 잘 따르는 배우이기 때문에, 일단 “해볼게요”라고 했는데 막상 연기하면서 너무 재밌었다.

그러면 배우로서의 즉흥 연기 같은 건 없었다고 보면 될까.

그렇다. 내가 준비해간 게 있긴 하지만 감독님의 기발함에 완전히 동의했다.

박범구 캐릭터에 대해 좀 더 얘기를 해보자. 연신 담배를 피우는 일상에 찌든 것 같은 직업 군인 박범구가 갑자기 정색을 하고 소리를 지를 때는 에너지가 확 느껴졌다. 안준호와의 첫 면담 장면에서 특히 그랬다. 그런 연기는 자연스럽게 나오는 건지 철저히 준비하는지 궁금하다.

시나리오를 볼 때 박범구는 굉장히 딱딱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을 만나면서 바뀌었다. 가볍게 가볍게 더 일상적인 직업 군인으로서의 모습으로 설정했다. 그러다 보니까 실제로 사용하는 일상적인 어투가 나올 때가 있었다. 서울말도 아니고 (김성균의 고향인) 대구말도 아닌, 내가 집에서 쓰는 말투가 나왔다. 안준호에게 (화난 연기를 하면서) “안 나가!” 이렇게 소리 지르는 게 거의 뭐 우리 아들한테 하는 거랑 비슷하다. (웃음) 사병들은 박범구에게는 아들 같은 존재이기도 하니까.

<D.P.>를 보면서 촬영 현장이 다른 현장과 달랐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로케이션 현장이 실제 군부대일까도 궁금했다.

우선 현장 분위기는 밝고 좋았다. 감독님과 스태프들이 준비를 많이 해서 그런지 착착착 돌아간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내무실 내부 같은 경우는 세트장이었고, 야외 신은 지금은 쓰지 않는 실제 군부대에서 촬영했는데 완전! 진짜! 리얼했다. 화단, PX, 면회실, 연병장 이런 것들이 그냥 예전 그대로였다.

재입대한 느낌이었나.

그런 느낌 들었다. (1화에서 안준호에게 D.P. 일을 제안한) 커피 자판기 앞 그 공간은 정말 예전 군 시절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원래 군대는 제대하면 아무나 다시 들어가지 못하는 곳 아닌가. 햇살이 쫙 들어오는 날씨 좋은 날에 거기에 앉아 있는데 괜히 묘한 느낌이 들더라.

함께 한 배우들은 어땠나. 정해인, 구교환 배우에 대해 짧게 얘기해달라.

해인이는 아주 배실배실 잘 웃는다. 굉장히 건강한 친구라는 느낌이 들었다. 교환이는 해인이보다 형인데 느낌상 동생 같았다. 우리 아들 같다는 표현을 했다. 아들이 9살인데, 정신 하나도 없는 애 있지 않나. (아버지 연기 톤으로)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젤리 그만 먹어!” (웃음) 재밌는 건, 정신없이 돌아다니다가 연기할 때 되면 또 막 진지하게 한다. 또 윤지섭 대위를 연기한 손석구 배우는 만나기 전에 좀 걱정을 했다. 생활 연기 톤으로 못된 역할을 연기한 걸 많이 봐서 이기적이고 그럴 줄 알았는데 너무 순박하다.

또 기억에 남는 배우가 헌병대장을 연기한 현봉식이었다. 현장에서는 어떤 느낌이었나.

(박장대소하며) 충격적인 사실은. 충격적이지 않을 수도 있는데 봉식이가 나보다 동생이다. 봉식이는 대학로에서 술도 한 잔씩 먹던 사이다. 그전에 다른 작품에서도 잠깐씩 만나기도 했는데 이번에 다시 만나게 됐다. 편하게 이야기하다가 연기를 시작하면 봉식이가 돌변했다. “박 중사!” 이렇게 소리 지르는데 정말 무서웠다. ‘얘도 천상 배우구나’라고 생각했다. 촬영 들어가니까 형이고 뭐 없더라. (웃음)

<D.P.> 이전 캐릭터에 대해서도 살짝 얘기를 해보고 싶다. 처음에는 조직폭력배, 살인마 이런 캐릭터로 영화에 출연했다. 그 뒤 <응답하라 1994>의 삼천포, <응답하라 1988>의 정환이(류준열) 아버지를 연기하면서 점점 호감형으로 바뀌었다.

