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뒤 지구가 에베레스트 크기의 혜성과 충돌해 멸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놀랍게도 세상 사람들은 이에 관심이 없다. 24시간 내내 정보와 뉴스가 쏟아지고, 모두가 소셜미디어 피드에 푹 빠져있는 시대. 자극적인 소식에만 주목할 뿐, 재난 같은 현실엔 별 관심이 없는 이들을 풍자하며 정치, 언론, 미디어의 실태를 꼬집는 <돈 룩 업>은 화려한 출연진을 소개하는 오프닝 크레딧만으로도 압도적인 포스를 뽐내는 작품이다. <돈 룩 업>과 함께한 배우들을 소개한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랜들 민디 박사 역

<토탈 이클립스> <로미오와 줄리엣> <타이타닉>으로 할리우드 최고 스타가 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갱스 오브 뉴욕> <캐치 미 이프 유 캔> <디파티드> <레볼루셔너리 로드> <인셉션> <장고: 분노의 추적자> <위대한 개츠비>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아우르며 모든 출연작을 대표작으로 만드는 능력을 발휘해왔다. 할리우드 정상에 오른 그는 환경운동가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구 멸망의 소식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천문학과 교수, 랜들 민디 박사가 현실의 그와 조금 더 달라붙어 보였던 이유다. <돈 룩 업>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최근작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를 인상 깊게 본 관객이라면 더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는 영화다. 일이 안 풀릴 때마다 폭주하는, 짜증과 초조함과 불안함과 두려움을 온몸으로 표출하며 아이러니하게도 관객에겐 웃음을 전하는 그의 연기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돈 룩 업> 역시 흡족한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다.


제니퍼 로렌스

케이트 디비아스키 역

<윈터스 본>에서의 무시무시한 연기로 평단과 관객에게 눈도장을 찍고, <엑스맨>과 <헝거게임> 시리즈를 거쳐,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속 미친 캐릭터 티파니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들어 올리기까지 단 2년. 언제까지나 할리우드 대배우들 사이에서 팬심을 감추지 않는 솔직함과 털털함으로 신선한 에너지를 뽐냈던 제니퍼 로렌스도 어느새 연륜을 지닌 배우가 됐다. 그가 연기한 캐릭터는 지구와 충돌할 혜성을 최초로 발견한 천문학과 대학원생 케이트 디비아스키다. 그는 너무나도 분명한 멸망을 외면하는 이들에게 직설적으로 불편한 사실을 외쳐대지만, 영화에서든 현실에서든 불편한 사실은 외면받기 마련이다. <마더!> <레드 스패로> 등 최근 어두운 상처를 품은 역할로 연이어 관객을 찾아왔던 그의 펄펄 끓는 에너지를, 할리우드에서 제니퍼 로렌스가 가장 잘하는 연기를 만날 수 있어 더 반가웠던 캐릭터다.


롭 모건

테디 오글소프 역

언론 투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민디 박사와 디비아스키에게 유일한 힘이 되어주는 한 사람.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있는 테디 오글소프 박사다. 그를 연기한 롭 모건은 다른 출연진에 비해 인지도가 적은 것이 사실. 2020년 뉴욕타임스 선정 21세기 가장 위대한 배우 25인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그는 2010년대 넷플릭스를 만나 날개를 달았다. 넷플릭스에서 서비스된 마블의 디펜더스 시리즈 작품에 모두 출연한 유일한 배우. 마블 코믹스의 감초 캐릭터, 터크 배럿 역으로 출연하며 인지도를 높인 그는 <머드바운드> <기묘한 이야기> <그 땅에는 신이 없다> 등 넷플릭스의 굵직한 작품에 출석 도장을 찍어왔다. <돈 룩 업> 역시 넷플릭스의 작품. 대형 배우들에게 지지 않는 존재감을 뽐낸 그가 앞으로 더 많은 영화 관계자의 러브콜을 받을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조나 힐

제이슨 역

<수퍼 배드> <사고친 후에>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등에서 빈틈밖에 없는 곱슬머리 캐릭터로 관객에게 웃음을 전하던 코미디 전문 배우는 어느새 아카데미의 인정을 받고 각종 국제영화제의 시선을 받는 묵직한 배우 겸 감독이 됐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를 인상 깊게 본 이들이라면 조나 힐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만남이 유독 반가울 터. 이번 작품에서 두 사람은 대립 관계로 등장한다. 조나 힐은 공적인 자리에서도 대통령에게 '엄마' 호칭을 떼지 못하는 비서실장 제이슨을 연기했다. 권력만 물려받은 제이슨은 무능력의 극치를 선보인다. 조나 힐은 전형적인 캐릭터를 완벽히 살려내 관객에게 씁쓸한 웃음을 전한다.


