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매운 맛의 나라라고 했던가.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찰진 욕설로 매콤한 맛을 보여주고 있는 캐릭터가 있다. 사방이 좀비로 둘러싸인 세상에서 고3 박미진은 "내가 다시는 공부하나 봐라"라며 투덜거리기도, 약한 소리를 하는 친구에게 막말 같은 맞(는)말로 의지를 다져주기도 하며 2학년 5반 친구들의 순한맛과 상반된 매운맛으로 드라마를 채운다.
이 박미진을 연기한 이은샘은 <옷소매 붉은 끝동>(손영희 역)에 이어 <지금 우리 학교는>으로 2연속 홈런에 성공했다. 인터뷰 내내 쾌활하게 웃으며 질문에 답한 이은샘은 솔직하다는 것을 빼면 박미진과 참 많이 다르다. 그런데도 작중 박미진의 매력을 100% 보여줬다니. 기자는 이 배우가 앞으로 보여줄 연기의 스펙트럼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만큼 앞으로도 다양한 얼굴을 보여줄 배우 이은샘과의 대화를 전한다.
<지금 우리 학교가> 공개되고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요. 처음 완성본을 봤을 때는 어떠셨나요?
처음 봤을 때 제가 인트로 영상에 꽂혀서, 다른 작품들도 인트로 영상이 굉장히 멋있지만 유독 저희 시리즈 인트로 영상이 너무 멋있게 느껴졌어요. 그걸 보자마자 '와! 다 필요 없고 인트로 영상부터 찢었다!'(웃음) 이런 느낌으로 우리 작품 너무 잘 되겠다 이런 확신을 가지고 봤었어요.
촬영 때 걱정했는데 잘 나온 장면이 있나요?
아무래도 제가 2학년 5반과 대립 장면이 있잖아요. 준영(안승균)이랑도 있고, 대수(임재혁)랑도 있고. 준영이랑 싸울 때 너무 언성을 높인 건 아닐까 했는데, 뒷부분이 너무 슬픈 씬이었어서 그 부분에서 감정선을 끌어올려 준 게 뒤에서의 슬픔을 더 증폭시켰던 건 아닐까 싶었어요. 그 장면이 생각보다 너무 잘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학교 촬영장 밖에서의 에피소드가 있다면?
양궁즈(장하리 역 하승리, 정민재 역 진호은, 유준성 역 양한열)를 진짜 많이 만났어요, 학교 밖에서. 지방 촬영이 굉장히 많았어요. 지방 촬영을 가면 그 지역의 맛집을 가보자, 이런 느낌으로 항상 맛집을 찾았는데 저희가 진짜 찐맛집을 찾아가지고. 저희가 거의 안동에서 촬영했는데, 안동의 막창집이 정말 맛있는 거예요. 그래서 (안동에서) 촬영이 있을 때마다 매일, 메뉴도 고를 필요도 없이 항상 그 막창집을 갔어요. 고기 냄새 밸까 봐 후드를 꽉 잠그고 밥을 먹었던 기억이 있어요.
이번 작품에서 많이 못 만나서 다음에 꼭 만나고 싶은 배우는?
저는 윤귀남 역을 했던, 유인수라는 배우 자체가 너무 좋더라고요. 되게 예의 바른데 제가 본 배우 중에 정말 열정적이세요. (캐릭터) 연구도 굉장히 많이 하고. 그래서 다음 작품에서 인수 오빠를 꼭 한 번 오랫동안 같이 연기해 보고 싶다 그랬어요.
이전 질문과 비슷한 질문인데요, 캐릭터랑 정말 달라서 대신 영업해주고 싶은 배우가 있을까요?
앞에서 말한 인수 오빠는 정말 대단한 오빠고, 대수 역할을 한 임재혁 배우요. 그 오빠가 가지고 있는 게 되게 많은 오빠더라고요. 이번 드라마에서 일부러 30kg를 찌운 상태로 나왔던 건데 오빠가 살을 빼면 굉장히 훈남이거든요. 그래서 대수 오빠가 좀 더 많은 걸 보여주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전에 어린이 예능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했었어요. 배우 활동과는 또 다른 활동일 텐데, 그 프로그램들을 하면서 배운 게 있다면?
