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말 2000년대 초 선풍적인 인기를 물고 온 <매트릭스> 시리즈. 속편이 나온다 만다 소문도 무성했던 4번째 시리즈가 무려 18년 만에 <매트릭스: 리저렉션>으로 제작돼, 2021년 연말 전세계 관객들을 만난다. <매트릭스: 리저렉션>을 보기 전 복습 차원에서 <매트릭스>, <매트릭스: 리로디드>(이하 <리로디드>), <매트릭스: 레볼루션>(이하 <레볼루션>)의 트리비아를 훑어보자.

* P.S. <매트릭스> 시리즈를 연출한 워쇼스키 형제는 성전환해 현재 워쇼스키 자매가 됐지만, 3부작이 개봉한 시점에 맞춰 자매가 아닌 형제로 표기했다.


** 워쇼스키 형제는 5년 반 동안 시나리오를 13번 고치고서야 <매트릭스>의 세계관을 완성할 수 있었다. 시나리오를 본 수많은 영화사들이 형제의 아이디어를 마음에 들어 했지만, 이걸 어떻게 영화로서 구현해낼지는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결국 워쇼스키 형제는 일러스트레이터 스티브 스크로스와 제프리 대로우와 함께 600개가 넘는 스토리보드를 만들어 자신의 비전을 확실히 전달할 수 있었고 그때부터 제작 상황도 앞으로 나아갔다. 두 일러스트레이터는 나머지 <매트릭스> 시리즈, <스피드 레이서>(2008), <닌자 어쌔신>(2009)의 스토리보드를 작업해 워쇼스키와의 연을 이어갔고, <매트릭스: 리저렉션>에도 참여했다.

** <매트릭스> 시리즈는 홍콩의 전설적인 무술감독 원화평이 액션 전반을 관장했다. 처음 제안 받았을 당시 합류하길 원하지 않았던 원화평은 워쇼스키 형제가 포기하도록 터무니없는 개런티를 요구했지만 소용없었다. 자신이 무술에 관한 모든 통제권을 쥐고, 촬영 4개월 전부터 배우들을 훈련시키겠다는 강수를 뒀지만, 그의 제안을 모두 받아들였다. 실제 주연배우들은 1997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무술 전문가들과 훈련을 받아야만 했다.

원화평

윌 스미스 / 이완 맥그리거

** 여느 영화와 마찬가지로 <매트릭스> 역시 수많은 할리우드 배우들에게 제안됐다. 조니 뎁은 워쇼스키 형제가 네오 역에 가장 원했던 배우였고, 워너 브러더스는 발 킬머나 브래드 피트를 원했다. 윌 스미스는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1999)를 찍기 위해 네오 역을 거절했고, 나중에 "당시 난 배우로서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역을 맡았다면 분명 그걸 망쳤을"거라면서 배역을 고사한 걸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완 맥그리거는 <스타워즈: 보이지 않는 위험>(1999) 스케줄 때문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영화에 특수효과가 많다는 점을 이유로 거절했다.

제이다 핑켓 스미스 / 휴고 위빙

윌 스미스의 아내인 제이다 핑켓 스미스는 트리니티 역에 오디션을 봤지만 결국 <매트릭스 리로디드>(2003)에서 조연 니오베를 연기했다. 산드라 블럭은 네오의 배우가 아직 정해져 있지 않아 거절했지만, 결국 <스피드>(1994)와 나중에 <레이크 하우스>(2006)까지 호흡을 맞춘 키아누 리브스가 네오 역을 맡게 됐다. <X파일> 시리즈의 질리안 앤더슨도 트리니티 역 물망에 있었다. 러셀 크로우는 시나리오에 아무 흥미를 느끼지 못해서, 장 르노는 <고질라>(1998)를 찍어야 하고 촬영을 위해 호주에 가고 싶지도 않아 모피어스 역을 고사했다. 게리 올드만, 새뮤얼 L. 잭슨, 러셀 크로우, 주윤발도 모피어스 역을 거절했다. 한편 워쇼스키 형제는 1991년 작 <위험한 선택>의 연기를 보고 스미스 요원 역에 휴고 위빙을 캐스팅했다.

