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두 질문의 기회는 관객들에게 돌아갔다. 한 관객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영화를 보면 쓰나미, 산사태 등 항상 재난이 있었던 공간이 등장하는데 그 공간이 영화 속에서 어떤 역할을 했으면 했냐고 물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들으면 안 믿으실 수 있지만, <파도의 소리>(2011)는 동일본대지진이 있었던 곳이 맞고, 처음부터 의도가 있었던 장소의 선정이 맞다. 그 외에는 모두 우연이다. <해피 아워>의 고베 지역도 사실은 협력자가 고베에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거다, 원래는 교토가 될 가능성도 있었다. <드라이브 마이 카>도 히로시마 지역이 된 것은 또한 우연이다. 원래는 부산에서도 찍을 생각이었다. 여기 ‘영화의 전당’을 ‘연극의 전당’이라고 바꿔 연극제가 전개되고 있는 식으로 구상하기도 했다”고 답했다.
또 다른 관객의 질문은 봉준호 감독에게로 향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본인의 약점이라고 생각한 지점은 대화를 하며 각본을 써 내려가는 방법이라 했는데, 봉준호 감독 본인이 생각하는 연출의 약점이 무엇인가에 관한 질문이다. 봉준호 감독은 “저는 기본적으로 불안감이 되게 많은 사람이어서 영화를 만드는 모든 과정이 불안감의 표현이다”고 말하며 “내가 불안의 감독이라면 류스케 감독은 확신의 감독”이라고 덧붙였다. “매 순간 불안하기 때문에 어디로 어떻게 달아날 것인가에 대한 여러 가지 회피적인 생각을 하는데 그 과정을 관객분들이 좋다, 재미있다 하시고, 이상하고 특이한 것을 독창적이라 해석해주시는 것 같다”며 그 불안감 자체가 약점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더해 “내가 이 얘기를 아무리 절실하게 해도 사람들이 아무런 관심이 없지 않을까하는 불안감 때문에 나 자신을 별로 신뢰하지 않아 그게 오히려 강점이 될 수도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이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에게 “자기는 어때? 라고 화제를 바꾸자 “저도 불안해 죽겠다” “그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애쓰고 배우들과 리허설을 반복적으로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자신도 불안 덩어리라고 말했다. 봉 감독이 “거짓말”이라며 웃자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도 “정말이다”고 받아치며 두 시간가량 진행된 대담은 관객들의 유쾌한 웃음 속에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