방송의 노하우를 많이 알게 됐던 거 같아요. 아이돌분들이 카메라를 찾는 시선을 대단하다고 많이들 하시잖아요. 저는 그걸 어렸을 때부터 배워서 카메라를 찾는 걸 굉장히 잘하고. 상황극 같은 거 할 때도 카메라를 보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카메라를 안 보는 것도 굉장히 잘하고. 이런 촬영의 노하우들을 많이 얻지 않았나 싶어요.
박미진은 고3이란 설정이잖아요. 극중 공부 얘기도 하는데, 학창 시절에 좋아했던 과목이 있다면?
암기과목은 다 좋아했어요. 단기 암기력이 좋아서 시험 전날 바짝 외우고 시험 끝나면 다 까먹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역사라든지 무조건 암기를 해야 하는 과목 있잖아요. 사회 같은 과목들. 그런 문과적인 것들을 좋아했던 거 같아요. 근데 제가 또 과학을 좋아해요. 과학도 일종의 암기과목이고. 그래서 하나를 뽑자면 과학?
그럼 선생님이 된다면 과학 선생님일까요?
어, 저는 체육 선생님 할래요.(일동 웃음) 저는 체육 선생님 해서 운동 가르쳐줄래요.
궁녀즈(<옷소매 붉은 끝동>의 이세영, 이민지, 하율리)하고도 이런저런 운동을 하러 다니셨잖아요. 나한테 딱 맞는다, 찰떡같다 하는 운동이 있다면?
운동을 정말 좋아하긴 하는데 운동을 꾸준하게 하는 건 잘 안 하더라고요. 유일하게 꾸준하게 하는 게 있다면 운동이라기보다 스포츠에 가까운데 웨이크보드나 스노보드.
겨울인데 최근에 스노보드 타러 가셨나요?
너무 가고 싶은데 인터뷰나 촬영이 많고, 코로나가 너무 걱정이 돼서 참고 있어요. 올해는 아마 못 가지 않을까...
극중 미진이 준성에게 고백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잖아요. 실제로는 호감이 있는 사람에게 잘 표현하는 편인가요?
저는 친한 친구가 연인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있어서 오히려 그냥 편하게 다가가는 거 같아요. 처음부터 호감이 간다 이런 느낌을 받기보다 그냥 친하게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빠져드는 스타일이어서. 그래도 제 감정에는 솔직한 편이에요. 좋으면 좋다고 얘기하고, 싫으면 싫다고 얘기하는 성격이라 적극적이지 않나 생각해요.
아까 영상 인터뷰 때 말한 피하지 않는 성격과 일맥상통하는 걸까요?
맞아요. 제가 속에 담아두지 못해서 말을 솔직한 편이어서 그거랑 비슷한 거 같아요.
반려견 세 마리를 키우시잖아요. 콤이, 든이, 봄이. 잠시 반려견 자랑 타임 가지자면?
아, 너무 좋아요. (웃음) 콤이는 푸들이라 너무 똑똑하고요, 귀찮으면 안 해요. 그 똑똑함을 알기 때문에 저도 (싫어하는걸) 잘 시키지도 않고, 그런 똑똑한 부분이 너무 많아요. 둘째가 든인데, 둘째라 그런지 모르겠는데 너무 착해요. 셋째가 굉장히 장난꾸러기거든요. (셋째가) 물거나 장난쳐도 절대 동생한테 시비를 걸지 않는, 묵묵히 다 받아주는 그런 착함. 셋째는 심한 장난꾸러기여가지고 셋째만의 귀여움이 너무 강해요. 첫째는 똑똑함, 둘째는 착함, 셋째는 귀여움.
동물을 대체로 좋아하는 편이세요, 아니면 강아지를 특히 좋아하시나요?
동물을 다 좋아하긴 하는데, 애교가 많은 강아지들이 특히 좋더라고요. 잘 때 껴안고 자면 너무 좋아서. 고양이들은 살짝 도도한 면이 있어서 강아지들을 더 좋아하는 편이에요.
