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친한 친구인 인정에게 선의라 생각하고 베푼 것조차 상대에겐 모멸이 되었으니, 다른 친구나 연인은 말할 것도 없다. 자신을 위해 진심으로 울어줄 세 사람을 찾지 못한 지현은, 자신이 저질러 온 실수를 반성하며 제 삶이 통째로 거짓이었음을 뼈아프게 자각한다. 그리고는 다시 살아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감수해가며,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만회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진실로 잘해주기 위한 행동들로 남은 시간을 채운다. 처음엔 상대로부터 진실한 눈물을 얻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는데, 하다 보니 자연스레 제 인생을 복기하고 만회하기 위한 일이 되었다.
소현경 작가의 필모그래피에서 SBS <49일>(2011)은 아마도 그렇게 주목할 만한 작품은 아닐 것이다. 시청률로만 치면 MBC <진실>(2000)이나 SBS <찬란한 유산>(2009), KBS <내 딸 서영이>(2012), KBS <황금빛 내 인생>(2017)처럼 압도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들이 먼저 눈에 들어올 것이고, 장르적인 즐거움은 MBC <투윅스>(2013)나 tvN <두번째 스무살>(2015)가 앞선다. 매니악한 팬층의 존재로만 치면 SBS <검사 프린세스>(2010)가 훨씬 더 짙은 사랑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소현경 작가가 쓴 이야기들 중 <49일>만큼 어둡고 우울한 작품도 없다. 죽음을 전력으로 피하려는 영혼(신지현)과 삶을 전력으로 피하려는 사람(송이경)을 주인공으로 세운 <49일>은 인간의 선의지에 대한 비관과 냉정한 현실인식으로 가득하다. 서툰 선의는 사람을 상처 입히고, 오해를 사고, 배신 당한다. 삶이 멈춘 뒤에야 지금껏 살아온 삶이 허위였음을 깨닫고 반성해야 하는 지현과,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멈춰있는 이경의 이야기가 마냥 즐겁기란 어려운 일이니까. 게다가 이 글에서 다 쓰지 않은 막판의 반전은, 작품을 꾸준히 따라왔던 이들을 얼얼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결말을 납득하지 못한 이들의 뇌리에, <49일>은 그렇게 좋은 기억만으로 남아있지는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