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연말이 찾아왔다. 늘 그렇듯 각 분야에선 나름대로의 연말정산을 실시하고 있다. 영화계 역시 올해를 빛낸 얼굴들을 하나둘씩 떠올려보며 내년 활약을 미리미리 점쳐봐야 할 때. 올해는 안정감 있게 스크린을 지킨 대배우들의 활약도 눈부셨지만, 작품 곳곳을 환하게 비춘 젊은 배우들의 얼굴이 또렷하게 스쳐 지나간다. 특히 2000년대생 배우들의 활약이 유난히 두드려졌던 만큼, 앞으로 성장할 일만 남은 어린 배우들의 미래에 더욱 뜨거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나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올해 스크린/브라운관에서 남다른 인상을 남긴 2000년대생 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아봤다.


탕준상

나이 2003년생(19세)

올해 출연작 <라켓소년단>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 <언프레임드>

'올해의 신예'라는 수식어가 과분하지 않을 만큼, 2021년 탕준상은 본인의 이름만큼이나 선명한 활약을 펼쳤다. 특히 본인의 출세작이자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 <라켓소년단>을 만나며 배우로서 제 존재감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 드라마 <라켓소년단>의 중심에 서서 때론 날카롭게, 때론 따뜻하게, 때론 마음을 적시는 '츤데스러운' 매력을 지닌 인물 윤해강의 다채로운 매력을 완벽하게 그려내며 <라켓소년단> 흥행의 일등공신으로 자리매김한다. 첫 지상파 주연 데뷔식을 보기좋게 성공시킨 탕준상은 같은 시기 넷플릭스에서도 이름을 올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이하 <무브 투 헤븐>)에 출연하며 A부터 Z를 아우르는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라켓소년단>이 배우 탕준상의 매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라면, <무브 투 헤븐>은 배우 탕준상의 실력을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유품정리사 그루의 속 깊은 사연을 눈망울 하나로 설명해내며 어떤 캐릭터든 소화해낼 수 있는 천재적인 신예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10여 년의 아역 배우 시절을 지나 비로소 본격적인 달리기를 시작한 탕준상. 앞으로가 기대되는 독보적인 유망주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

<라켓소년단>


이재인

나이 2004년생 (18세)

올해 출연작 <언더커버> <라켓소년단> <발신제한>

2000년대생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라켓소년단>에서 눈에 띄는 배우는 또 있다. 완벽한 실력과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캐릭터, 세윤을 연기한 배우 이재인 역시 올해를 정리할 때면 짚고 넘어가야 할 얼굴 중 하나. 2004년생, 18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매작품 비범한 연기를 보여준 이재인은 올해도 작품 작품 마다 본인의 인장을 분명하게 새겼다. 드라마 <라켓소년단>과 <언더커버>에서도 흔들림 없는 연기를 보여줬지만, 올해 이재인의 진가를 만날 수 있는 작품은 영화 <발신제한>이었다. 갑작스레 테러 상황 속에 놓인 인물이 마주해야 하는 감정의 굴곡들을 끊어짐 없이 그려내는 데 성공하며 관객들은 물론 동료 스태프들에게도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이미 <사바하> <봉오동 전투> 등에서 천재적인 실력을 인정받은 만큼, 올해를 지나 내년 그리고 그 이후의 시간 역시 궁금해지는 배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듯 이재인의 앞엔 여러 편의 차기작이 서 있는데. 임상수 감독의 신작 <헤븐: 행복의 나라로> 그리고 <써니> 강형철 감독의 신작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하이파이브>에서 이재인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라켓소년단>

<발신제한>


남다름

나이 2002년생 (18세)

올해 출연작 <싱크홀> <제8일의 밤> <우수무당 가두심>

두 편의 영화와 한 편의 드라마로 올해를 꽉꽉 채운 남다름은 올해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을 만큼, 이미 영화 관계자들이 뜨겁게 주목하고 있는 신예다. '미남 스타 아역 전문'이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녔던 10대 시절을 지나 이제는 누군가의 아역이 아닌 '배우 남다름'으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올해는 아역이 아닌 남다름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한 해이기도 했는데. <싱크홀>과 <제8일의 밤>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묵언수행 중이기에 표정만으로 많은 걸 설명해야했던 <제8일의 밤>의 창석, 기존의 반듯한 이미지를 벗어나 날카로운 얼굴을 드러낸 <싱크홀>의 승태를 통해 본인의 역량과 성장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데 성공한 것.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넓히는 과정은 꼭 필요하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그의 말마따나 2021년은 남다름의 다채로운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한 해가 됐다. 2022년엔 또 어떤 얼굴을 드러낼지 기대가 되는바. 이미 연상호 감독의 신작 <괴이>에 이름을 올린 만큼 앞으로 그가 보여줄 '남다른' 활약을 기대해보자.

