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당 한 편의 엔트리만 가능하게 한 오스카의 방침에 따라 조니 그린우드는 <파워 오브 도그>로 2022년 아카데미 시상식 음악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지만 <리코리쉬 피자>와 <스펜서>의 음악도 만들었다. <스펜서>의 음악은 다이애나비(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이혼을 결심한 크리스마스 휴가 3일을 유려한 피아노 솔로 선율로 이루어진 하나의 메인 테마로 집약시키고, 다이애나 마음에 이는 불안의 진폭에 따라 다른 악기들을 동원해 약간씩만 변주하는 식에 가깝지만, 사운드의 섬세한 변화를 알아채는 것은 재밌다. <파워 오브 도그>의 피치카토로 울리는 묵직한 스트링과 높은 음역대를 불안하게 질주하는 스트링의 아름다운 부조화는 영화의 서늘함을 고조시키며, 이는 음악에 문외한인 기자가 들어도 경이롭다.
전설적인 영국 밴드 라디오헤드의 기타리스트인 그를 영화음악계로 본격적으로 불러들인 건 폴 토마스 앤더슨이다. 그가 밴드 기타리스트가 아닌, 음악 이론을 정통으로 배운 작곡가로서 홀로 참여한 첫 작품은 2003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바디송>이었다. <바디송>에서 그는 기타, 재즈, 클래식 음악을 아우르는 다양한 음악을 선보였고, 이를 인상 깊게 본 폴 토마스 앤더슨은 그에게 <데어 윌 비 블러드>의 음악을 부탁한다. 그의 첫 번째 극영화 음악이었던 <데어 윌 비 블러드> 이후 줄곧 조니 그린우드는 폴 토마스 앤더슨과 협업해왔다. <마스터>, <인히어런트 바이스>, 다큐멘터리 <주눈>, <팬텀 스레드>, 그리고 <리코리쉬 피자>까지 15년 동안 6편을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