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배경인 샌 페르난도 밸리는 감독이 유년 시절을 보낸 장소로, <매그놀리아> 등 그의 다른 영화에서도 배경으로 등장한 바 있다. <리코리쉬 피자>에서 샌 페르난도 밸리는 특정한 장소에 정주하기보다 어딘가로 끊임없이 이동하는 인물의 정체성과 관련된 호명처럼 들린다. 청소년에게 허용된 장소에만 머무는 대신 다소 의외의 장소를 오가는 두 주인공의 이동 거리를 가늠하기 위해선 이들이 스치는 장소의 총체로서 지명을 언급하는 것이 더 적절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들이 지나는 공간의 다채로움은 10대를 주인공으로 한 성장물이 가지는 캐릭터 중심성과 여기에 동반되는 나르시시즘의 기운을 어느 정도 억누른다. 더불어 영화는 1970년대의 정치, 경제, 문화의 질감을 재현하는 데 공을 들인다. 물침대, 핀볼 게임 등 지금은 쇠락하거나 사라진 것들이 성행하는 순간을 마주하게 되는데, 이것이 사라진 것에 대한 애상을 자극하기보다는 발견의 기쁨에 감응하도록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