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고 화제작 중 하나인 넷플릭스 시리즈 <D.P.>는 정해인, 구교환, 조현철과 더불어 시선을 사로잡는 조연 배우들의 발견의 장과도 같았다. 씨네플레이는 <D.P.> 속 탈영병을 연기한 배우들을 소개한 바 있다. 그 외에 황장수, 허기영, 류이강, 문영옥 등의 캐릭터와 그들을 연기한 배우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황장수 신승호

군대 이야기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요소 중 하나, 바로 악마 같은 선임이다. 황장수는 <D.P.>를 보는 뭇 군필자 관객에게 PTSD를 안겨주는 존재다. 갓 들어온 신병 안준호(정해인)을 못이 튀어나온 벽으로 가차없이 밀치고, 어머니가 보낸 뜯지도 않은 편지를 멋대로 뜯어 맞춤법을 지적하고 가난한 집을 조롱한다. 그게 아마 그게 황장수의 악행 중 그나마 묘사할 만한 것일지도 모른다. 황장수 역시 되물된 폭력의 피해자일 수도 있다는 여지 따위 남기지 않고, 마지막까지 단 한번도 진심으로 제 악행을 반성하지 않는 채로 그리는 건 분명 <D.P.>의 미덕이라 할 만하다. 마치 준호의 아버지를 비추던 것처럼.

신승호는 2016년 슈퍼모델 선발대회를 통해 연예계에 데뷔해, 웹드라마의 대중화를 이루게 한 입지전적인 작품 <에이틴>의 남시우 역으로 널리 얼굴을 알렸다. 시리즈의 히로인 도하나(신예은)만을 바라보는 순정파인 <에이틴>(2018)의 남시우만을 기억하는 이들은 황장수의 폭력적인 모습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에이틴> 이후 <좋아하면 울리는> <열여덟의 순간> <계약연애> 세 편의 하이틴 드라마에 연달아 출연한 신승호는 올해 초 개봉한 스크린 데뷔작 <더블 패티>에서 레드벨벳 아이린과 호흡을 맞췄다. 황장수를 연기한 신승호가 아직 미필이라는 사실이 상당히 화제를 모았는데, 어릴 적 축구를 하고 학부도 체육학과를 나와 군기 잡는 문화에 익숙했다고 한다.


허기영 박세준

<D.P.> 속 부대의 행정병 허기영은 똥그란 안경을 쓰고 늘 업무에 매달려 있는 것 같다. 매사 툴툴대는 말투가 얼핏 깐깐해 보이기도 하는데, 한호열(구교환)의 말마따나 늘 허기져 있는지, 외출 나가서 베이컨 추가한 빅맥만 사다주면 감사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거기에 맥너겟까지 더하면 국정원 부럽지 않은 정보까지 제공해준다. 추적물에 꼭 한 명식 있는 컴퓨터 잘 다루는 척척박사 캐릭터. 부대원들이 부대껴 생활하는 소대 생활을 안 해서일까, 후임을 고압적으로 태도로 대하지도 않아서 더 믿음직스럽다.

<팡파레>

<D.P.> 배우들 중에서도 특히 낯선 얼굴인 박세준은 2014년 즈음부터 독립영화계에서 활동해왔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훑다 보면 유독 눈에 띄는 이가 있다. 감독 겸 배우 남연우다. 초기작 <현기증>(2014)에 같이 단역으로 참여한 남연우는 감독을 맡은 장편 데뷔작 <분장>(2016)에 박세준을 캐스팅한 데 이어, 다음 작품 <초미의 관심사>(2019)는 그에게 김순경 역을 맡겼다. 박세준이 시체 처리하는 청부살인업자를 연기한 첫 주연작 <팡파레>(2019)에선 남연우가 조연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류이강 홍경

반성하지 않는 선임은 황장수만이 아니다. 전역할 궁리나 하면서 시간을 죽이는 말년에도 사람들을 들쑤시고 다니는 황장수에 가려져 있지만, 류이강 역시 함께 자주 경계근무를 나가는 조석봉에게 그에 못지 않는 가혹행위를 가한다. 욕설과 구타는 물론 눈앞에서 '대공포 발사쇼'를 시키는 것까지 일삼던 그는 결국 석봉이 탈영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석봉에게 얼굴이 완전히 망가질 정도로 맞은 후에도 미안함의 기미는커녕 "나보다 더 심한 놈들 많지 않았냐"면서 큰소리를 친다.

<결백>

홍경은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재학 시절 드라마 <추리의 여왕>으로 데뷔해, 2017년 한 해에만 <당신이 잠든 사이에> <저글러스> 등 6개 드라마에 출연했다. 노희경 작가의 <라이브>(2018), 아이유 여진구 주연의 <호텔 델루나>(2019) 등 화제작에도 참여한 그는 스크린 데뷔작 <결백>(2020)에서 정인(신혜선)의 동생이자 화자(배종옥)의 아들인, 자폐증을 앓는 정석을 연기했다. 특수학교와 복지관에서 직접 봉사활동을 하면서 캐릭터를 구축해, 청룡영화상을 비롯한 수많은 시상식에서 신인연기상 후보에 올라 백상예술대상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올해는 <D.P.>뿐만 아니라 사극 <홍천기>와 독립영화 <정말 먼 곳>, 추석 연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보이스> 등을 선보이면서 탄탄한 커리어를 다지고 있다.


