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유의 명절 추석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밤하늘을 바라보니 달도 차고 있네요. 그래서 잠시 추석영화들을 살펴볼까 합니다. 추석은 흥행판에서는 전통적 시즌이요, 불변의 흥행 시즌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긴 연휴와 추석이 주는 그 풍요로움으로 인해 여유가 존재해서 일 것입니다. 이러한 명절 때면 극장은 빠질 수 없는 엔터테인먼트가 됩니다. ‘극장 구경 간다’라는 말이 나온 것이 설과 추석시즌이었으니 그도 그럴 만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전국에서 극장 구경들을 나서니 극장마다 관객들로 대성황을 이룹니다. 덕분에 흥행되는 영화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80년대부터 10년 단위로 살펴보면, 80년대 최고 흥행영화는 이장호 감독의 <어우동>이었습니다. 당시 한국영화계가 에로티시즘으로 범벅이 되었을 때라 당연한 결과가 아닌가 합니다. 90년대 최고의 흥행영화는 99년에 개봉된 <식스 센스>로 공포영화가 추석 시즌 흥행이 된 유일한 케이스이자 당시 최고의 반전을 선사한 영화이기도 하였습니다. 2000년대 최고의 흥행영화는 2000년에 개봉된 <공동경비구역 JSA>이었고 2010년대에는 2012년에 개봉된 <광해, 왕이 된 남자>입니다. 역대 흥행순위를 살펴보면, 1위 <광해, 왕이 된 남자>, 2위 <관상>, 3위 <밀정>, 4위 <범죄도시>, 5위 <사도>, 6위 <타짜>, 7위 <안시성>, 8위 <나쁜 녀석들: 더 무비>, 9위 <가문의 위기 - 가문의 영광 2>, 10위 <타짜- 신의 손> 순입니다. (‘kobis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 기준)

추석영화로 가장 많이 등장한 배우로는 1979년 추석에 개봉되어 어마어마한 히트를 친 <취권>과 함께 ‘추석하면 성룡’ 이라는 공식을 만들어낸 성룡이 아닌가 합니다.

추석 최고의 프랜차이즈 영화로는 <가문의 영광> 시리즈로 2002년 개봉된 1편은 당시 추석 영화 중에서 1위를 차지합니다. 이어 <가문의 위기>가 다시 1위를 그리고 <가문의 부활>은 2위를, 다시 2011년 <가문의 수난>이 1위를 차지합니다.

재개봉을 했음에도 흥행을 한 영화도 있습니다. 62년에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던 <벤허>가 72년 10주년 기념으로 대한극장에서 재상영되어 흥행한 적이 있습니다.

외국영화가 대세였던 8, 90년대 추석 시장에 한국영화 부활의 불씨를 살린 영화가 있습니다. 1997년에 개봉되어 ‘A Lover’s Concerto’를 인기곡으로 만든 영화 <접속>이 그 장본인입니다. 이렇게 가능성을 타진한 한국영화는 2000년 <공동경비구역 JSA>를 시작으로 매년 1위를 차지하기 시작합니다. (2008년 <맘마미아!> 제외>)

본인이 시네마서비스라는 회사에 들어가 처음 추석시즌 영화로 배급을 맡게 된 영화는 이정재, 이미숙 주연의 <정사>였습니다. 당시 삼성영상사업단에서는 <처녀들의 저녁식사>를 그리고 일신창투에서는 <키스할까요?>를 꺼내 들고 나오는 바람에 이렇게 3편이 추석 스크린 경쟁을 치르게 됩니다. 당시는 멀티플렉스 시대가 아니고 단관이거나 고작해야 2~3개 정도의 스크린을 가진 복합상영관 때라 극장 확보 경쟁이 매우 치열했었습니다. 특히나 추석 같은 흥행 시즌에는 사활을 걸어야만 했었죠. 잘못하다가는 잘리거나 다른 부서로 이동까지도 갈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당시 서울지역은 15개 극장을 기준으로 더 확보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싸움이었습니다. 15개까지는 겨우 확보했을 때쯤에 결국 큰일이 터지고 맙니다. <정사>를 해주기로 한 모 극장에서 우리 영화를 못 해주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처녀들의 저녁식사>, <키스할까요?>는 해주기로 하고 말이죠, 말문이 막히고 정신이 어질어질, 결국 참던 화가 터지고 말았습니다.

‘뭐라고요! 처녀와 키스만 하겠다고요, 처녀와 키스만 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정사도 하기로 약속하셨잖아요, 그렇게 말해놓고 정사를 안 하면 그게 사람입니까? 정사해주셔요!’

회사 사람들이 저를 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을 때는 이미 늦은 후였죠,

좀 야한 이야기가 되어 버렸네요, 죄송합니다.

지금 코로나로 인해 많이들 힘에 겨우리라 봅니다. 그래도 추석이면 어김없이 휘영천 밝은 보름달이 뜨듯, 지금 이 어려움도 반드시 지나갈 것입니다. 이번 추석에는 보름달과 함께 큰 위안 받으시기 바랍니다.


글 | 이하영

하하필름스 대표, 《영화 배급과 흥행》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