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소셜 네트워크>(2010)가 11년 만에 재개봉했다. 개봉 당시에도 폭넓게 호평받은 <소셜 네트워크>는 2010년대 최고의 영화를 꼽는 리스트에서 빈번하게 이름을 올리는 명작 반열에까지 올랐다. <소셜 네트워크>에 관한 팩트들을 정리했다.


* <소셜 네트워크>는 ‘공식적으로’ 벤 메즈리치의 2009년 저서 <엑시덴탈 빌리어네어즈>를 각색한 작품이다. 하지만 시나리오 작가 아론 소킨은 책을 처음 읽었을 때 이미 시나리오의 80%를 완성한 상태였다. 출판사가 책을 내기 전에 영화 제작자들에게 14페이지의 제안서를 보내왔고, 소킨은 3 페이지만 읽고서 바로 하겠다 답하고 작업에 들어갔다.

원작 에세이, 아론 소킨

* <조디악>(2007)이 데이비드 핀처의 첫 디지털 영화로 알려져 있지만, 영화 전체를 디지털로 찍은 건 <소셜 네트워크>가 처음이다. 267시간에 달하는 촬영분의 데이터는 3만5천 기가바이트, 필름으로 따지면 145만 피트에 맞먹는 분량이다.

<소셜 네트워크> 촬영 현장

* <트랜스포머> 시리즈로 한창 주가를 올리던 샤이아 라보프가 마크 주커버그 역을 거절한 후 제시 아이젠버그가 캐스팅 됐다. 조나 힐은 션 파커의 배우로 물망에 올랐으나 데이비드 핀처가 힐이 그 역할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면서 결국 저스틴 팀버레이크에게 돌아갔다.

* 제시 아이젠버그는 리서치를 위해 마크 주커버그의 대학 원서를 열람했다. 펜싱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에세이를 본 아이젠버그는 직접 펜싱 강의를 들어봤고, 주커버그의 자세나 움직임이 펜싱의 영향이 크다는 걸 깨달았다.

* 아미 해머는 쌍둥이 연기를 위해 <데드 링거>(1988)의 제레미 아이언스를 연구했다.

<데드 링거>

* 션 파커 역의 저스틴 팀버레이크를 제외하고, 어느 배우도 자기가 연기할 실제 인물들을 만나지 않았다. 파커는 팀버레이크를 만났을 때 아론 소킨의 시나리오 속 인물은 실제와 많이 다르기 때문에 자기가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거라고 말했다고 한다.

* 아론 소킨의 대본은 178페이지였다. 웬만한 3시간 짜리 영화에 준하는 분량인데, <소셜 네트워크>의 러닝타임이 2시간이니 대사가 얼마나 많은 건지 가늠해볼 수 있다. 제작사에서도 30페이지 정도 줄이라고 했지만, 데이비드 핀처는 그 분량 그대로 가기로 했다. 오프닝 신은 영화사 로고가 뜰 때부터 이미 대사가 시작된다.

* 오프닝의 긴 대화는 시나리오만 8장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대사 양을 자랑한다. 더군다나 제시 아이젠버그와 루니 마라는 이 신을 무려 99번이나 촬영했다.

* 데이비드 핀처는 에리카한테 차인 마크가 기숙사로 돌아가는 여정과 함께하는 오프닝크레딧 시퀀스에 엘비스 코스텔로의 노래 ‘Beyond Belief’를 사용하려고 했다. 모두가 그걸 빼라고 말했지만, 핀처가 음악감독 트렌트 레즈너가 만든 ‘Hand Covers Bruise’를 듣기 전까진 포기하지 않았다.

* 영화에 쓰인 ‘레드 원’ 카메라 4대 중 2대는 촬영까지 스스로 도맡는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에게서 대여했다.

스티븐 소더버그

* 하버드 대학교는 <러브 스토리>(1970)를 찍고 난 후 캠퍼스가 망가졌다는 이유로 촬영을 허락하지 않아 캠퍼스 신들은 메릴랜드의 존스 홉킨스 대학교, 메사추세츠의 필립 아카데미와 밀튼 아카데미에서 찍었다. 그래도 하버드 캠퍼스의 상징적인 건축물 하나 정도는 찍어야 했기에, 오프닝에서 마크 주커버그가 (하버드 대학교 소유가 아닌) 하버드 스퀘어를 지나가는 걸 찍으면서 주변 하버드 구조물을 담아냈다.

