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훈 감독 <블루 해피니스> 러닝타임 36분
불안한 청춘의 얼굴을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이제훈은 감독 데뷔작에서도 청춘이란 키워드를 떠올렸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무엇에 가장 몰두하는가를 고민한 끝에 취업, 사랑, 그리고 주식이란 소재를 <블루 해피니스>에 녹여냈다. 돈이 되지 않는 사진작가의 길을 포기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든 찬영(정해인)이 우연한 기회에 주식에 손을 담그면서부터 벌어지는 일상의 균열을 현실적으로 그린다. 청년들의 이야기지만 <블루 해피니스>는 불안한 미래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흔들리는 땅 위에 서 있는 이들이 부풀려진 말 한마디에 얼마나 나약할 수밖에 없는지, 그렇게 뒤집힌 일상을 회복하기 위한 대가가 얼마나 가혹한지를 담담하게 풀어가며 현 시대상을 반영한다. 독특한 점이 있다면 <블루 해피니스>는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가 깔린 작품이라는 거다. 차가운 도시의 공기와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집 안의 모습을 대비시키며 꿈과 현실을 오가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아마도 <블루 해피니스>라는 제목 역시 그 대비로부터 출발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 이제훈의 연출 포인트
<블루 해피니스>를 봐야 할 가장 첫 번째 이유는 단연 정해인이다. 시나리오를 써 내려갈 당시부터 배우 정해인을 떠올렸다는 이제훈의 말마따나, <블루 해피니스>는 청춘을 대변하는 정해인의 얼굴, 그중에서도 정해인의 전매특허 중 하나인 흔들리는 눈빛을 맘껏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 36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동안 수긍, 로맨스, 불안, 행복, 후회의 감정을 모두 느낄 수 있었던 데는 정해인의 공이 컸다. 이제훈은 정해인의 어투에 맞춰 대사를 써 내려간 만큼, 정해인은 그 누구보다 <블루 해피니스>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