문영옥 원지안

준호와 호열이 부산에서 잡으러 가는 정현민의 애인. 백화점에서 근무할 때 호스트바에서 만난 망나니 같은 정현민에게 신체/금전적으로 착취당한다. 호스트바에 자주 오는지 준호와 호열이 행방이 묘연하던 문영옥을 만나는 곳도 호스트바다. 잘생긴 얼굴에 반한 건지, 그늘진 눈빛에 연민을 느낀 건지, 준호와 가까이 둔다. 준호에겐 폭압적인 남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에서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300만 원을 챙겨서 어딘가로 떠나는 모습이 그래도 영옥이 새로운 삶을 찾아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게 한다.

수지 서현진 이연희 등이 떠오르는 외모로 단숨에 대중을 사로잡은 원지안은 <D.P.>가 첫 연기 작품이다. 작년 <D.P.> 촬영 당시만 해도 소속사가 없었다가, 지난 7월 문 연 신생 회사 '흰 엔터테인먼트'와 계약했다. 벌써부터 시나리오 쌓이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데, 차기작은 이미 정해졌다. <엽기적인 그녀>(2001)와 <클래식>(2003)의 곽재용 감독이 한국에서 6년 만에 연출한 로맨스 <해피 뉴 이어>다. 한지민 이동욱 강하늘 윤아 이광수 서강준 등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영화에서 고등부 피겨 선수를 연기한다.


김규 배유람

정현민을 잡기 위해 간 부산에서 만나는 수방사 DP 조장이자 한호열의 훈련소 동기. 퇴소할 때 맛있게 먹으려고 보관한 초코파이를 훔쳐먹었다. 흔히 빽이 있어야 배치되는 걸로 유명한 수방사 소속이고, 힐튼 호텔에서 정장을 차려입고 준호와 호열을 만나는 거로 보아 돈깨나 있는 집 자식일 것이다. 문영옥의 행방을 캐기 위해 백화점만 배회할 정도로 미련한 것이, '엄카 찬스'는 쓸지언정 머리는 제대로 못 쓰는 것 같다. 정현민 검거에 도움이 되긴 했는데 그마저도 돈 덕분이다.

<엑시트>

배유람은 <D.P.>에 출연진 가운데 가장 빽빽한 필모그래피를 가진 배우다. 건국대 재학 시절 동기였던 김한결 감독의 단편과 교수였던 홍상수 감독의 <북촌방향>(2011) 등에 참여하면서 연기를 시작해, 한준희 감독의 입봉작 <차이나타운>(2014)과 <뺑반>(2018)을 비롯한 크고 작은 영화에 조/단역으로 참여해왔다. 근래엔 <엑시트>(2019) 속 용남(조정석)의 사촌동생, <찬실이는 복도 많지>(2019) 속 찬실(강말금)이 좋아하는 영화감독 김영을 연기해 제대로 얼굴을 알렸다.


태성곤 한우열

김규의 DP조 후임 한우열 역시 작전 중에 말쑥하게 차려입고 있다. 건장한 몸집을 한 채 윗사람은 깍듯이 대하고 상대방은 하대하는 듯한 태도가 군인보단 주먹깨나 쓰는 조직원에 가까워 보인다. 늘 김규 옆에서 서서 석연치 않은 미소를 던지며 사람 속이나 긁는 줄 알았건만, 작전 중에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다가 그만 화를 당하고 만다.

<차이나타운>

앞서 언급했듯 <D.P.>에는 한준희 감독의 전작 <차이나타운>과 <뺑반>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크고 작은 역할로 골고루 참여했다. '제2의 <지하철 1호선>'이라 불리는 스테디셀러 연극 <빨래> 등 무대에서 경력을 시작한 한우열도 그중 하나다. 두 작품 모두 태성곤처럼 덩치 큰 장정들 중 한 명을 연기했다. 캐릭터의 비중은 크지 않지만 <동백꽃 필 무렵>(2019)과 <호텔 델루나>에서도 얼굴을 비췄다. 오는 11월에 공개될, 연상호 감독이 연출한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에도 출연했다고.


김루리 문상훈

조석봉과 동반입대 하고 휴가까지 맞춰서 애니메이션 행사에 같이 참석하는 절친. 조사를 위해 찾아온 준호와 호열에게 언제부턴가 석봉이 점점 폭력적으로 변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역할로 스쳐 지나는 것 같더니, 시즌1의 모든 이야기가 마무리된 후 붙는 쿠키 영상에 다시 한번 등장해 어마어마한 인상을 남긴다. 친구의 비보를 접하고 있는 중에도 "돼지 새끼"라 불리며 뺨을 맞고서 바로 방아쇠를 잡아당기는 것만 봐도 그 역시 만만치 않은 군생활을 견디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아마 <D.P.>의 다음 시즌이 제작된다면 첫 에피소드는 김루리의 이야기가 펼쳐지지 않을까.

한국지리 일타강사 문쌤

문상훈은 유튜브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코미디 크루 '빠더너스'의 핵심 멤버다. 빠더너스 채널을 통해 한국지리 일타강사 문쌤, 관심병사 문 이병, 아이돌 가수 강하 등 수많은 캐릭터를 능수능란하게 선보여 '배우' 뺨치는 연기력을 자랑했다. 일타강사의 이미지가 특히 강력해서 문상훈을 실제 학원 강사로 알고 있는 이들도 꽤 많다고 한다. '티빙' 시리즈 <여고추리반>과 넷플릭스의 <D.P.>에 이어, 문상훈의 활동 반경은 확 넓어질 전망이다.


씨네플레이 문동명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