좋아하는 넷플릭스 시리즈를 소개하자면?
저는 <기묘한 이야기>. 너무 재밌게 봐서 제가 (배우들) 인스타 팔로우도 했었었거든요, 지금은 (같이 일하는) 배우 친구들만 해놨지만. <기묘한 이야기>가 저의 최애 작품이고. <블랙 미러>라는 작품이 있는데 너무 무섭고 재밌고 신기하게 봐서 두 작품 (소개할게요).
얼마 전 조이현 배우도 인터뷰했었는데, 똑같이 <기묘한 이야기>를 뽑았었어요. 두 분이 친하신데, 조이현 배우가 이번 작품으로 '성격이 현실적으로 바뀌었다'는 말을 했었거든요. 지켜보는 입장에서 진짜 그런가요?
저는 항상 (조이현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본인은 현실적이 아니라고 생각했나 봐요.(웃음) 근데 현이는 제가 생각했을 때 굉장히 현실적인 친구고 순간순간을 즐길 줄 아는 친구여서… 제가 현이의 성격 중 닮고 싶은 것 하나가 걔는 두려움이 없고 순간순간을 즐길 줄 아는 친구거든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망설임 없이 도전하고, 그런 게 굉장히 대단한 친구여서 어떻게 보면 그게 현실적이지 않은 면일 수도 있고… 현실적이 됐다는 게 뭔가 겁이 생겼다는 말 같기도 해서 마음이 안 좋기도 하네요.
유튜브로 직접 Q&A 영상을 만들어서 올렸었어요. 혹시 이런 질문 기대했는데 없어서 아쉬웠던 질문이 있을까요?
(팬들이) 너무 다양한 질문을 해주셔서, 오히려 질문이 너무 많아서 빼야 하는 게 힘들었어요.
그럼 영상에서 답하지 못한 질문 중 여기서 얘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작품에 대한 얘기가 많아서 그거는 넷플릭스 측에... (문제가 될까 봐) 다 뺐었어요. "평소에 양궁즈 친구들·2학년 5반 친구들 만나면 뭐하고 노나요" 물어보셨는데 그걸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그냥 정말 '인간은 다 똑같다'라는 걸.(일동 웃음) 저희도 그냥 카페 가고 밥 먹고 맛집 찾아다니고 예쁜 카페 찾아다니고 수다 떨고 이런 거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정말 (여러분과) 똑같다, 이런 거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인생영화를 뽑자면?
저는 <아이 앰 히스 레저>. 재밌게 보기도 했고, (히스 레저가) 돌아가신 후에 만들어진 작품이잖아요. 그래서 그 여운이 너무 크게 남아서 그때부터 제 모습을 영상으로 찍기도 했었거든요. 그래서 그 작품이 저에게 너무나도 크게 남은 작품인 거 같아요.
어느새 2월이지만, 남은 올해를 어떻게 보내고 싶으세요?
<지금 우리 학교는>이 너무 잘 돼서 많이 겁이 나요. 이것보다 더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 이런 겁이 생겼는데… 저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만나서 열심히 촬영하고 시청자분들 만나 뵈는 게 저의 목표이고. 이런 초심을 잃지 않고 감사하면서 꾸준히 저의 필모를 쌓아가는 게 저의 목표입니다.
혹시 올해 유튜브 구독자 목표 같은 게 있을까요?
아~ 올해 10개월이나 남았으니까요. '실버 버튼을 받아볼까?' 이런 정도? (웃음)
<지금 우리 학교는>을 보신, 보실 시청자분들에게 인사 부탁드릴게요.
보신 분들이라면 너무 재밌게 봐주시고 박미진이란 친구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아직 안 보신 분이라면 (<지금 우리 학교는>은) 다른 좀비물과는 다른 감정선이 꽤 깊은 좀비물이거든요. 세계관이 더 확장되는 드라마이기도 하고. 그래서 그걸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배우 이은샘으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할 테니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글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
사진 매니지먼트에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