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원진아의 이름이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진 건 언제부터였을까? 그가 상업 영화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기 시작한 건 2017년 개봉한 <강철비>에서부터다. <강철비>에서 정우성이 연기한 엄철우 함께 고군분투하던 개성공단 노동자, 려민경 역으로 눈도장을 찍은 원진아는 2년 후 영화 <돈>에서 류준열이 연기한 일현(류준열)에게 자극을 전하는 멋진 선배 시은을 연기하며 믿음직한 배우로 인정받았다. 그로부터 2년이 흐른 지금. 그는 넷플릭스 신작 <지옥>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역할로 전 세계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는 배우로 성장했다. 누구보다 빠르고 묵묵하게 눈에 띄는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는 원진아에 대해 알려진 사실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110대 시절부터 연기에 대한 꿈을 품었다
1991년생, 올해로 31살을 맞이한 원진아는 25살이었던 2015년부터 배우로서 카메라 앞에 서기 시작했다. 그가 연기에 대한 꿈을 품기 시작한 건 교복을 입었던 10대 시절부터다. 중학교 방학 때 우연히 연기 학원을 다녔는데, 남들 앞에서 대사를 읊으며 연기에 대한 짜릿함을 처음으로 느꼈다고. 학교 축제마다 무대에 올랐고, 남들에게 자신의 장기를 선보이는 걸 좋아했다던 그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며 마음에 드는 장면을 여러 번 따라 하며 차차 연기에 반해갔다.
2대학을 중퇴하고 여러 일을 전전했다
짧은 기간의 입시 준비를 거쳤던 원진아는 안타깝게도 진학을 원했던 연극영화학과의 입학 통지서를 받지 못했다. 만만치 않은 비용으로 재수의 꿈을 접고 집 근처 대학의 문화기획학과에 진학한 그. 적성과 맞지 않는 전공은 그의 삶에 회의를 더했고, 당시의 원진아는 가족의 생계에 보탬이 되고자 빨리 돈이나 버는 게 낫겠다 생각했다. 학교를 그만두고 일찍 사회에 나섰다는 그는 여러 인터뷰를 통해 수많은 일터를 전전했다고 밝혔다. 보험회사에 취업해 한동안 회사원으로 생활하다 콜센터, 산후조리원, 워터파크, 백화점 등 각종 장소에서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경험했다고. 무의미하게 삶의 쳇바퀴를 굴리던 원진아가 접어두었던 꿈을 다시 꺼내 펼친 건 그의 부모님이었다. 부모님은 스물두 살의 딸에게 다시 연기에 도전해 보라 권유했고, 서울로 상경한 원진아는 본격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길을 걷기 시작했다.
3서울로 올라와 2년 만에 단편 영화에 출연했다
천안 토박이였던 원진아는 2014년 서울 시민이 됐다. 서울에 왔다고 해서 바로 배우가 되는 건 아니었으니, 2년 정도는 아르바이트의 연속이었다고.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하루에 두 번의 파트타임 잡을 소화하던 원진아는 여러 인터뷰를 통해 '당시 연기가 내 길이 아닌 것 같아 좌절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의 앞에 새로운 길이 열린 건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진행한 배우 오디션을 보고서부터. 우연히 지원한 오디션에 합격해 단편영화 <캐치볼>로 데뷔한 그는 작품의 연출을 맡은 유은정 감독의 소개 덕에 여러 작품의 오디션을 볼 기회를 얻었다. 2015년에만 <캐치볼>을 포함해 네 편의 작품에 얼굴을 비춘 그는 작품 출연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배우로서 걸음마를 떼어갔다.
4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원진아가 서울에서 한 아르바이트 중 하나. 원진아는 신촌, 홍대 근처 영화관의 미소지기로 일하며 단편 영화에 출연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 상영관의 스크린에서 자신이 출연한 광고를 마주한 적도 있었다고. <돈>을 통해 배우로서 처음으로 무대인사를 소화할 당시 영화관의 아르바이트생들을 보며, 얼마 전까지 같은 복장으로 같은 일을 하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 눈물을 쏟았다는 일화를 밝히기도 했다.
5<밀정>에 출연했다
<강철비>나 <돈>에 출연하기 전, 원진아는 다양한 작품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다졌다. 원진아의 단역 필모그래피 중 눈에 띄는 작품은 김지운 감독의 <밀정>이다. 극 후반 의열단원 연계순(한지민)의 탈출을 돕던 수녀로 등장했다.
6120:1의 경쟁률을 뚫고 첫 드라마에 출연했다
영화와 달리 드라마 필모그래피는 첫 작품부터 주연작이다. 원진아는 120:1의 경쟁률을 뚫고 JTBC의 월화 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의 여주인공 하문수 역에 캐스팅됐다. 낯선 페이스의 신인 배우를 주연으로 캐스팅한 제작진의 파격적인 선택으로 방영 전부터 주목을 받았던 <그냥 사랑하는 사이>는 지친 일상에 잔잔한 위로를 전하는 에피소드로 힐링 드라마라는 별명을 얻으며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본연의 개성을 녹여 넣어 건강하고 따스한 에너지를 지닌 캐릭터 문수를 탄생시킨 원진아의 연기는 호평을 받기 충분했다.
7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에 출연했다
<그냥 사랑하는 사이>로 브라운관에 데뷔한 이후 조승우, 이동욱과 호흡을 맞춘 드라마 <라이프>, <힘쎈여자 도봉순> <마인> 등을 작업한 백미경 작가의 드라마 <날 녹여주오>, 인기 웹 소설을 원작으로 한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까지 굵직굵직한 작품으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원진아가 선택한 다음 작품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가장 소중한 존재가 죽음을 고지받으며 혼란에 빠지는 캐릭터 송소현을 연기하며 필모그래피 내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다는 호평을 받았다. 지옥 같은 세상에서 지옥 같은 상황에 놓인 그는 극 중 감정적으로 끝없이 무너지지만,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의 상처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성장해가는 캐릭터다. 원진아의 저음 보이스를 만나 원작보다 더 무게감 있는 캐릭터로 재탄생될 수 있었다.
8차기작은 <해피 뉴 이어> <말할 수 없는 비밀>이다.
<지옥> 이후엔 보다 더 밝은 작품에서 활약하는 원진아를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얼마 전 예고편을 공개한 영화 <해피 뉴 이어>에선 잠시 뮤지컬 배우의 꿈을 접고 생계를 위해 일에 뛰어든 호텔 룸 메이드를 연기한다. 캐릭터의 삶과 그의 삶이 얼핏 겹쳐 보인다는 점에서 돋보이는 캐릭터다. 동명 대만 영화를 리메이크할 <말할 수 없는 비밀>에도 캐스팅됐다. 원진아는 원작에서 계룬미가 연기한 샤오위 역에 해당하는 캐릭터를 연기할 예정이다. 상대역으론 도경수가 출연한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