** <매트릭스> 초반 네오와 모피어스가 네오의 직장에서 처음 휴대폰으로 대화를 나누는 신, 키아누 리브스는 34층 높이 창문가에 매달려 촬영에 임했다. 스턴트맨도 없이.

** 빨간 알약을 삼킨 네오는 온몸이 이상해지는 걸 느끼고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유선형 공간에서 깨어난다. 키아누 리브스는 네오의 깡마른 외모를 위해 7kg을 감량했고, 전신 제모를 감행했다.

** 의상 디자이너 킴 바렛은 빠듯한 제작비를 고려해, 트리니티의 옷을 값싼 PVC 재질로 제작했다. 네오의 코트는 은회색 가죽으로 계획됐지만 소재가 무거워 너풀거렸으면 좋겠다는 감독의 의도에 맞추고자 소재를 모두 패브릭으로 교체했고, 그것 역시 저렴한 울 혼방 소재로 만들었다.

** 네부카드네자르 호의 일원인 스위치 역의 벨린다 맥클로리는 반쪽짜리 캐릭터 오디션을 봤다. 본래 스위치는 성별이 명확하지 않은 캐릭터였고 '전환'이라는 그 이름처럼 현실에서는 남성 배우가, 매트릭스에서는 여성 배우가 연기하는 설정이었다. 워너 브라더스의 결정으로 여성 배우인 맥클로리 혼자 스위치를 연기하게 됐다.

** 하루아침에 매트릭스라는 세계와 자신이 네오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그가 영화 초반 45분 동안 구사하는 80개의 대사 중 44개가 물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네오는 1분에 한 번꼴로 누군가에게 질문을 던진 셈이다.

** 탱크(마커스 총)가 네오에게 무술 데이터를 업로드 할 때 모니터에는 주짓수, 쿵푸, 태권도, 그리고 취권이 보인다. 이 신은 원화평을 향한 오마주다. 취권은 성룡 주연의 영화 <취권>(1978)에 등장하는 무술이다. 이 영화는 원화평이 무술은 물론 영화 연출까지 맡았고, 그의 아버지 원소전이 취권 창시자 소화자를 연기했다.

** 주요 배우/스탭은 매트릭스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장 보드리야르의 저서 <시뮬라르크와 시뮬라시옹>을 읽어야만 했다. 토마스(키아누 리브스)가 디스켓을 숨겨놓은 곳이 바로 이 책. 한편 모피어스는 네오에게 매트릭스의 개념을 설명하던 중 내뱉는 "실재의 사막에 온 걸 환영하네"는 <시뮬라크라와 시뮬라시옹>의 문장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리브스는 이와 더불어 케빈 켈리의 <통제불능>, 딜런 에반스/오스카 저레이트의 <진화심리학> 등을 읽어 그 책의 개념을 설명할 수 있어야 했다.

** 휴고 위빙은 스미스 요원의 목소리를 1950년대 뉴스 앵커들의 스타일을 따왔고, 모피어스 역의 로렌스 피시번은 케네디 암살사건, 아폴로호의 달 착륙 등을 보도한 CBS 앵커 월터 크롱카이트의 음성을 레퍼런스 삼았다.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의 제작비 1/6에 해당하는) 6천만 달러로 <매트릭스>를 완성할 수 있었던 비결. 호주에서 촬영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찍었다면 족히 1억8천만 달러는 들었을 거라고 예상된다. 빨간 드레스의 여인이 등장하는 신은 시드니의 금융/상업의 중심지인 마틴 플레이스에서, 요원들에게 붙잡힌 모피어스를 구출하는 신은 '콜럼버스 픽처스' 시드니 지사의 시사실에서 찍었다.

** 촬영 전 키아누 리브스는 목뼈 통증이 다리까지 영향을 미쳐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아직 회복 중일 때도 액션 트레이닝을 받겠다고 고집해, 원화평 무술감독은 펀치나 가벼운 동작 정도만 연습하도록 했다. 훈련 기간 절반이 되도록 리브스는 발차기를 하지 못해 영화에서도 발을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다. 네오와 모피어스가 도장에서 대련할 때 보여준 3단 차기는 제작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단 세 테이크 만에 찍었다. 한편 회복기간을 고려해 촬영 초반엔 액션이 적은 운전, 취조, 오라클과의 만남 신 등을 촬영했다.

