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경은 반전 서사를 가진 인물이에요. 맡은 역에 대해 주변에 자세히 말할 수가 없어서 그동안 답답했을 것 같아요.
맞아요. 지금도 너무 답답해요. 너무 말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으니까요. 주변 분들을 시사회에 초대해서 영화가 어땠는지 재밌었는지 물어보려면 어쩔 수 없었어요. 객관적인 질문도 던지면서 반응을 봐야 하니까 쭉 비밀로 간직했어요.
이제 드디어 말할 수 있게 됐네요. 개봉이 더 반갑겠어요.
너무요! 소화제 먹기를 30분 앞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사이다 마시기 직전? 지금 딱 그 느낌이에요.
시나리오 첫인상이 궁금해요. 당연히 후반부의 반전을 다 알고 읽었죠?
네. 그래서 재미가 덜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더라고요. 알고 읽었는데도 ‘헉’ 했던 지점이 있었어요. 아시죠! 거기서 저도 모르게 또 ‘헉’ 했어요. 제 캐릭터뿐만 아니라 저와 소통하는 다른 캐릭터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준경, 아빠 태윤(이성민), 마을 사람들 모두 개성이 살아있고 저마다의 서사를 갖고 있어서 좋았어요.
보경은 곧, 준경이 간이역에 집착하게 된 이유와도 같아요. 역할의 무게에서 오는 부담은 없었나요.
처음엔 뭘 따로 준비해야 하나 싶었는데, 진짜처럼 하자고만 생각하게 됐어요. 매 순간 매 장면에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뿐이었어요.
오디션을 보고 <기적>에 함께하게 됐다고 들었어요.
지난 작품을 함께 했던 언니가 <기적> 연출부에 계셨어요. 언니가 시나리오를 보내주셔서 읽었는데 너무 재밌는 거죠. <기적> 오디션을 보고 있다는 소식은 꽤 오래전부터 들어서 알고는 있었어요. 아는 분들이 오디션을 보기도 하셨고요. ‘이게 왜 아직도 캐스팅이 안 됐지?’ 싶었죠. “이미 늦은 거 아니에요, 언니?” 했는데 오디션을 볼 수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바로 봤어요. <기적> 오디션은 다른 오디션이랑은 좀 달랐어요. 양원역에서 보경이와 준경이가 울며 싸우는 장면이 있는데, 감독님이 그 장면을 꽤 많이 시켜보셨어요. 못해도 10번은 했던 것 같아요. 제가 눈물을 잘 쏟아내는 편은 아니에요. 그런데도 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눈물을 짜냈어요. 하도 울어서 나중엔 눈이 아프더라고요. 속으로 ‘이쯤 하면 되겠지’, ‘이쯤 하면 되겠지’ 했는데, 감독님은 계속 계속 시키셨어요. ‘내가 너무 못하나?’ 생각했죠. 다행히 캐스팅이 됐어요.
어떤 점을 좋게 봤던 걸까요. 이장훈 감독에게 캐스팅 이유에 대해 들은 것이 있나요.
현장에 가서도 그 장면이 가장 어려울 텐데, 그때도 잘 소화할 수 있을지 파악하려고 계속 시켰다고 하셨어요. 캐스팅 이유는 저도 인터뷰로 본 건데 제가 웃는 게 보경이 같았다고 말씀하셨더라고요.
<기적>에서 보경은 희생을 감수하는 인물이에요.
그런데 거기에 ‘기꺼이’라는 말이 들어갈 것 같아요. 아빠와 동생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희생할 줄 아는 캐릭터. 그때 그 시절을 제가 잘은 모르지만, 저희 고모들만 해도 막내인 아빠를 대학에 보내려고 일찍부터 일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저희 영화 초반에도 보경이가 “저는 대학 안 가요”라고 하는 게 나와요. 보경이도 어려서부터 엄마 대신 준경, 태윤을 보필해왔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