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몰리스 게임>은 올림픽 스키 유망주였던 몰리(제시카 차스테인)가 불운한 사고로 부상을 입고 더 이상 스키를 탈 수 없게 된 후 돈을 벌기 위해 로스쿨 진학을 연기하고 웨이트리스로 일하면서 우연한 기회에 포커의 세계에 들어가게 되고 그 후 직접 포커판을 운영하면서 겪게 되는 일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영화는 몰리가 한밤중에 FBI로부터 불법도박 운영 혐의로 체포를 당하면서 시작합니다. 영화의 주요 줄거리는 몰리가 포커하우스를 운영하면서 겪은 일들인데, 우리나라 법을 기준으로 몰리한테 범죄가 인정되는지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1. 도박장을 운영하면서 팁만 받으면 처벌받지 않을까요

몰리는 LA에서 8년, 뉴욕에서 2년 정도 포커하우스를 운영했습니다. 뉴욕에서 포커하우스를 운영하던 2년 중 6개월은 포커하우스의 미수금액이 증가하면서 자금난이 심하여 수수료를 받았으나, 몰리는 위 6개월을 제외하고 포커하우스를 운영하면서 참가자들로부터 팁을 제외한 수수료는 일체 받지 않았으며 포커하우스에 고용된 직원들한테 정당한 임금을 지급했고 벌어들인 수입에 대해서는 모두 소득세도 납부하였습니다. 몰리는 변호사를 찾아가 자신이 포커하우스를 운영하는 방식에 불법이 있는지에 대해 법률자문을 받기도 하는데 변호사는 불법이라고 대답하지는 않지만 합법적이라고도 명확하게 대답해주지는 않습니다. 즉, 영화를 보면 몰리가 포커하우스를 운영하면서 불법을 저지르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요. 그렇다면 우리나라 법률에 의할 경우 몰리의 포커하우스 운영은 합법일까요?

우리나라 형법은 ‘도박장소 등 개설’이라는 제목의 규정을 두고 영리 목적으로 도박을 하는 장소를 개설하거나 도박공간을 개설하는 행위를 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원래 이 규정은 ‘도박개장’을 처벌하는 규정이었으나, 인터넷 상에 도박사이트를 개설하는 방식이 급증하면서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도박할 수 있는 사이버 공간을 제공하는 경우도 처벌할 수 있음을 명확하게 하기 위하여 2013년에 법을 개정하여 도박공간 개설도 처벌한다는 내용이 법에 들어간 것입니다. 물론 법이 개정되기 전에도 ‘도박개장죄’에 인터넷 상에 불법 도박사이트를 개설하는 행위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여 처벌했기 떄문에 법 개정 전후로 불법도박 사이트 운영행위가 처벌되는 것은 동일합니다.

영화에서 몰리가 운영하는 포커하우스는 도박장에 해당하고 몰리는 포커하우스를 인터넷 상에서 운영한 것이 아니므로 도박공간개설이 아닌 도박개장죄가 문제 됩니다(처벌규정은 동일함). 몰리는 호텔 객실이나 자신의 집에 포커를 칠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를 설치하고 참가자들을 위해 대형 스크린도 설치하며, 참가자들이 포커를 칠 수 있도록 판돈을 빌려주고 각종 음료 서비스 등을 제공하였기 때문에 몰리가 포커하우스의 주재자로서 도박장소를 개설한 것은 분명합니다. 따라서 몰리는 포커에 참여한 자들의 도박행위를 단순히 방조한 것이 아니라 도박개장죄의 정범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형법상 도박개장죄가 성립하려면 ‘영리목적’이 있어야 하고, 여기서 말하는 ‘영리목적’이란 입장료, 수수료 등 도박장을 연 대가로 직접·간접적으로 불법한 재산상의 이익을 얻을 목적을 말합니다. 그리고 영리의 목적이 있으면 족하고 현실적으로 이익을 얻었을 것까지 요하지 않습니다. 판례는 ‘도박’이란 참여한 당사자가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걸고 우연한 승부에 의하여 재물 등의 득실을 다투는 것을 의미하고, ‘도박개장죄’는 영리의 목적으로 스스로 주재자가 되어 그 지배하에 도박장소를 개설함으로써 성립한다고 설명합니다. 실제 판례 사안으로는 유료 낚시터를 운영하는 사람이 입장료 명목으로 요금을 받은 후 물고기에 부착된 시상번호에 따라 경품을 지급한 사안에서 도박개장죄를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영화에서 몰리는 포커하우스를 운영하면서 팁만 받고 수수료는 받지 않으려고 노력했으나 결국 포커하우스 운영기간 중 6개월은 자금난 때문에 수수료를 받게 되었고 이로써 법을 위반하게 되었다는 독백이 나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법률과 판례에 의한다면 몰리가 수수료를 받지 않고 포커 참가자들로부터 팁만 받았다고 하더라도 영리목적이 인정될 수 있어 뉴욕에서 수수료를 받은 6개월뿐만 아니라 LA에서 8년, 뉴욕에서 2년 동안 포커하우스를 운영한 행위 전부가 도박개장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2. 사실을 적시해도 명예훼손죄가 될 수 있나요

몰리는 빚을 갚기 위해 포커하우스 운영 경험을 책으로 펴냈는데, 출판사는 몰리에게 포커판에 참여했던 유명인들의 실명을 모두 공개하는 것을 조건으로 거액을 제시합니다. 그러나 몰리는 실명을 모두 밝혔을 때 그 실명 당사자들의 가정이나 일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하여 실명 공개를 거부하고 이전에 FBI 조사에 따라 이미 공개가 된 이름들 서너 개만 언급합니다. 영화에서 몰리가 실명 공개를 거부한 이유는 그들에게 실제 피해가 갈 것을 우려했던 것이지 실명 공개에 따른 명예훼손으로 그들로부터 고소를 당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은 아닙니다.

그러나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 명예훼손이 되지 않는 미국 법제와 달리, 우리나라 법률에 의한다면 실명을 언급할 경우 그 당사자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할 우려가 존재합니다. 우리나라는 허위가 아닌 사실을 적시해도 그 내용이 당사자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내용이라면 처벌하는 규정이 존재하고, 만약 출판물에 의하여 사실적시 명예훼손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비방목적까지 인정된다면 가중처벌을 받습니다. 허위가 아닌 사실을 적시할 경우에도 명예훼손죄라는 형사처벌을 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많이 존재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현행법상으로는 처벌규정이 있기 때문에 만약 몰리가 책에서 실명을 공개한다면 명예훼손죄로 고소를 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글 | 고봉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