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어 호평을 얻고 있는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 그 뒤를 이를 대작 한 편이 시청자를 찾는다. 11월 19일 시청자를 찾을 연상호 감독의 신작 <지옥>이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되기 전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초청돼 1회부터 3회까지 분량을 선공개한 <지옥>은 해외 평단으로부터 “연상호 감독은 관객을 흥분시키는 법을 알고 있다” “초자연적인 소재와 범죄 장르의 성공적인 조합” “짜릿하다,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등의 호평을 받으며 기대감을 높였다. 미리 본 이들이 공유한 <지옥>의 관전 포인트를 소개한다.


1 염세주의자의 귀환, 연상호가 만든 지옥

<지옥>은 시민들이 재생한 유튜브 영상 속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잇는 정진수의 대사로 막을 연다. “먼저 천사가 나타나서 예언을 합니다. 당신은 몇 날 몇 시에 죽는다. 그리고 지옥에 간다. 그리고 그 시간이 되면 그 예언은 지옥의 사자들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곧이어 한 남자가 도시 한복판에서 의문의 괴생물체들에게 무자비하게 살해당한다. 새진리회 의장 정진수는 죄지은 자들에게 지옥행이 선고된 것이라 설파한다. 새진리회 세력은 눈덩이처럼 몸집을 불리고, 공포에 빠진 시민들은 선택지 앞에 놓인다. 지옥행을 선고받지 않기 위해 새진리회의 흑백 논리를 따를 것인가, 혹은 새진리회가 주장하는 신의 의도를 무시하고 자신의 자율성을 따라 운명을 맡길 것인가.

정체 모를 존재가 나타나 도심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오프닝부터 <지옥>은 보는 이의 혼을 쏙 빼놓는다. 이후 시청자에겐 이런 질문들이 따라붙는다. 저 존재는 뭐지? 정말 지옥에서 나온 존재들인가? 그렇다면 지옥이 등장할까? 정진수 의장은 지옥의 정체를 어떻게 알았을까? 온갖 의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지만, <지옥>이 담아내는 지옥도는 단순 명쾌하다. 연상호 감독은 이 초자연적 현상을 던져두고, 이로 인한 혼란이 빚어낸 광기로 뒤덮인 지옥 같은 세상을 비춘다.

이미 감독은 전작에서 같은 구조의 이야기를 선보인 바 있다. <부산행>에서 좀비보다 무서운 건 자신의 생을 위해 남을 좀비의 먹잇감으로 던지는 이들의 이기심이었다. 신의 의도에 따라 더 정의롭게 살기 위해 지옥행을 고지 받은 자들을 죄인으로 몰고 물어뜯는 새진리회 신도들의 광기는 지옥의 사자들만큼 끔찍하다. 특히 연상호 감독의 초기 작품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지옥>이 더욱 만족스러운 작품이 될 것. <부산행> <염력> <반도> 등 연상호 감독의 최근 작품에 옅게 깔려 있었던 희망의 온기를 이번 작품에선 찾아볼 수 없다. 그야말로 미쳐버린 세상, 인간의 공포가 만든 지옥이 이곳에 있다.


2탄탄한 세계관

신이 개입된 초자연적 현상이 관객에게 쉽게 납득될 수 있었던 이유, 넷플릭스를 만나기 전부터 이미 세계관의 뿌리를 튼튼히 내린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지옥>은 웹툰 <지옥>을 원작으로 한다. 연상호 감독이 스토리를, 최규석 만화가가 작화를 담당한 웹툰이다. 2019년 연재된 웹툰 <지옥>은 완결되기도 전인 2020년 4월 넷플릭스와 손을 잡고 실사화 제작에 시동을 걸었다. 연상호 감독과 최규석 만화가는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옥>의 각본을 써 내려갔다.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면 웹툰 <지옥>도 원작이 있다는 것. 웹툰의 원작은 연상호 감독의 초기작인 애니메이션 <지옥: 두 개의 삶>이다. 어느 날 갑자기 신이 죽음을 고지한다는 <지옥> 유니버스 세계관은 여기서 시작됐다. 지옥으로 갈 것을 예언 받은 자, 천국으로 갈 것을 예언 받은 자의 이야기를 통해 죽음을 마주하는 인간의 두려움, 공포를 건조하게 풀어낸 연상호 감독의 서늘한 시선이 인상 깊은 작품이다.


3한국 사자가 제일 무섭다?

인간이 아닌 미지의 존재. 여러 작품 속 다양한 초자연적 존재들은 관객을 공포에 몰아넣었다. 웹툰 속 거구가 그대로 구현된 <지옥> 속 사자는 남다른 피지컬(!)로 승부한다. 등장을 알리는 묵직한 발걸음 소리부터 좌중을 압도하고, 인간은 그의 심판 앞에 숨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천사가 고지를 내리는 장면이 다소 어색하다는 해외 매체의 평도 있었지만, 지옥의 사자들이 다채로운(!) 방식으로 인간에게 천벌을, 혹은 인간을 살해하는 장면은 극의 몰입감을 높이기 충분하다. 이를 위화감 없이 구현한 정교한 CG가 돋보인다.


4드래곤볼 캐스팅

드래곤볼을 모으는 마음으로 배우들을 캐스팅했다는 연상호 감독. 어느 작품에서도 본 적 없던 조합의 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지옥>의 출연진 역시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1화에서 3화까지 에피소드에서 중심을 잡는 정진수 의장은 우리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사이비 교주와 거리가 먼 캐릭터다. 과한 전도 활동 없이 본인만의 뚜렷한 논리로 세상을 움직이는 그는 유아인이 연기했다. 차분하고 냉정한 면이 돋보였던 원작보다 예측할 수 없는 불안이 더해진, 보다 입체적인 캐릭터로 재탄생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그와 대립점에 서 지옥 같은 세상에서도 인간으로서의 의지를 유지하려는 민혜진 변호사는 김현주가 연기했다. <지옥>에선 데뷔 이래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그의 액션 연기를 만날 수 있을 예정이다.

이들 사이에서 가치관의 혼란에 빠지는 형사, 진경훈은 양익준이 연기했다. 진경훈을 무너뜨린 장본인이자 그의 딸 진희정 역으론 <반도>에서 연상호 감독과 호흡을 맞춘 바 있던 이레가 활약한다. 프레스 시사로만 공개됐던 4화에서 6화의 에피소드는 박정민, 원진아가 이끈다. 각각 새진리회의 진실을 파헤치려는 PD 배영재, 그의 아내인 송소현을 연기했다.


5배우들의 재발견

사실 <지옥>은 주연 배우들뿐 아니라, 그들이 이끌어가는 사건을 든든히 뒷받침해 주는 조연들의 연기에 놀랄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첫 번째 공개 시연자로 발탁된 박정자를 연기한 김신록을 비롯해, 새진리회가 이야기하는 신의 의도에 대해 광적인 집착을 보이는 집단 화살촉의 리더를 연기한 김도윤, 새진리회 소속 유지 사제를 연기한 류경수까지. 이전 필모그래피에선 확인할 수 없었던 이들의 역대급 연기를 확인할 수 있다. 배우들의 열연과 흥미진진한 에피소드, 그에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어 몰입감을 높이는 연상호 감독의 신작 <지옥>은 11월 19일 넷플릭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