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등>의 결말은 애매하다. 수영을 향한 사랑을 다시 기억해 낸 준호는, 광수를 찾아가 “때리지 않고 수영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한다. 그러자 광수는 허탈한 건지 비웃는 건지 알지 못할 웃음을 지으며 대꾸한다. “그냥 너 혼자 해보라”고. 그게 무슨 의미였을지 희미하게 곱씹던 준호는, 대회에 출전해 1등을 거둔다. 맞아가면서 훈련하는 게 아니라, 온전히 수영을 향한 제 사랑으로 거둔 성과였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결말이 꼭 준호의 1등으로 끝났어야 했던 건지는 의문이다. 준호가 되찾은 행복의 가치가, 1등이라는 결과로 승인받는 것만 같아 마음이 복잡했던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준호가 애초에 왜 수영을 사랑하게 된 것이었는지 다시 깨닫고, 자신의 방식으로 세상을 대하게 됐다는 점만큼은 <4등>을 오래오래 기억하게 만들어주었다.
영화를 향한 내 사랑 또한 비슷한 결말을 맞았다. 감독이 되겠다는 꿈을 버리며 난 영화를 온통 다 져버리게 되는 줄만 알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난 뒤, 나는 천천히 영화를 다시 사랑하게 되었다. 극장을 찾고, 영화를 보고, 사람들과 그 감상을 나누고, 때로는 예전처럼 영화 이야기를 하며 깔깔 웃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이제 직업적 글쟁이가 된 나는, 영화에 대한 글을 쓴다. 꼭 감독이 되어야 영화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난 오래 돌아온 끝에 깨닫게 되었다. 더 일찍 알았다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괜찮다. 사랑이 꼭 성과로 이어지지 않아도, 행복이 꼭 위업으로 성취되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가 무언가를 사랑하게 된 이유의 고갱이를 놓치지 않는다면 우린 끝내 괜찮을 것이다. 헤매고 실패하고 쓰러지더라도,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