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가을 시작된 여섯 친구의 뉴욕살이는 시즌이 계속되던 10년을 훌쩍 넘어서도 추억되고 있다. 첫 번째 시즌, 특히 파일럿의 자잘한 스토리라인은 친구들과 팬들 사이에서 우리끼리만 아는 농담, 우리의 언어로 통해 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다양하게 되풀이된다.
첫 에피소드에서 로스는 레즈비언 아내와 막 이혼했다. 자기 결혼식에서 달아난 레이첼은 영원한 호스트 모니카와 룸메이트가 된다. 빈정대는 챈들러, 찝쩍대는 조이, 우주에서 온 피비까지 인물 성격과 관계성의 명징한 설정은 내내 그 톤을 유지한다. 연애에 관해서라면 박사임을 자부하는 조이가 사랑에 실패한 로스 앞에서, 앞으로 그럴 것과 비교해 덜 바보같이 그려지긴 했지만 말이다.
“신발이 되기 싫다면요? 지갑이 되고 싶다면요? 모자가 되고 싶다면요?” “현실 세계에 온 걸 환영해! 거지 같긴 하지만 맘에 들 거야.” “방금 스푼을 집었거든.” 명대사로도 가득한데. 기자처럼 <프렌즈>로 영어 공부를 한 독자라면, 마치 수학의 집합 공부처럼 파일럿만 파서 이 대사들이 다른 에피소드의 대사보다 귀에 더 익을 거라 장담한다.
내용과 연관된 것 말고 파일럿을 더 특별하게 만드는 건 이제 막 새 작품을 시작한 배우들이 풍기는 형언할 수 없는 젊음과 들뜸, 활기다. 시즌 10의 마지막 에피소드를 보고 나서 곧바로 이 에피소드로 돌아오면, 그 에너지의 간극이 뚜렷해 더 애잔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