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치온더비치>│장편, 99min
정가영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 <비치온더비치>. ‘착한 여자는 천국에 가고 나쁜 여자는 어디든 간다’는 포스터의 문구처럼 도발적인 대사가 러닝타임 내내 이어진다. 흑백의 스크린, 한정된 공간, 고정된 카메라와 롱테이크 등 ‘여자 홍상수’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게 홍상수의 잔상도 언뜻 비친다(실제로 정가영은 홍상수 감독의 팬이다). 주인공인 가영(정가영)과 정훈(김최용준)은 헤어진 연인 관계다. 어느 낮, 오디션을 본 가영이 정훈의 집에 들이닥치며 영화는 시작한다. 여자친구가 생겼다며 불편해하는 정훈에게 가영은 솔직하게 말한다. “우리 자면 안 돼?” <비치온더비치>는 총 4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막이 진행될수록 가영은 정훈에게 솔직하게, 그래서 더 찌질하게 돌진하고, 정훈은 흔들린다. 주고받는 대화들로 유추해 보아 견고해 보이는 이들의 관계는 사실 돌이킬 수 없이 이미 어긋나있다. 정가영이 말하는 전남친, 전여친에 대한 담론은 이다지도 쓸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