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은 디즈니 플러스. DC는? HBO 맥스! DC 코믹스의 모회사이기도 한 워너미디어가 서비스하는 OTT 플랫폼이 바로 HBO 맥스로, 여전히 수작으로 손꼽히는 영화, 애니메이션은 물론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등 DC 코믹스 기반의 콘텐츠들이 독점으로 제공되고 있다. 이 HBO 맥스가 드디어 한국에도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인 듯하다.

지난 29일 HBO 맥스는 워너미디어 명의로 HBO max 코리아 구인공고를 올려 다양한 분야에서 인재를 채용하기 시작했으며, 늦어도 내년 가을께에는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 플러스보다는 한발 늦기는 했지만 국내 상륙을 예고한 워너 미디어의 HBO 맥스, 어떤 콘텐츠들이 있을지 히어로 기반 콘텐츠만 리스트업했다.


1) CW버스의 DC TV 시리즈

CW버스의 시작이자, 별칭인 애로우버스의 주인 <애로우>를 비롯해 <슈퍼걸>, <플래시>, <스몰빌>, <레전드 오브 투모로우> 등이 HBO 맥스를 통해 서비스 중이다. 영화 속 세계관과는 다른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DC는 영화보다 드라마가 낫다”는 말을 나오게 할 만큼 호평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방영된 시리즈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애로우>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장장 9년간 8시즌을 방영한 인기 작품으로, 그린 애로우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방탕한 재벌 2세였던 올리버 퀸이 비행기 사고로 표류를 당해 한 섬에 도착하게 되는데, 5년 만에 다시 돌아와 자경단 히어로로서 거듭나게 되는 이야기다. 국내에서는 넷플릭스를 통해 서비스된 바 있다.

<플래시>

<애로우> 시즌 2를 통해 등장을 예고하면서 2014년에 정식 방영을 시작했다. 2대 플래시인 배리 앨런이 기구한 유년 시절을 거쳐 히어로 플래시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원작 코믹스의 다양한 이벤트가 등장하기도 하며, 꽤 볼만한 CG(그… 그 ‘허우적’과는 다르다) 효과도 세상에서 가장 빠른 남자인 배리 앨런의 면모를 부각시켜 준다. CW를 통해 방영된 드라마 중 역대 2위 시청률을 자랑할 만큼 인기작. 역시 넷플릭스를 통해 서비스되었다.

<슈퍼걸>

크립톤 행성의 마지막 생존자였던 칼-엘, 즉 슈퍼맨의 사촌누나인 카라 조엘이 바로 슈퍼걸의 정체다. 칼-엘을 살리기 위해 지구로 발사되었던 우주선에는 어린 동생을 돌볼 역할로 사촌누나인 카라가 같이 타고 있었는데, 우주선이 팬텀존에 떨어지는 사고로 인해 카라는 슈퍼맨이 이미 24살이 된 시점에 지구에 도착하게 된다. 오히려 슈퍼맨이 슈퍼걸을 도와주는 상황이 되었고, 다시 12년이 지난 시점부터 이야기가 펼쳐진다.

<스몰빌>

캔자스 주의 소도시인 스몰빌은 슈퍼맨 클라크 켄트의 유년 시절을 함께한 곳이다. <스몰빌>은 이 마을을 배경으로 클라크 켄트가 어린 시절에 만난 사람들과 주변인들을 통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고 고등학생 슈퍼맨은 어떤 모습인지를 엿볼 수 있는 드라마다. 저스티스 리그 멤버들이 등장하기도 하며 국내에서 <슈퍼맨 비긴즈>라는 이름으로 방영되기도 한 작품. 슈퍼맨의 숙적인 렉스 루터가 왜 그렇게나 슈퍼맨과 악연이 되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2001년부터 2011년까지 방영된 시리즈라는 점은 감안하도록 하자.

<레전드 오브 투모로우>

CW버스 드라마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기획될 수 있었던 시리즈로, <애로우>나 <플래시> 등에서 조연급 히어로 캐릭터로 활약했던 인물들이 타임머신을 이용해 시간 여행을 하는 내용이 주된 스토리다. 서부 개척 시대부터 냉전 시대, 미래의 도시까지 다양한 시간과 다양한 지역에서 본래 조연급이었던 캐릭터들이 역사 수호를 위해 싸운다는, 꽤 독특한 소재의 작품. CW버스의 다양한 콘텐츠들과 크로스오버 이벤트를 하기도 하며, DC 세계관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다양한 이스터에그들을 확인할 수 있을 것.


2) DC 유니버스의 오리지널 드라마와 애니메이션

DC 유니버스(DC Universe)는 DC 코믹스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와 애니메이션, TV 시리즈를 독점 제공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OTT 플랫폼이었다. 하지만 모회사인 워너미디어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합/개편하면서 HBO 쪽으로 흡수되었는데, 이를 통해 DC 유니버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역시 HBO 맥스를 통해 서비스 예정이다.

