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 돌아가 옛사랑을 구한다. 이 설정으로 이야기를 만든다면, '이 구태의연한 설정을 아직도?'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런데 이 설정을 맛깔나게 살려서 대흥행 중인 만화와 그 만화 원작 기반의 영화가 있다. 1월 19일 개봉하는 <도쿄 리벤저스>이다. 2021년 일본 실사 영화 중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우고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소개돼 은근한 입소문을 타고 있는 이 영화, 이 뻔한 설정을 어떻게 활용했기에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을까. 개봉 앞둔 <도쿄 리벤저스>의 핵심 포인트를 정리했다.


타임리프+청춘액션물

과거로 돌아간다는 '타임리프' 설정을 <도쿄 리벤저스>는 어떻게 활용했을까. 일본 특유의 양키물과 결합한 것이다. 양키물은 고등학생 불량배들의 문화를 녹인 장르로 흔히들 말하는 (일본식) 일진물로 이해하면 쉽다. 보통 <크로우즈 제로> 시리즈나 <하이 앤 로우> 시리즈가 유명하다.

양키물의 대표 시리즈 <크로우즈>(왼쪽), <하이 앤 로우>

스토리는 이렇다. 주인공 타케미치(키타무라 타쿠미)는 자신의 첫사랑이자 유일한 여자친구였던 히나타(이마다 미오)가 폭력 사태에 휘말려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 후 본인도 죽을 위기를 겪으면서 과거로 돌아가게 되는데, 히나타의 죽음이 도쿄 만지회와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된다. 타케미치는 히나타의 죽음을 막기 위해 도쿄 만지회에 맞선다.

<도쿄 리벤저스>

양키물은 일반적으로 남자들의 우정, 의리가 핵심이다. 쌈박질하는 등장인물 대다수가 남자이니 웬만하면 그런 소재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도쿄 리벤저스>는 히나타를 구한다는 목적을 가미함으로써 양키물에 다양한 변화를 준다. 첫째로 누군가를 구해야만 하는 목적의식으로 의리나 우정이란 판에 박힌 소재에서 어느 정도 탈피한 것. 두 번째는 양키물의 한계인 폭력성을 극에 필요한 요소로 끌어들인 것(물론 폭력을 100% 정당화할 순 없지만). 세 번째는 히나타와 도쿄 만지회의 관계나 미래 등을 통해 관객들의 궁금증을 끊임없이 일으킨다는 것. 원작이 이런 지점을 활용해 국내외에서 인기를 얻은 것처럼 영화 <도쿄 리벤저스> 또한 이런 스토리텔링을 적극 활용해 많은 관객에게 호평을 받았다.


은근한 웃음 코드와 그것으로 부각한 비장함

또 이 영화의 독특한 지점이라면, 주인공 타케미치가 싸움을 지지리도(!) 못한다. 보통 양키물이라면 싸움을 잘하는, 적어도 평균 이상하는 소년을 주인공 삼아 그가 역경을 딛고 최강자에 등극하는 것이 일반적인 전개다. 그러나 타케미치는 극중 허당에 가까워서 영화 초반 의외로 많은 웃음 포인트를 제공한다. '과거로 돌아가 첫사랑을 구한다!'라는 태그라인을 생각하면 다소 당황스러울 정도.

그런데 이렇게 한참 웃다가 어느 순간 숨이 멎을 만큼 비장한 지점을 도달한다. <도쿄 리벤저스>의 영리한 점 또 하나. 성장 드라마의 처절함을 곁들인 것이다. 싸움을 못하는 타케미치가 (아무리 영화라도) 단기간 '짱'이 될 순 없다. 그래서 그는 주인공지만 극 대부분 얻어맞고 쥐어터진다. 그럼에도 히나타를 구해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그 모든 고통을 감내한다. 진심으로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순간에 발화하는 비장함. <도쿄 리벤저스>는 웃음으로 관객들의 긴장을 늦췄다가 타케미치의 고군분투로 고삐를 당긴다. 한 사람을 구하고자 필사적으로 맞서는 타케미치의 모습은 일견 히어로 영화의 그것과 유사한 감정을 안겨줄 것이다.


눈을 즐겁게 할 청춘스타들

(왼쪽부터) 도리켄 역 야마다 유키, 타케미치 역 키타무라 타쿠미, 마이키 역 요시자와 료

타케미치 역 키타무라 타쿠미

극장에서 본 영화가 만족스러우려면? 당연히 재밌는 게 가장 중요하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눈이 즐거워야 한다'도 중요할 것이다. <도쿄 리벤저스>는 그 부분을 충족한다. 무슨 말인가 하면,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 대부분이 일본 현지서도 핫한 스타들이기 때문이다. 주인공 타케미치는 한국 관객들에게도 친숙한 얼굴이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나 <사랑하고 사랑받고 차고 차이고> 등 하이틴 로맨스에서 자주 얼굴을 비췄기 때문. 이번 작품은 액션까지 소화했기에 타케미치의 감정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마이키 역 요시자와 료

도리켄 역 야마다 유키

<도쿄 리벤저스> 원작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사노 만지로, 일명 마이키는 요시자와 료가 맡았다. 그는 <은혼> 실사영화에서 오키타 소고, <킹덤> 실사영화에서 영정/표(1인 2역)로 출연해 인지도와 연기력을 모두 인정받은 블루칩. 봉준호 감독의 광팬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번 영화에서 눈에 확 들어오는 드라켄은 야마다 유키가 연기했는데, 최근 OTT 서비스로 한국에 상륙한 드라마 <하코즈메 ~싸워라! 파출소 여자~>의 야마다 타케시 때와는 완전히 다른 카리스마를 과시한다.

타치바나 히나타 역 이마다 미오

타치바나 나오토 역 스기노 요스케

타치바나 남매로 출연한 두 배우 또한 최근 전방위적으로 활동하며 인정받고 있다. 누나 히나타 역의 이마다 미오는 <꽃보다 맑음>, <슈츠>, <3학년 A반 -지금부터 여러분은, 인질입니다-> 등 각종 드라마에서 조연급으로 꾸준히 얼굴을 비추고 있다. '후쿠오카에서 가장 귀여운 소녀'라는 별명처럼 이번 작품에서 첫사랑의 감성을 자극하며 홍일점으로 눈도장을 제대로 찍는다. 동생 나오토 역은 드라마 <사랑합니다! ~ 양키 군과 하얀 지팡이 걸 ~>에서 훈훈한 로맨스를 발산하며 인기몰이 중인 스기노 요스케에게 돌아갔다. 드라마에서 사랑에 빠진 양키남의 순수한 모습이 돋보였다면, 이번 작품에선 타케우치를 물심양면 도와주는 브레인으로 맹활약한다. 무엇보다 다른 등장인물의 만화적 비주얼에 지치는 관객이라면 두 캐릭터의 활약이 더욱 인상깊을 것이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