<러브 스토리>

* ‘더페이스북’ 상단 배너는 마크 주커버그의 친구 앤드류 맥칼럼이 디자인 한 젊은 시절 알 파치노의 얼굴이었다. 영화엔 주커버그를 연기한 제시 아이젠버그의 초상이다.

* 윙클보스 쌍둥이의 친구 디브야 나렌드라는 인도인이 아닌 배우 맥스 밍겔라가 자기를 연기한 걸 보고 깜짝 놀랐다. 특히 다급한 상황에서 대화를 이어가는 연기가 탁월했다고 평가했다.

디브야 나렌드라 / 맥스 밍겔라

* 마크가 LA 공항에 에두아르도를 마중나가는 걸 잊은 걸로 그리지만, 사실 마크 주커버그는 에두아르도 세버린을 공항에서 픽업 했다. 캐릭터에 깊이를 부여하기 위해 바꾼 것. 이 대목에서 마크와 에두아르도의 관계는 겉잡을 수 없이 틀어지고 만다.

* “마크는 학교 스타가 됐죠. 노벨 수상자 19명, 퓰리처 수상자 15명, 올림픽 유망주 2명, 영화배우 1명보다 더.” 이 배우는 1999년부터 2003년까지 하버드를 다닌 나탈리 포트먼이다. 포트먼은 하버드의 파이널 클럽 회원과 데이트를 할 당시 아론 소킨을 파티에 초대해 그가 파티에서 오가는 대화를 엿들어 하버드생들의 사교생활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왔다.

2015년 하버드 행사에서 연단에 오른 나탈리 포트먼

* 제시 아이젠버그는 촬영 전 조사를 위해 당시 그가 듣고 있던 라디오 방송의 호스트였던 피터 사갈의 이름으로 가짜 계정을 만들었다. 영화를 다 찍고 난 후 계정은 삭제했다.

피터 사갈

* 흔히 아미 해머가 윙클보스 형제 역을 1인2역을 맡았다고 알려졌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카메론은 아미 해머가, 타일러는 폴로 모델 출신의 조쉬 펜스가 얼굴 아래를 맡고 타일러를 연기하는 해머의 얼굴을 합성한 결과물이다. 한편 펜스의 얼굴은 마크와 에두아르도가 클럽 화장실 앞에서 “여자들이 화장 고치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남자에게서 확인할 수 있다. 대학 시절 조정 선수로 활약한 바 있는 펜스는 대회에서 실제 윙클보스 형제와 겨뤄본 적이 있다.

조쉬 펜스

* 빌 게이츠 전문 대역 배우 스티브 사이어스가 하버드에 강연 온 빌 게이츠를 연기했는데, 목소리는 드레드 머리를 한 24세의 아프리카계 아메리칸 남성의 목소리를 더빙해 게이츠와 싱크로율을 높였다.

* 마크 주커버그는 영화 속 션 파커가 첫 미팅 때 애플티니를 주문하는 장면을 보고 처음 마셔본 후 그게 아주 마음에 들어 페이스북 공식 음료로 지정했다.

* 마크와 션이 빅토리아 시크릿 창업주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나이트클럽 신. 엑스트라들은 그저 춤추는 시늉만 하고, 음악은 후반작업에서 더해졌다. 그런 와중에 제시 아이젠버그와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음악 소리가 빵빵 울리는 가운데 대화 한다는 설정을 위해 크게 대사를 던졌다.

* 제시 아이젠버그가 유독 어려워한 신이 있다. 캘리포니아 사무실에서 동료들이 수영장에서 노는 걸 카메라로 찍는 대목이다. 본래 마크 주커버그 역시 그들과 어울려 놀았다고 하는데, 아이젠버그는 도저히 주커버그가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낼 수가 없어 그냥 주커버그가 촬영만 하고 있는 걸로 수정됐다.

* 데이비드 핀처가 가장 좋아하는 대사는 “계산 맞는지 확인 좀. 네, 저랑 같네요”다. 에두아르도가 투자한 돈이 기존의 1,000달러에 18,000달러를 더해 총 19,000 달러라는 에두아르도 측 변호사 말에 마크가 잠시 계산하더니만 내뱉는 말이다.

* 아이젠버그와 앤드류 가필드는 촬영 중에 굉장히 친해졌다. 친해지는 바람에 오히려 마크와 에두아르도의 신경전을 보여주는 게 더욱 까다로워질 정도로.