<싱크홀>

<제8일의 밤>


김현수

나이 2000년생 (22세)

올해 출연작 <펜트하우스2,3>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

이미 10대 시절부터 뚜렷한 두각을 드러낸 김현수에게도 2021년은 잊지 못할 한 해가 됐다. 이제는 김현수라는 이름보다 '배로나'라는 배역명으로 불리는 게 자연스러울 만큼, 작년과 올해를 장악한 메가 히트작 <펜트하우스>을 만나며 필모그래피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펜트하우스>의 최종적인 주인공이라고 해도 될 만큼, 복잡다단한 서사와 사건이 얽힌 인물 배로나를 훌륭하게 끝마치며 또다시 한 계단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같은 시기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를 통해선 공포물에도 능한 배우라는 사실을 보여줬는데. 유달리 큰 눈을 무기로 극대화된 감정을 담아내며 여러 장르를 소화해내는 중. 10여 년이 넘는 연기 생활 동안 무려 20편이 넘는 작품을 선보였지만, 여전히 김현수의 성장이 기대되는 이유는 그의 나이가 아직 20대 초반에 불과하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2021년을 기점으로 성인 연기자로서의 전환점을 맞이한 김현수. 이제는 학생이 아닌 다른 역할이 주어졌을 때 또 어떤 얼굴을 보여줄 것인지. 앞으로 들려올 김현수의 차기작 소식에 귀를 기울여봐도 좋겠다.

<펜트하우스>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


성유빈

나이 2000년생 (22세)

올해 출연작 <장르만 로맨스> <KBS 드라마 스페셜 - 비트윈>

충무로를 책임질 신예 배우 리스트에서 늘 빠지지 않는 배우. 성유빈은 올해도 스크린을 통해 관객을 찾았다. 11월 개봉한 영화 <장르만 로맨스>를 들고 나타난 성유빈은 그동안의 얼굴과는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이며 연기 폭을 넓혔다. 그동안은 <살아남은 아이> <생일> <윤희에게> 등을 통해 다소 묵직하고 선 굵은 연기에 능한 배우라는 걸 보여줬다면, <장르만 로맨스>를 통해선 그동안 꽁꽁 감추고 있던 발칙함과 짓궂음을 드러내며 다시금 새로운 눈도장을 찍는 데 성공했다. 이 리스트에 올라온 대부분의 배우들이 그렇듯, 성유빈 역시 어느덧 데뷔 10년 차에 들어선 잔뼈 굵은 배우가 됐다. 필모그래피를 장식한 영화가 무려 24편으로 꾸준히 그리고 성실하게 연기 활동을 해왔다. 성유빈 역시 이제는 아역에서 벗어나 성인 연기자가 될 준비를 마쳤는데. 유부녀를 짝사랑하는 당돌한 캐릭터, 성경(<장르만 로맨스)를 통해서 그에게 주어진 미래가 얼마나 폭넓은지 엿볼 수 있었다. 이미 영화 주연작 <카운트>를 통해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는 만큼 2022년에도 성유빈의 활약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장르만 로맨스>


이레

나이 2006년생 (16세)

올해 출연작 <홈타운> <지옥>

2006년생. 이 리스트 안에서도 가장 나이가 어린 배우 이레는 중학생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매 작품 상징적인 연기 흔적을 남기고 있다. 이미 영화 데뷔작 <소원>을 통해서 천재적인 연기 실력을 드러낸 이레는 차근차근 남다른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중. 특히 연상호 감독의 야심작 <반도>를 통해 본인이 지니고 있던 묵직한 카리스마를 보여주며 본격적인 충무로의 신예로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반도>에 이어 찾아온 연상호 감독의 또 하나의 신작 <지옥>에 다시 한번 올라선 이레는 이번에도 특유의 신비스러움을 맘껏 뽐내며 <지옥>의 미스테리한 맛을 살리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되는 이레의 차기작은 영화 <사흘>(가제). 박신양과 이민기가 이름을 올린 오컬트 드라마 장르로, 이레는 박신양의 딸 소미를 연기한다.

<지옥>

<홈타운>


씨네플레이 유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