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상영을 놓치면 다시 보기 어렵더라, 같은 말도 이제 옛날이다. 요즘은 집에서 쉽게 영화를 찾아볼 수 있는 OTT·VOD 서비스까지 보급됐고. 극장에서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줄어든 신작의 자리를 지난 영화들의 재개봉으로 채우니 지금처럼 놓친 영화 다시 보기 좋은 시기도 없다. 재개봉한다는 건 그만큼 찾는 관객이 지속적으로 있단 증거. 재개봉 횟수를 기준으로 어떤 영화들이 관객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아왔는지 순위를 매겨봤다. 재개봉 1회 영화는 너무 많아 KOBIS(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으로 2회 이상 재개봉한 작품을 골라 선정했다.


재개봉 2회

<샤인> (97년 1월 25일, 17년 6월 15일, 20년 2월 27일) <아멜리에> (01년 10월 19일, 12년 2월 23일, 21년 12월 15일)

<메멘토> (01년 8월 24일, 14년 11월 20일, 20년 8월 19일)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01년 12월 13일, 18년 10월 24일, 21년 9월 15일)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04년 7월 16일, 20년 2월 26일, 21년 5월 5일)

<노트북> (04년 11월 26일, 16년 10월 19일, 20년 11월 4일)

<클로저> (05년 2월 3일, 17년 4월 20일, 21년 2월 18일)

<그래비티> (13년 10월 17일, 18년 8월 29일, 21년 10월 6일), <너의 이름은.> (17년 1월 4일, 18년 1월 4일, 21년 9월 9일)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작품이거나, 개봉한 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리마스터링했거나. 재개봉을 2번 한 작품들은 대체로 이렇다. <해리 포터> 시리즈는 시리즈의 막을 올린 1편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과 대체로 가장 훌륭하다고 평가받은 3편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가 재개봉을 두 번 했다. 당시엔 떠오르는 신인 감독이었다가 지금은 '이름만 들어도 아는' 감독 중 한 명이 된 크리스토퍼 놀란의 <메멘토>, 관객들이 나이를 먹을수록 곱씹게 되는 <클로저>도 눈에 띈다. 90년대 말, 분위기 있는 장소에 필수 포스터였던 <샤인>과 배우부터 OST까지, 신드롬 그 자체였던 <타이타닉> 또한 두 번 재개봉했다. 최근 개봉한 <아멜리에>가 인지도나 유명한 포스터 때문인지 생각보다 재개봉이 적은 것도 특이하다. <그래비티>나 <너의 이름은.>은 인기가 많은 영화들답게 재개봉 당시 아이맥스관에서 상영하기도 했다. <너의 이름은.>은 이 리스트 중 가장 최신작이나 기획 상영들까지 포함하면 최단기 재개봉 단골손님 수준이다.


재개봉 3회

<패왕별희> (93년 12월 24일, 17년 3월 30일, 20년 5월 1일, 21년 3월 31일)

<매트릭스> 99년 5월 15일, 16년 9월 22일, 19년 9월 25일, 21년 12월 9일)

<다크 나이트> (08년 8월 6일, 09년 2월 19일, 17년 7월 12일, 20년 7월 1일)

<라라랜드> (16년 12월 7일, 17년 12월 8일, 20년 3월 25일, 20년 12월 31일)

재개봉만 세 번 한 영화들이라서 딱 보기에도 호불호가 적고 명작으로 알려진 영화들이다. 한국에서 반응이 애매했던 슈퍼히어로 장르를 주류로 이끈 <다크 나이트>는 재개봉할 때마다 수많은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한정 상영이라 횟수에 포함하지 않았으나) 용산 아이맥스 한정 상영 때 그야말로 '피케팅'이었다고. 1999년 세기말에 밀레니엄의 두려움을 그린 사이버펑크 영화 <매트릭스>는 최근 <매트릭스: 리저렉션> 개봉 전 재개봉으로 관객들과 재회한 덕분에 재개봉 3회의 전당에 올랐다. 문화대혁명 속 경극 배우들의 비극을 그린 <패왕별희>는 극장판으로 개봉 후 확장판으로 세 번 더 재개봉했다. 첫 개봉 당시에도 장기 상영하며 인기몰이한 <라라랜드>는 개봉 1년 만에 재개봉에 성공했고 2020년에도 두 번이나 재개봉했다.


