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시네마서비스라는 회사에 들어가 처음 추석시즌 영화로 배급을 맡게 된 영화는 이정재, 이미숙 주연의 <정사>였습니다. 당시 삼성영상사업단에서는 <처녀들의 저녁식사>를 그리고 일신창투에서는 <키스할까요?>를 꺼내 들고 나오는 바람에 이렇게 3편이 추석 스크린 경쟁을 치르게 됩니다. 당시는 멀티플렉스 시대가 아니고 단관이거나 고작해야 2~3개 정도의 스크린을 가진 복합상영관 때라 극장 확보 경쟁이 매우 치열했었습니다. 특히나 추석 같은 흥행 시즌에는 사활을 걸어야만 했었죠. 잘못하다가는 잘리거나 다른 부서로 이동까지도 갈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당시 서울지역은 15개 극장을 기준으로 더 확보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싸움이었습니다. 15개까지는 겨우 확보했을 때쯤에 결국 큰일이 터지고 맙니다. <정사>를 해주기로 한 모 극장에서 우리 영화를 못 해주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처녀들의 저녁식사>, <키스할까요?>는 해주기로 하고 말이죠, 말문이 막히고 정신이 어질어질, 결국 참던 화가 터지고 말았습니다.
‘뭐라고요! 처녀와 키스만 하겠다고요, 처녀와 키스만 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정사도 하기로 약속하셨잖아요, 그렇게 말해놓고 정사를 안 하면 그게 사람입니까? 정사해주셔요!’
회사 사람들이 저를 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을 때는 이미 늦은 후였죠,
좀 야한 이야기가 되어 버렸네요, 죄송합니다.
지금 코로나로 인해 많이들 힘에 겨우리라 봅니다. 그래도 추석이면 어김없이 휘영천 밝은 보름달이 뜨듯, 지금 이 어려움도 반드시 지나갈 것입니다. 이번 추석에는 보름달과 함께 큰 위안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