마크 라이런스

피터 역

이런 사람이 악역이 되면 가장 무섭다. <덩케르크> <마이 리틀 자이언트>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연이어 순수한 선을 뽐냈던 마크 라이런스. <돈 룩 업>에선 정계를 주름잡는 초대형 IT 기업의 CEO 피터를 연기한다. IT 기업의 CEO라는 설정에서 <레디 플레이어 원>을 떠올린 이들도 있겠지만, <레디 플레이어 원>의 감독은 꿈과 희망을 좇는 스티븐 스필버그, <돈 룩 업>의 감독은 풍자의 일인자 아담 맥케이라는 사실을 기억해두자. 돈만 된다면 멸망도 두렵지 않은 자본주의 사회의 최상위 포식자. 아담 맥케이 감독은 그를 활용해 쿠키 영상에서까지 제대로 된 풍자 코미디를 펼쳐낸다.


메릴 스트립

제이니 올린 역

메릴 스트립은 대체 불가의 배우다. 할리우드의 그 어떤 배우도 메릴 스트립 고유의 존재감을 넘어설 순 없다. 그는 <돈 룩 업>의 핵심적인 축을 담당한다. 인생이 쇼 그 자체인 제이니 올린 대통령에게 지구가 멸망한다는 사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미국의 대통령인 그에겐 어떻게든 살아남을 방법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일 터다. 지구 멸망이란 끔찍한 재난을 자신의 선거 운동에 활용하는 제이니 올린은 비현실적일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선택만 이어가지만, 메릴 스트립의 연기가 그를 현실에 발붙인 캐릭터로 만들어낸다.


케이트 블란쳇

브리 역

케이트 블란쳇이 연기한 브리는 인기 프로그램 '더 데일리 립'을 진행하는 아나운서다. 온갖 가십으로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이 쇼에서 혜성과 지구가 충돌한다는 소식은 인기 가수 커플의 결별과 재결합 소식에 밀려 찬밥 신세가 된다. 이런 판을 꾸려가는 인물이 바로 브리. 그의 태도에 흥분하며 열변을 토하는 케이트에게 브리는 코웃음으로 대꾸한다. 우아함의 상징 케이트 블란쳇이 이토록 품위 없는 뻔뻔함을 선보일 때, 캐릭터의 입체감은 배가 된다.


티모시 샬라메

쿠엔틴 역

올해 하반기 극장에 걸린 대부분의 대부분의 대작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이름, 바로 티모시 샬라메다. <듄>을 통해 할리우드 대형 시리즈 영화를 이끌어갈 힘 있는 얼굴로 성장했음을 알린 그는 곧이어 개봉한 <프렌치 디스패치>를 통해 대선배들 사이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상대 배우를 받치고 극에 안정감을 더하는 연기에도 탁월한 재능이 있음을 입증했다. <돈 룩 업>은 <듄>과 <프렌치 디스패치>에서 선보인 장기를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영화다. 여태까지 본 적 없던 뒷골목 소년의 얼굴을 한 티모시 샬라메를 만날 수 있는 <돈 룩 업>에서 그는 출연 분량 내내 상대 배우를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연기를 펼치다, 후반부에 강력한 한 방을 날리며 저만이 할 수 있는 독보적인 매력을 뽐낸다. 역시, ‘티모시 샬라메는 티모시 샬라메다’라 일컬을만한 존재감.


아리아나 그란데 & 스콧 메스쿠디

라일리 비나, DJ 첼로 역

지구 멸망 앞에 선 지구인들. 그 혼란의 끝에 이들이 서 있다. 천문학자들이 목이 터져라 외치는 지구 멸망설을 제치고 검색어 1위를 차지한 가십의 상징, 라일리 비나-DJ 첼로 커플은 아리아나 그란데와 스콧 메스쿠디가 연기했다. 두 사람은 실제로도 엄청난 영향력을 지닌 엔터테이너. 먼저 세계적인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는 마이크를 잡기 전 배우로 먼저 커리어를 쌓은 바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키즈 채널 니켈로디언의 시트콤 <빅토리어스>에서 캣을 연기하며 팬덤을 탄탄히 다진 그의 배우 시절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돈 룩 업>에서의 활약이 더욱 반가울 것. 그의 연인으로 등장하는 DJ 첼로는 뮤지션 키드 커디, 본명 스콧 메스쿠디가 연기했다. 2010년부터 배우로서 활동을 겸한 그는 지난해 루카 구아다니노가 연출한 드라마 <위 아 후 위 아>에서 권위주의적인 성향을 지닌 군인이자 딸 케이틀린을 사랑하는 아빠 리처드를 안정적으로 연기해 내며 호평을 받았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