* 전작 대부분을 각각 다른 아티스트에게 영화음악을 맡겼던 데이비드 핀처는 <소셜 네트워크>부터 최신작 <맹크>까지 줄곧 트렌트 레즈너와 애티커스 로스 듀오를 영화음악 감독으로 기용해오고 있다. 사실 그들의 연은 <소셜 네트워크>가 처음이 아니다. 핀처는 <세븐>(1995)에 트렌트 레즈너가 이끄는 밴드 나인 인치 네일스의 'Closer'를 사용했고, 2005년엔 'Only'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바 있다.

* 아론 소킨은 데이비드 핀처의 성화에 못 이겨 마크와 에두아르도가 뉴욕에서 만나는 광고주를 연기했다. 마크가 거의 졸면서 입으로 소리를 내는 걸 기분 나빠하던 그 자다.

아론 소킨

* 아미 해머는 조정 선수인 윙클보스 형제의 몸을 만들기 위해 정크 푸드를 먹으면서 체중을 불렸는데, 조정 연습을 하면서 다 빠졌다.

* 페이스북 100만 돌파하는 신에서 마크는 생활용품 브랜드 ‘암 앤 해머’ 티셔츠를 입고 있다. ‘암 앤드 해머’는 윙클보스 형제를 연기한 아미 해머의 증조부 아먼드 해머가 세운 회사로, 아미 해머의 이름 역시 증조부에게서 따왔다. 아먼드 해머, 암 앤드 헤머, 아미 해머!

* 페이스북이 100만 회원을 넘는 순간 스크린에 1,000,046 이라고 뜨는데, 제작진은 이 순간의 러닝타임을 1시간 46분 46초에 맞췄다.

* PG-13 등급을 받기 위해 여러 군데를 매만졌다. 페이스매치를 만든 후 마크가 강의실에서 어느 여학생으로부터 “U dick”이라는 쪽지를 건네 받는데, 이 멘트 역시 순화한 것이다. 션 파커 일행이 코카인 파티를 벌이는 신은 섹슈얼한 뉘앙스로 인한 R등급을 피하고자 여자들의 몸과 약물을 한 프레임에 잡지 않았다.

* 영화 속 세 주연배우 제시 아이젠버그, 앤드류 가필드,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각각 <좀비랜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프렌즈 위드 베네핏>에서 엠마 스톤과 호흡을 맞췄다. 가필드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를 찍으면서 스톤과 연인이 됐다.

* 직원들한테 떠밀려 <소셜 네트워크>를 보게 된 마크 주커버그는 당연히 영화를 달가워 하지 않았다. “살아 있는 동안 아무도 자기에 대한 영화를 만들지 않길 바란다”던 그는 영화 속 이야기는 대부분 허구라고 해명했다. 페이스북을 코딩하는 데에만 몰두했던 자기 삶이 그리 파란만장했을 리 없고, 페이스북을 만들게 된 동기도 영화처럼 에리카 올브라이트에 대한 감정이나 여자를 꼬시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주커버그가 실제와 같다고 인정한 건 단 하나. 영화에서 마크가 입고 다니는 후리스와 셔츠만큼은 진짜 당시에 입었던 것과 똑같았다고 한다.

마크 주커버그

* 자폐증 전문가 템플 그랜딘은 영화 속 마크 주커버그의 증세가 아스퍼거 증후군이라고 진단했다. 아인슈타인,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 등도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았다고 알려져 있다.

* 201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 감독상 등 총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 수상한 건 각색상, 음악상, 편집상. 편집상은 파이널컷 프로로 편집한 영화 중 처음으로 오스카를 수상했다.

* <소셜 네트워크>가 개봉하고 3년 뒤 데이비드 핀처는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Suit and Tie’ 뮤직비디오를 연출했다. 현재로선 핀처의 마지막 뮤직비디오다.

* <소셜 네트워크>의 마지막 장면은 아론 소킨이 연출했다. 데이비드 핀처는 현장을 떠나겠다고 발표했고, 소킨은 제작진이 자기한테 와서 어떻게 찍으면 되겠냐고 물을 때까지 그게 농담인 줄로만 알았다.

* 엔딩에서 “페이스북은 5억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기업 가치는 250억 달러로 추정된다”라는 자막이 뜬다. 11년이 지난 현재 페이스북은 28억 명 이상의 회원수, 1조 달러 이상의 기업 가치를 자랑한다.


씨네플레이 문동명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