<타이탄>

<타이탄>은 넷플릭스에서 <DC 타이탄>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되었던 작품으로, 로빈/딕 그레이슨이 스타파이어, 레이븐, 비스트 보이와 함께 타이탄즈라는 새로운 팀으로 거듭나며 개인적인 문제부터 우주적인 문제까지 수많은 난관을 거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공개된 스틸컷의 색감이 지나치게 비비드했던 탓인지(…) 우려가 많기는 했지만 나름 호평을 받으며 시즌 3까지 나왔는데, 세 번째 시즌부터는 HBO 맥스 독점으로 전환되었다.

<둠 패트롤>

<둠 패트롤>은 한국에는 정식 서비스된 적 없는 작품으로, 원작 코믹스 속 동명의 팀을 기반으로 하는 드라마다. 나일즈 콜더라는 이름의 천재 과학자가 사고로 몸을 다치거나 원치 않게 능력을 갖게 되어 사회로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을 자신의 저택에 모은다. 영혼만 남고 몸은 로봇인 로봇맨부터 몸이 슬라임처럼 녹아내리는 엘라스티 우먼 등 4차원 미스터리에 가까운 원작 캐릭터들의 분위기를 흡사하게 재현했다. 섹슈얼한 농담과 거침없는 분위기가 매력 포인트.

<스웜프 씽>

<스웜프 씽>은 늪지대의 식물과 융합되어 버린 괴물 스웜프 씽을 주인공으로 하는 시리즈로, 제임스 완이 메가폰을 쥐었다는 소식에 관심을 모았던 작품이다. 당초 13화 예정이었으나 10화로 종영되었는데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긴 하지만 DC 유니버스가 HBO 맥스로 편입되면서 제작에 문제가 생겼다는 듯. 감독의 명성이 어디 가지는 않았는지 꽤나 호평을 받았으니, HBO 맥스가 자리를 잡으면 시즌이 다시 이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스타걸>

스타걸이 들고 있는 무기는 별의 힘이 압축되어 있는 코스믹 스태프로, 광선을 발사하거나 스태프의 주인인 스타걸이 하늘을 날 수 있게 해 주기도 한다. 하지만 스태프가 스타걸의 말을 듣지 않는 경우도 있어서(…) 곤란을 겪기도. DC 유니버스의 독점 콘텐츠로 실사화되었으나 <스몰빌>과 <레전드 오브 투모로우>에도 등장한 적이 있다. 10대 소녀답게 재기발랄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전반적으로 밝고 명랑한 틴에이지 드라마 느낌도 꽤 있는 작품이다.


3) 최고의 배트맨, <다크 나이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크리스찬 베일, 고(故) 히스 레저와 함께 만들어낸 3부작 시리즈인 <다크 나이트> 역시 HBO 맥스를 통해 서비스된다. 단 3편의 영화만으로 엄청난 반응을 이끌어냈으며 지금까지도 배트맨 실사화에 반드시 언급되는 배트맨 무비. 크리스찬 베일의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하지만 우직하고 정의로운 불안한 다크 나이트 연기는 호평을 받았으며 히스 레저의 조커는 그야말로 전설이 됐다. 배트맨 실사화를 다시 궤도에 올려놓은 작품으로 DC 실사화에 빼놓을 수 없는 명작.


4) 그리고, DCEU의 모든 작품들

<수어사이드 스쿼드>

솔직히 평가가 그리 훌륭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DC 실사화 프로젝트를 통해 쭉 이어져 왔던 DCEU의 모든 영화들 역시 HBO 맥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맨 오브 스틸>과 <저스티스 리그>, <원더우먼>, <아쿠아맨>, <샤잠!> 그리고 <버즈 오브 프레이>,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까지. 총 11편의 DC 확장 유니버스 영화는 물론이고 추후 개봉될 작품들 역시 개봉 후 적정 시기를 거쳐 HBO 맥스에서 서비스될 것으로 보인다.

<저스티스 리그>

특히 수많은 기대와 우려 속에서도 마침내 공개되고야 말았던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역시 HBO 맥스의 독점 공개작이었으니, 한국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면 이 작품 역시 간편하게 만나볼 수 있을 듯. 


HBO 맥스를 통해 독점 공개되는 <피스메이커>

워너미디어처럼 제작사가 직접 서비스하는 OTT의 장점은, 세계관을 잇는 수많은 작품들을 한 번에 이어서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크다. 타 플랫폼에선 시리즈 가운데 한두 편이 서비스되고 있지 않은 경우도 있고 타임라인 순으로 보려고 해도 몇몇 작품은 빠져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체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서라면 끊김 없이 이어서 볼 수 있기 때문에 시간만 있다면 세계관 ‘정주행’도 간편하게 할 수 있다.

스크린 성적이 라이벌에 비해 조금 뒤처지기는 하지만 <조커>의 역대급 흥행과 수상으로 역량을 입증해낸 바 있는 DC이기도 하기에, 더불어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를 선보였던 DC이기에 자체 OTT 플랫폼을 통한 무대 확장은 DCEU뿐만 아니라 DC 기반의 실사화 프로젝트 전체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두운 분위기의 묵직한 범죄물부터 유머러스하고 발랄한, 재기넘치는 코미디물도 가능하다. CW버스로 확장성을 입증한 TV 시리즈들 역시 이런 도전의 기반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프리랜서 에디터 희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