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과 세 한국 배우.

현재 상영작 중 인기작이라면 단연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일 것이다. 그러나 인기작이 아닌 화제작을 묻는다면 조용히 1만 관객을 돌파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드라이브 마이 카>일 것이다. <해피 아워>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신작 <드라이브 마이 카>는 연극 연출가 겸 배우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가 <바냐 아저씨>를 준비하며 겪는 시간을 촘촘하게 묘사한다. 이번 영화에서 특히 화제를 모은 부분은 극중 한국 캐릭터가 등장하고 한국 배우들이 해당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다. 영화계에선 처음 얼굴을 비춘 이 세 배우, 이전엔 어디서 볼 수 있었을까.


이유나 역 박유림

<드라이브 마이 카>

전체적으로 조용한 편인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유독 인상적인 고요한 시간이 있다. 소냐 역을 맡기 위해 오디션에 지원한 이유나가 연기를 펼치는 장면이다. 말을 못 하는 언어장애인인 그는 소냐의 대사를 수어로 연기한다. 오디션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스크린 너머의 관객까지도 모두 숨을 죽인 채 그의 연기를, 이유나의 언어를 묵묵히 지켜본다. 이 이유나 역을 연기한 배우는 박유림. 다양한 언어를 쓰는 출연진 가운데서도 대사를 모두 수어로 하며 극중 비중이 큰 편이어서 캐릭터에도, 배우에게도 눈이 갈 수밖에 없다.

<블랙독> 13화

박유림은 이번 영화에 출연한 세 한국 배우 중 매체에서 가장 많이 얼굴을 비췄다. 지상파 드라마, OTT 오리지널, 유튜브 단편 등에 출연했기에 익숙한 얼굴인데, 싶었을 수도 있다. 최근작은 <블랙독>과 <첫사랑은 처음이라서>. <블랙독>에선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대치고에 새로 온 기간제 교사 류진희로, 주인공 고하늘(서현진)이 모든 것이 헷갈렸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 <첫사랑은 처음이라서>에선 송이(정채연)와 대학 생활을 함께 하는 친구 민아로 출연했다. 한 유튜브 채널의 '두 여자'라는 콘셉트 영상 한 편도 유명한 편.

<첫사랑은 처음이라서>

그는 오디션 당시 수어를 몰랐는데, "수어를 만들어서 해도 좋다"는 류스케 감독의 말대로 즉흥적인 손짓으로 오디션을 봤다. 캐스팅 직후 촬영이 끝날 때까지 수어 선생님과 함께 수어를 배웠다고. 영화에 출연한 한국 배우 중 유일하게 일본어를 할 줄 몰랐는데, 현장 사람들 모두 다양한 언어를 쓰니 외롭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단다.


공윤수 역 진대연

<드라이브 마이 카>

진대연이 맡은 공윤수는 가후쿠가 참여하는 연극제의 스태프 중 한 명이다. 꽤 무뚝뚝한 미사키(미우라 토코)와 일로 만난 가후쿠에게도 웃는 얼굴로 대하는 서글서글한 성격이나 극중 영어, 일본어, 한국어, 수어까지 구사하는 프로페셔널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바냐 아저씨>를 준비하는 순간부터 무대에 오르기까지 가후쿠의 여정을 함께 하며 영화에 큰 잔상을 남기기도 한다.

진대연이 본인 SNS 계정에 올린 배우활동 사진들

사람 좋은 캐릭터 때문인지 다소 눈에 익은 느낌이지만, 진대연은 이번 <드라이브 마이 카>가 스크린 데뷔작이다. 그렇다고 연기가 처음인 것은 아니고, 연극 무대에서 10여 년 동안 활동한 베테랑 배우인 것. <그녀를 믿지마세요>, <그남자 그여자>, <오백에 삼십> 등의 연극에 출연했다. 최근 영화 개봉 후 SNS에 그동안 출연한 연극 작품의 모습들을 모아 올리기도 했다. 첫 피드가 <드라이브 마이 카> 관련 포스트인 것을 보면 이번 영화를 통해 SNS를 개설한 듯하다. 함께 연기한 박유림 배우의 인터뷰를 참고하면, 3차 오디션 때 처음 봤을 때도 항상 웃는 얼굴이어서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는 후문.


류정위 역 안휘태

안휘태(가운데), 왼쪽은 이유나 역 박유림, 오른쪽은 재니스 창 역의 소냐 위엔

안휘태는 <바냐 아저씨>에서 아스트로프 역을 맡게 된 배우 류정위로 출연했다. 다카츠키 코시(오카다 마사키) 또한 아스트로프 역에 지원했지만, 가후쿠는 두 사람 중 류정위를 아스트로프로 발탁하고, 다카츠키에겐 바냐를 맡긴다. 류정위는 개별 서사가 없는 캐릭터지만, 극을 연습하는 장면에서 자주 등장한다. 텍스트를 감정 빼고 텍스트로서만 읽는, 가후쿠의 연습 방식에서 한국말이 들리는 부분들이 안휘태의 류정위이며, 팀이 처음 장면 연습을 시작한 장면도 아스트로프의 장면이다.

안휘태 또한 이번 작품이 첫 영화라고 한다. 그전에 단역으로 출연한 영화가 있긴 하나 조연급은 처음이라고. 그 외 여러 작품으로 무대 활동을 했다. 일본어를 전공했었기에 실제로 일본어에 능하다고 한다. 이전에 단역으로 출연한 <아이 캔 스피크>에서도 일본군으로 출연했으니까. 예전 프로필을 참고하면 클래식 기타 연주가 특기라고 하는데, 개인 SNS에서 그의 연주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드라이브 마이 카> 배급사가 공개한 한국 배우들의 1만 관객 돌파 감사 편지를 덧붙인다.

박유림

진대연

안휘태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