** 로비 총격신에서 키아누 리브스가 든 총기는 사실 플라스틱으로 만든 모형이다. 초반 보안경찰들을 쏘아대는 MP5K는 실제로 3kg에 육박하는데, 플라스틱 모형은 200g도 되지 않아서 한결 수월히 촬영할 수 있었다.

** 키아누 리브스의 스턴트맨은 네오가 스미스를 들쳐서 천장에 꽂는 신을 찍고서 갈비뼈, 무릎이 깨지고 어깨가 빠졌다. 그 스턴트맨이 바로 훗날 키아누 리브스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하는 <존 윅> 시리즈의 감독 채드 스타헬스키다.

** <매트릭스>는 제작비 대비 7배가 넘는 4666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해 1999년 개봉작 흥행 4위에 올랐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편집상, 음향상, 특수효과상을 비롯한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돼 모두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 <리로디드>와 <레볼루션>은 동시에 프로덕션이 진행됐다. 2001년 3월 찍기 시작해 2002년 8월이 돼서야 촬영이 끝났고, 후반작업을 거쳐 <리로디드>가 2003년 5월 15일 개봉했다.

** <매트릭스>의 어마어마한 성공으로 워쇼스키 형제는 <배트맨 비긴즈>(2005)의 연출을 제안 받지만, <매트릭스> 후속편을 위해 거절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배트맨 비긴즈>는 <메멘토>(2000)의 크리스토퍼 놀란이 감독을 맡아 걸작 <다크 나이트>(2008)를 만드는 발판이 됐다.

<매트릭스> 현장의 워쇼스키 형제

** 워쇼스키 형제의 계약서엔 언론 인터뷰를 일체 하지 않겠다는 조건이 포함돼 있었다.

** 주연 배우들은 2000년 11월부터 8개월간 무술 트레이닝을 받았다. 캐리 앤 모스는 6개월 동안 연마해 오프닝 신의 스콜피온 킥을 직접 소화했다.

모피어스

** 모피어스 역의 로렌스 피시번, 니오베 역의 제이다 핀켓 스미스, 고스트 역의 안소니 웡은 시나리오도 읽지 않고 출연을 결정했다.

** 세라프는 이연걸을 가정하고 시나리오를 썼는데, 이연걸이 키아누 리브스만큼 출연료를 달라고 요구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캐릭터 설정을 여자로 바꾸어 양자경을 섭외하려고 했지만 스케줄이 어긋나, 결국 대만 출신의 액션 전문 배우 콜린 초우가 캐스팅 됐다.

알리야 / 노나 게이

** 이연걸 주연의 <로미오 머스트 다이>로 영화 신고식을 치른 R&B 가수 알리야가 <리로리드>를 통해 처음 등장한 캐릭터 ‘지’ 역을 맡아 촬영하던 중 2001년 8월 비행기 사고로 사망했다. 가수 브랜디와 배우 에바 멘데스 등이 알리야를 대신하기로 거론되다가 결국 <알리>(2001)에 출연한 (전설적인 가수 마빈 게이의 딸) 노나 게이가 캐스팅돼 지의 분량은 다시 촬영했다.

** 워쇼스키 형제는 이탈리아 영화 <말레나>(2000)를 보고 페르소포네 역에 모니카 벨루치를 캐스팅했다.

** 초반부 스미스 요원이 타고 오는 차 번호는 'IS 5416'이다. 이사야 54장 16절에서 따온 것.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보라 숯불을 불어서 자기가 쓸 만한 연장을 제조하는 장인도 내가 창조하였고 파괴하며 진멸하는 자도 내가 창조하였은즉.”

** 네오가 스미스 요원과 그의 클론들과 싸우는 신, 네오는 80명이 넘는 스미스를 상대한다. 28일 간의 촬영을 거쳐 완성했다. 스미스 클론 가운데 휴고 위빙이 직접 연기한 경우는 몇 개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위빙과 비슷한 체형의 남자들을 섭외해 그의 머리를 붙여 만들었다.