재개봉 6회

<러브 액츄얼리> (03년 12월 5일, 13년 12월 18일, 15년 12월 17일, 17년 12월 20일, 19년 12월 18일, 20년 12월 16일, 21년 12월 23일)

<러브레터> (99년 11월 20일, 13년 2월 14일, 16년 1월 14일, 17년 12월 13일, 19년 12월 26일, 20년 12월 23일, 22년 1월 6일)

음악에 '캐럴 연금', '벚꽃 연금'이 있다면 영화계엔 '러브 연금'이 있다. 재개봉만 6번에 성공한 <러브 레터>와 <러브 액츄얼리>가 그 주인공이다. <러브 액츄얼리>야 크리스마스 대표 영화답게 연말에 재개봉 소식이 기다려지는 고정 멤버 수준. 2019년까지는 2년마다 재개봉하다가 팬데믹 이후로는 해마다 개봉하고 있다. 화려한 출연진에 부담 없이 보기 좋은 스토리, 무엇보다 크리스마스와 연말 기분을 한껏 내게 하는 영화라서 앞으로도 꾸준히 사랑받을 듯하다. <러브 레터>는 이제 고전 영화 축에 속하는 잔잔한 영화임에도 꾸준히 팬들이 반기는 작품이다. 아무래도 영화에서 그리는 설경의 이미지가 겨울에 찰떡이기 때문 아닐까. 앞서 언급했던 <클로저>처럼 관객들이 나이를 먹을수록 더 깊은 의미를 둘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고. 재개봉 횟수는 두 작품 모두 여섯 번으로 동일하지만, 무삭제 버전 개봉을 포함한 <러브 액츄얼리>보단 <러브 레터>의 우위승으로 볼 수 있겠다.


인기에 비해 재개봉이 적다?

이터널 선샤인

어바웃 타임

<어바웃 타임>(왼쪽), <이터널 선샤인>

재개봉 횟수를 찾다가 발견한 의외의 결과. 한국인이 사랑하는 로맨스 영화 사대천왕급에 해당하는 <어바웃 타임>이 한 번도 재개봉한 적이 없단 것. 물론 기획전 상영이나 특별 상영은 틈틈이 있었으나 '재개봉'이라고 못 박고 상영관을 잡은 적은 한 번도 없다. 또 그에 못지않게 인기 많은 <이터널 선샤인>도 재개봉은 10주년을 맞이한 2015년에 딱 한 번 했다. 그 한 번이 어마어마한 대박을 냈을 뿐. 2015년 재개봉 당시 첫 개봉 관객 수를 돌파하고, 심지어 역대 재개봉 영화 최고 관객 동원까지 달성했다. 어쩌면 지금의 '재개봉붐' 일등공신이 이 영화가 아닐까 싶다.


몇 번으로 쳐야할지 헷갈리는 영화들

(왼쪽부터) <레옹>, <시네마 천국>,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

분명 여러 번 재개봉했지만, 이걸 몇 번으로 쳐야 하나 고민되는 영화들을 따로 소개한다. 첫 주인공은 <레옹>. <레옹>은 극장판과 감독판이 각각 두 번씩 개봉했다. 문제는 최초 개봉은 극장판, 그다음 재개봉 두 번은 감독판으로 해놓고 최근 극장판을 <레옹 디 오리지널>이란 제목으로 개봉한 것. 다른 버전이더라도 딱딱 순서를 맞춰 했다면 억지로라도 3회의 전당에 합류시켰겠지만, 제목까지 바꿔버린 탓에 같은 계보로 치기가 애매하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시네마 천국>. <시네마 천국>은 이탈리아 국내판, 인터내셔널판, 감독판이 있다. 감독판은 국내에 정식 개봉한 적이 없으니 빼더라도 인터내셔널판으로 개봉했다가 국내판으로 다시 개봉하고(당시 제목은 <신 시네마 천국>) 재개봉은 인터내셔널판으로 하면서 족보가 꼬여버린 것. 결국 인터내셔널판이 재개봉의 정석으로 자리 잡긴 했으나 관객에 따라 '이 장면이 왜 있지 (혹은 없지)?'할 수밖에 없다. 버전을 따지지 않으면 <시네마 천국> 또한 총 세 번 재개봉했다. 극장판 개봉→확장판 개봉→극장판 재개봉으로 이어진 <반지의 제왕> 삼부작도 이 항목의 마지막 손님으로 초대한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