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운수 회사 사장 아버지 밑에서 일하는 22세 파트리치아는, 양쪽으로 트럭이 줄지어 서 있는 주차장 속 흙먼지를 뚫고 당당한 캣워크로 영화에 입장한다. 어려서부터 습관적으로 야심을 품던 그는 자신이 뭘 원하는지,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 분명히 안다. 파트리치아가, 아직은 법률공부에 몰두해 가업엔 관심이 없던 훗날의 남편을 처음 만난 건 사교 파티에서다. 마우리찌오 구찌. 그 이름을 소개받는 순간, 마치 치즈 냄새를 알아챈 만화 속 쥐처럼 파트리치아의 눈에는 돌연 생기가 돈다. 우연을 가장한 노력 깃든 만남에서 파트리치아는 그 끝에 어떤 비극이 있는지 모른 채 “운명이 우리를 어디에 데려다 놓을지 궁금하다”고 추파를 던지며, 어수룩한 마우리찌오의 스쿠터에 진한 빨간색 립스틱으로 전화번호를 새겨 넣는다.
로돌포에게 구찌는 공유가 아닌 독점의 대상이었다. 그가 기지를 발휘해 고안한 구찌의 시그니처 아이템 플로라 프린트 스카프가 모나코 왕비 그레이스 켈리에 헌사되었듯, 그에게 구찌와 그의 가문은 품격 있는 삶을 영위하는 이들만 가질 수 있는 무언가였다. 이런 고매한 취향의 로돌포가 외동아들의 짝으로 클림트와 피카소도 구분하지 못하는 중산층의 출세주의자를 들일 리 없다. 강렬한 사랑에 휩싸인 젊은 커플의 결혼은 아버지와 아들을 의절하게 만들었다. 마우리찌오를 다시 회사로 끌어들인 건 동족인 파트리치아를 알아본 잇속 밝은 알도다. 구찌를 “박물관”에 빗대던 예술가 동생 로돌포와 달리, 세계 곳곳에 구찌 “쇼핑몰”을 세우길 바랐던 형 알도는 타고난 사업가다. 알도는 없는 재능에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설치는 괴짜 아들 파올로(자레드 레토)가 똑똑해지기를 기약 없이 기다리는 대신, 파트리치아와 공조해 이미 똑똑한 조카를 구슬려 후계자 자리에 앉힌다.
알도는 마우리찌오와 파트리치아를 뉴욕 매장으로 초대한다. 한동안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보이던 셋 사이의 균형은 29.95달러짜리 가짜 구찌 가방이 성행하던 시기와 맞물려 무너져내리기 시작한다. 구찌의 일원이고 싶었던 열정적인 파트리치아는 길바닥의 가품이 브랜드 가치를 떨어트리는 것을 목격하고 알도에게 호소하는데. 되돌아오는 답은 이랬다. 구찌는 모두 알고 있었다. 수익성이 좋아 내버려 둔 것뿐이다. 이는 구찌의 일이며 남자의 일이다. 너는 신경 쓰지 말거라. 단호하게 선 긋는 알도의 말은 파트리치아로 하여금 가족 내 위치, 그러니까 가족 내 위치가 없음을 상기시킬 뿐이었다. 구찌 가품과 그는 별다를 바 없었다. 위기감과 적개심에 의한 파트리치아의 발버둥은 그의 심령술사 친구 피나(셀마 헤이엑)의 조언을 만나, 알도 부자를 따돌리고 마우리찌오를 최대 주주로 만드는 데 성공하지만, 탐욕에 잠식된 그의 폭주는 마우리찌오의 외도와 함께 결혼 생활의 파탄을 알린다. 가질 수 없다면 망가뜨리겠다는 파트리치아의 파괴심은 구찌를 1995년의 예고된 파국으로 몰아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