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질 듯 뜨거운 조명 아래서 단 5분. 그 안에 제 모든 걸 보여주기 위해 에너지를 내뿜던 걸그룹 멤버들이 무대를 옮겨 스크린 위에 섰다. 비슷한 활동 시기를 공유하며 음악 방송에서 얼굴을 맞대던 이들이 동시기 극장가에서 조우한 것을 보며 반가운 마음이 드는 건 기자뿐만이 아니리라. 그때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걸그룹 멤버들의 최신작을 정리해봤다.


임윤아

기적

윤아는 데뷔와 동시에 연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2007년 소녀시대 데뷔와 함께, 드라마 <9회말 2아웃>(2007)에 출연하며 '배우 임윤아'란 수식어를 달았다. 그렇기에 윤아에겐 '걸그룹 출신 배우'라는 말은 다소 어폐가 있다. 가수와 연기자 영역에서 모두 14년의 경력을 쌓아왔으니 말이다. 그만큼 윤아는 독보적인 필모그래피를 지녔다. <공조>(2017) 출연 전까지 주로 브라운관에서 두각을 드러내던 윤아는 <공조>와 <엑시트>(2019)가 연이어 흥행하며 충무로까지 제 영역을 넓혔다. 특히 스크린 첫 주연작인 <엑시트>가 940만 관객을 끌어모으며 다음 행보를 기대하게 만들었는데. 성수기를 장식한 <엑시트>와 <공조>가 그랬듯, 이번에도 추석 시즌을 정조준한 작품 <기적>으로 관객들 앞에 다시 섰다. 간이역 하나 생기는 게 인생의 목표인 준경(박정민)을 이끌어 주는 친구 '라희'를 연기할 예정. 경상북도 봉화군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기적>을 통해 윤아는 처음으로 사투리 연기에 도전했다. <기적> 이후에도 이미 3편의 영화, <해피 뉴 이어> <공조: 인터내셔날> <2시의 데이트>가 기다리고 있는 만큼 '배우 임윤아'의 필모그래피는 나날이 견고해질 일만 남아있다.


방민아

최선의 삶

올해의 독립 영화라 불러도 무방할 만큼 평단과 관객 모두의 호평을 끌어안은 영화 <최선의 삶>은 방민아의 새로운 얼굴을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제4회 문학동네 대학소성살 수상작인 동명의 임솔아 소설을 각색한 영화로, 방민아는 모든 관계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 강이를 연기한다. 무대 위에서 걸스데이가 펼쳐낸 이미지라거나, <미녀 공심이>(2016)에서 마주했던 방민아의 이미지를 떠올린 이들이라면 놀랄 수밖에 없을 만큼. <최선의 삶> 속 방민아는 다르다. 고독과 쓸쓸함이 버무려진 강이의 내면을 정면으로 마주 보며 그 속내를 하나하나 담아낸 그는,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얼굴과는 전혀 다른 표정을 짓고 있다. 2013년 영화 <홀리>를 통해 처음 연기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방민아는, 이후 연기자로서 그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온전히 담아낼 영화와는 다소 연이 없었는데. <최선의 삶>을 만나게 되며 방민아라는 배우가 지닌 능력과 진심을 남김없이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많은 이들은 이제 기다리고,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배우 방민아가 보여줄 다음 얼굴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말이다.


한승연

쇼미더고스트

이미 배우로서 두둑한 필모그래피를 지닌 한승연 역시 독립영화 한 편을 들고 관객 앞에 섰다.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으며 2관왕을 기록한 <쇼미더고스트>를 통해서다. 카라라는 이름을 달고 무대 위에 서기 훨씬 전.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1997) 속 짧게 지나가는 아역을 맡으며 배우의 꿈을 꿈틀거린 한승연은, 카라로 데뷔한 이후엔 캐릭터의 비중을 막론하고 찬찬히 연기 경험을 쌓아왔다. 그 시간들을 증명하듯, <쇼미더고스트>에서 한승연은 쉽지 않은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해내며 긍정적인 평가를 끌어냈다. 집에 귀신이 들린 것을 알게 된 20년 지기 절친 예지(한승연)와 호두(김현목)가 귀신보다 무서운 서울 물가에 맞서 귀신 퇴치에 나서는 셀프 퇴마 코미디,라는 범상치 않은 장르의 이야기를 현실적이면서도 위트있게 풀어낼 수 있었던 데에는 한승연의 공이 컸다. 집이라는 공간을 지키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퇴치를 이어가는 한승연의 얼굴은 코믹스러움과 짠함을 모두 담아내며 지금을 살고 있는 청춘 세대의 상황을 적절히 묘사해냈다.


한선화

영화의 거리

배우 한선화 역시 첫 장편 영화 주연작 <영화의 거리>를 통해 추석 극장가를 찾는다. 로케이션 매니저와 감독으로 부산에서 다시 만난 헤어진 연인 선화(한선화)와 도영(이완)의 로맨스를 그리는 작품으로, 한선화는 선화를 연기한다. 마치 한선화가 운명처럼 만나게 될 캐릭터였다는 듯, 캐릭터 이름 역시 선화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특히 <영화의 거리>에서 한선화는 연기 인생 처음으로 사투리를 구사하는데, 한선화의 고향이 부산이었기 때문에 부산 특유의 억양이 자연스럽게 살아 영화에 녹아있다. 영화는 처음이지만, 이미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두터운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한선화는 <영화의 거리>를 통해 한층 깊어진 연기를 보여줄 예정. <영화의 거리> 이후 이미 차기작도 정해졌다. 티빙 오리지널 <술꾼도시여자들>을 통해 이선빈, 정은지, 최시원과 함께 호흡을 맞춘다. ‘술꾼도시여자들’은 퇴근 후 술 한잔이 인생의 신념인 세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미깡 작가의 ‘술꾼도시처녀들’을 원작으로 한다.


씨네플레이 유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