** 저항군의 군함 이름은 ‘묠니르’(Mjolnir)다. 당시만 제대로 발음하기도 힘들고, 천둥의 신 토르의 망치 이름을 따왔다고 설명해야 했는데, 마블 캐릭터 토르가 인기를 얻은 후엔 너무나 익숙한 이름이 됐다.

** 삼성은 영화에서 나온 것과 똑같은 휴대폰을 1만 개 한정으로 미국에서만 판매해 순식간에 매진됐다. 모델명은 SPH-N270. 중고 시장에 1000달러 이상에 거래된다고. <매트릭스>에선 노키아의 휴대폰이 쓰였다.

** 시온의 군중 신을 위해 동원된 엑스트라만 1000명이 넘는다.

** 메로빈지언을 연기한 프랑스 배우 랑베르 윌슨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지만 감독의 요청에 따라 프랑스어 악센트를 강조했다. 메로빈지언이 넥타이를 매는 방식은 실제로도 메로빈지언이라 불린다.

** 아키텍트의 방에 있는 수많은 모니터는 <매트릭스>에서 요원들이 네오의 몸 안에 벌레를 집어넣는 취조실에 있던 것과 동일하다.

** 아키텍트 역엔 숀 코네리를 계획했으나 그가 영화 콘셉트를 이해할 수 없다며 거절해, 호주 배우 헬뮤트 바카이티스에게 돌아갔다. 아키텍트의 목소리는 영화감독 오손 웰스의 것에서 영감을 얻었다.

** 후반부 고속도로 추격 시퀀스는 앨러미다 해군 기지에 고속도로 세트를 구축해 무려 3개월 동안 찍었다. 3개월이면 웬만한 할리우드 영화 한편 찍을 수 있는 기간이다.

** 로렌스 피시번은 모피어스가 요원과 싸울 때 안경을 벗어보자고 제안했다. <매트릭스>에서 스미스 요원과 싸웠던 것도 떠오르게 하고, 그의 나약함을 잘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 제너럴 모터스는 영화 촬영에 자동차 300대를 기증했고, 촬영 막바지엔 300대 모두 망가졌다.

** 촬영 중에 사용한 소품들은 대부분 재활용됐다. 수천 톤의 나무는 멕시코로 보내져 저소득층 주택을 짓는 데에 쓰였다.

** 전편에서 탱크 역을 맡은 마커스 총 역시 복귀할 거라 예상됐는데 워쇼스키 형제/제작사와 크게 싸운 후 탱크 캐릭터가 죽은 거로 처리됐다. 총이 후속작 두 편으로 1편 출연료의 5배인 25만 달러를 제안 받았지만 100만 달러를 요구해 협상에 실패했다는 공식 입장이 있었고, 총은 자신을 음해하기 위한 것이라 주장했다.

** 현장에서 여러 배우들이 부상당했다. 캐리 앤 모스는 와이어 액션을 익히다가 다리가 부러졌고, 로렌스 피시번은 트레이닝 중에 팔이 골절되고, 휴고 위빙은 와이어 촬영 중 목에 디스크가 생겼다.

** 어마어마한 인기에 따라 판촉물의 수요도 워낙 많아서 배급업자들은 판촉물이 도난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 했다. 등신대나 배너 같은 경우엔 ‘Caddyshack 2’, ‘The Replacements' 같은 가짜 제목을 기입해 발송했고, 심지어 수많은 극장이 개봉 직전까지 판촉물을 비치하지 못하기도 했다.

** <리로디드>는 당시 사상 최고의 수익을 거둔 R등급 영화에 등극했다. 미국에서는 <비버리 힐스 캅>(1984) 이후 19년 만에 R등급 최고 흥행의 왕좌를 탈환한 셈이었는데, 이 기록은 9개월 후 개봉한 멜 깁슨 감독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2004)가 경신했다.


** <레볼루션>도 <리로디드> 개봉 몇 주 후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결국 2003년 11월 5일에 개봉했다. 전세계에 한날한시 개봉됐으면 좋겠다는 워쇼스키 형제의 뜻에 따라 LA 기준 오전 6시, 뉴욕 기준 오전 9시에 개봉됐다. 한국 개봉은 오후 11시였다.