캐릭터가 악역으로 시작했다가 삼천포(?!)로 갔다가 다시 이렇게 군인 아저씨로 돌아왔다. 이런 과정들이 재밌는 것 같다. 배우는 사람들한테 보여줘야 되는 직업이다. 악당을 연기했다가 코미디로 갔다가 하는 이런 변화를 어떻게 봐주실까 조마조마하고 걱정도 많이 한다. 그런데 그 캐릭터 사이에 있는 어떤 선을 오가는 게 재밌다.

연기 변신을 즐긴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런 점에서 특별히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을까.

늘 인터뷰할 때 늘 하는 얘기지만 SF 장르, 히어로물을 하고 싶다. 유치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슈퍼히어로 장르도 정말 좋아한다.

최근에 마동석, 박서준 등 국내 배우들이 마블 영화에 출연하기 시작했는데 욕심을 내봐도 되지 않을까.

영어가 안 돼가지고. (웃음) 예전에 미국 드라마 <히어로즈> 재미있게 봤다. <히어로즈> 같은 일상 속 영웅이 나오는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

예전 작품 얘기를 하다 보니까 유치한 질문을 해보고 싶어졌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이하 <범죄와의 전쟁>)와 <응답하라> 시리즈 둘 중에 하나만 꼽으라면.

진짜! 둘 다 포기할 수 없다. <범죄와의 전쟁>은 연극 하던 살림이 넉넉하지 않게 살아가던 배우를 이끌어준 작품이다. 그 작품으로 신인상을 많이 받아서 앞길을 열어준 작품이다. <범죄와의 전쟁>이 없었으면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배우 생활을 그만둘 생각에 오디션도 대충 봤을 정도였으니까. <응답하라> 시리즈는 김성균이라는 배우를 대중들한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게, 쓰임새가 많게, 폭넓게 쓰일 수 있게 만들어준 작품이다. 그래서 둘 다 포기할 수 없다.

그래도 하나만 꼽자면.

살려 달라! (웃음)

유치한 질문에 대한 김성균의 반응이 재밌어 기사에 내보내지 않는, 오프 더 레코드(Off the Record)를 전제로 지금 상영 중인 <싱크홀>과 <D.P.> 가운데 어떤 작품에 더 애정이 가는지 물어봤다. 우문현답(愚問賢答)이라고 했다. 김성균은 <싱크홀>과 <D.P.>가 자신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설명했다. <싱크홀>에 대한 대답은 이미 다른 인터뷰에서 찾아볼 수 있기에 <D.P.>에 대한 답변을 싣는다.

<D.P.>는 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캐릭터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작품인 것 같다. 연기를 재미있게 했다. 한준희 감독님과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나에게 굳어 있던 어떤 연기 패턴들을 많이 풀어낼 수 있었다.

나아갈 방향이라고 한다면 이제 중년, 아저씨 캐릭터를 연기하는 걸로 단순화시켜도 될까.

그렇기도 하지만, 중요한 건 어떤 역할에 대한 고정 관념이나 이런 걸 좀 깨고 더 자유롭게 그 상황 안에서 연기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거다. 예전에는 연기하면서 겁을 좀 많이 냈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D.P.>의 박범구처럼 김성균 배우도 연기한 지 꽤 오래됐으니 직업 군인의 속칭 ‘짬바’ 같은 게 나올 시기가 된 게 아닐까. 직업 배우로서 가능하지 않을까.

여기서 잘못 얘기하면 큰일 난다. 선배들이 보면… (웃음) 그냥 이 캐릭터를 너무 재미있게 했기 때문에 조금 더 연구를 해봐야겠다, 이런 방향성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얘기는 없나.

너무 편하게 인터뷰를 하게 돼서 할 말은 다 한 것 같다.

그렇다면 차기작 얘기를 좀 해달라.

(<명량> 김한민 감독의 후속작) <한산: 용의 출현>은 촬영을 마쳤다. 지금은 <오픈 더 도어>라고 <명당> 같이 했던 박희곤 감독님 작품을 신혜선, 강태오 배우와 함께 촬영하고 있다. 또 넷플릭스에서 제작하는 액션 영화 <서울대작전>이라는 작품도 내 분량의 촬영을 기다리며 준비하고 있다.


글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

사진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