** <리로디드>와 <레볼루션>의 시각적인 차별점을 두기 위해, <리로디드>의 액션 대부분은 매트릭스에서, <레볼루션>의 경우엔 현실 세계에서 이루어진다.

** 키아누 리브스의 출연료는 약 1500만 달러였다. 러닝타임 1분 당 40만 달러를 받은 것과 같은 금액.

** 모피어스, 트리니티, 세라프가 지하철역에서 부랑자를 추격할 때 ‘테이스티 윗’(Tastee Wheat)의 광고가 스쳐지나간다. <매트릭스>에서 마우스는 네오에게 현실 세계의 음식을 얘기하면서 테이스티 윗을 언급한 바 있다.

** 현실과 매트릭스 사이의 역 이름은 ‘모빌 에비뉴’(Mobil Ave)다. 모빌은 ‘림보’(Limbo)의 철자를 바꾼 말이고, 림보는 천주교에서 천국과 세상 사이의 공간을 뜻한다.

<레볼루션>의 오라클 / <리로디드>의 오라클

** 동시에 제작된 <리로디드>와 <레볼루션>에서 배우와 캐릭터가 일치하지 않는 이가 딱 하나 있다. 1편부터 오라클로 활약해왔던 글로리아 포스터는 <리로디드> 촬영 막바지에 당뇨로 세상을 떠나, <레볼루션>에선 매리 앨리스가 대신 오라클 역을 맡았다. 두 배우는 1995년 연극 <해빙 아워 세이>에서 100세가 넘는 주인공 자매를 연기한 바 있다. 한편 앨리스는 로렌스 피시번이 10살 때 처음 공연한 연극에서 그의 어머니 역할을 맡기도 했다.

<해빙 아워 세이>

** 네오가 오라클을 만날 때 오라클의 집에서 ‘I'm Beginning to See the Light’가 흐르고 있다. 색소포니스트 벤 웹스터가 1961년에 발표한 이 곡은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오라클의 집에 찾아가는 신에서는 원곡자 듀크 엘링턴이 1944년에 발표한 버전이 사용됐다.

** 영화 후반 네오는 기계들의 수도 제로원에서 인공지능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만난다. 무수한 센티널들이 모여서 비행해 어린 아기의 얼굴 같은 형상을 만드는데, 워쇼스키 형제는 이를 조카의 얼굴을 본따 만들었다.

** 특수효과 팀은 클라이맥스 전투 신에서 비가 쏟아지는 풍경을 만들기 위해 2달을 꼬박을 매달렸다.

** 네오와 스미스 요원이 싸우는 골목은 <매트릭스> 마지막 장면에서 네오가 전화를 받는 그곳이다. 호주 시드니에 위치한 곳으로, 공중전화 부스도 그대로 보인다.

** 네오와 스미스 요원의 마지막 전투가 끝나고 사티가 길에서 쓰러져 있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까만 고양이는 <매트릭스>에서 매트릭스의 데이터를 수정하는 신에서 나온 고양이로 설정됐다. 고양이는 실제가 아닌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었다.

** <레볼루션>의 마지막 장면은 매트릭스 세계에서 유일하게 나뭇잎과 하늘이 드러나는 유일한 순간이다.

** 워쇼스키 형제의 데뷔작 <바운드>(1996)와 <매트릭스> 3부작의 촬영감독을 도맡은 빌 포프는 2020년 로저 디킨스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에 출연해, <매트릭스>와 달리 <리로디드>와 <레볼루션>의 촬영이 유쾌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예상치 못할 만큼 성공한 전작으로 인해 바깥의 압력이 상당했고 스탭들 간의 마찰도 많아서 그게 고스란히 결과물에 드러나 두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워쇼스키 형제가 스탠리 큐브릭의 책에서 “녹초를 만들어놓지 않으면 배우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지 않는다”는 문장을 읽고서 90 테이크를 찍자고 할 때 큐브릭을 무덤에서 꺼내서 다시 죽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매트릭스> 촬영장의 빌 포프

** <리로디드>는 약 7억3941만 달러, <레볼루션>은 4억2734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해, 각각 2003년 최고 흥행 순위 3위와 8위를 차지했다. 그해 흥행 1위 작품은 총 11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이었다.


씨네플레이 문동명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