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전후로 연달아 열린 파티들에서 <유포리아> 캐스트의 얼굴이 빈번히 보였다. <유포리아>로 최연소 에미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젠데이아가 그렇듯 헌터 샤퍼, 모드 아패토우, 알렉사 데미, 시드니 스위니 등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은 <유포리아> 전후로 딴판인 날을 보내고 있다. 첫 시즌으로 데뷔한 앵거스 클라우드는 두 번째 시즌을 거치며 팬덤을 넓혔다. 제이콥 엘로디는 넷플릭스 영화 <키싱 부스>로 얼굴을 알렸지만 연기력이 돋보이는 건 당연히 <유포리아> 쪽이다.

마약 중독, 심리 장애, 정체성 혼란, 폭력, 트라우마를 그린 이 시리즈는 스토리, 연출, 연기, 음악, 미술 면에서 평단과 시청자의 호평을 받았다. 일찌감치 새 시즌을 확정했으나 팬데믹으로 인해 2019년 시즌 1 종영 시점부터 시즌 2 방영까지 2년이 넘게 걸렸다. 오래 기다린 팬들의 관심은 더 뜨거웠다. 시즌 2가 공개되던 지난 1월, 2월 두 달간 해외 인터넷은 <유포리아> 세상이었다. 한국에서도 곧 공식 서비스하기를 바라며, 작품이면서 일종의 트렌드가 된 <유포리아> 시즌 2를 돌아본다. 시즌 1과 특별판 두 에피소드는 웨이브에서 볼 수 있다. 아직 출시일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시즌 2는 HBO Max 코리아에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1. 진기록

첫 시즌의 폭발적인 인기를 한참 넘어섰다. 기록이 증명한다. 2004년 첫 방송한 <왕좌의 게임>은 해외시리즈를 보지 않는 사람도 아는 시리즈계 최강자다. <유포리아>가 그 뒤를 이었다. <유포리아> 시즌 2 최종화는 시즌 1 최종화의 6배가 넘는 시청자 수를 기록했고, 회당 평균 시청자 수는 1630만 명이었다. 이로써 <유포리아>는 <왕좌의 게임> 다음으로 시청자 수가 가장 많은 HBO 시리즈가 되었다.

“강력한 팬 커뮤니티를 구축한 <유포리아>가 트위터를 지배했다.”(트위터) 근 10년 동안 트위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시리즈이기도 하다. 트위터에 따르면 시즌 2가 방영되는 동안 미국에서만 3400만 개의 <유포리아> 관련 트윗이 업로드되었고, 이는 전 시즌과 비교해 51% 증가한 수치다. 주로 밈, 이후 줄거리에 관한 가설, 패션에 관한 것이었으며, 새 유해한 삼각관계인 매디(알렉사 데미), 네이트(제이콥 엘로디), 캐시(시드니 스위니)를 둘러싼 한탄과 ‘펙시’라는 애칭을 얻은 페즈(앵거스 클라우드), 렉시(모두 아패토우) 커플에 대한 트윗이 많았다고 한다.


2. 스토리

시즌 2 역시 시즌 1이 그랬듯 루(젠데이아)의 마약 중독자 생활을 따라간다. 시즌 초반은 전 시즌과 비교해 더 자극적이다. 뒤에서 다룰 몇몇 새 스토리 라인에 관해 짧게 소개하겠지만, 첫 에피소드를 포함한 시즌 2의 앞 에피소드들은 스토리보다는 스타일에 집중한다. ‘나 <유포리아>야!’ 라고 전시하는 것 같다. 물론 <유포리아>는 연출 하나 믿고 봐서 후회 없을 짜임새를 자랑하며, 장르 면에서 하이틴 친화적이지 못한 시청자까지 사로잡는 것은 여전하지만, 마약과 섹슈얼한 이미지를 널어놓은 듯한 인상이 강하다.

시즌 중반에는 시즌 1에서 소개한 인물들과 앞서 미처 주목하지 못한 주변 인물들의 트라우마를 다룬다. 루의 경우 더 깊이 파고든다. 시즌 1을 본 이들이라면 마지막 에피소드의 마지막 ‘All For Us’ 장면을 기억할 거다. 노래 소리에 반응하는 약에 젖은 종이 인형처럼 거리 무대로 이끌려가는 몸 연기는, 분명 그의 에미상 수상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거다. 이번 시즌에서 루는 헤로인, 모르핀에까지 손대며 약물에 더 절어든다. 젠데이아의 손끝 연기를 보면 또 한 번 감탄하고 말 것이다. 마지막 두 화는 시즌 1에서는 언니 캐시 뒤에 언제나 가려지고, 착한아이 증후군 같은 것에 시달려온 렉시의 자전적 연극으로 마무리된다. <유포리아> 식 영화적 연출과 연극적 무대 연출이 만나 보는 재미만은 확실히 챙겼다.

새로운 주요 스토리 라인이 몇 있다. 루와 줄스 커플 사이에 루의 새 마약 친구 엘리엇(도미닉 파이크)과 미묘한 삼각관계를 이룬다. 매디와 네이트의 유해한 관계는 매디의 절친 캐시가 끼며 더 유해해진다. 주변이 너무 소란스러워서 비교적 덜 유해해 보이는 페즈, 렉시 커플은 페즈가 머리맡에 총을 두고 자는 마약 딜러라는 사실까지 가끔 잊게 한다. 소아성애자 칼(에릭 데인)의 과거도 나온다.


3. 오마주

<유포리아> 시즌 2는 알아채기 즐거운 레퍼런스의 파티다. 팬이라면 <유포리아> 시즌 1의 각 에피소드에서 타이틀 카드가 나오기 전까지의 오프닝 10분이, 시리즈가 시작하는 시점 전까지 주요 인물들이 살아온 삶을 요약한 몽타주인 것을 알 거다. 보통 시리즈는 파일럿 한 편에 앞으로 보여주려는 걸 소위 갈아 넣는데, <유포리아> 에피소드의 오프닝은, 시리즈의 파일럿 같은 역할을 해왔다. 첫 시즌은 그 10분을 플래시백에 할애했다면 이번 시즌의 것은 앞으로의 50분을 함축하는 짧은 예고편이나 단편 영화처럼 보인다.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된 루의 트라우마를 집중 조명하느라 루와 줄스의 관계가 전 시즌만큼 다뤄지지 않았지만, 종영 후인 지금 <유포리아> 시즌 2를 돌아볼 때 떠올릴 만한 상징적인 장면을 탄생시킨 건 역시 ‘룰스’ 커플이었다. 연출에 있어 잘 알려진 작품을 활용하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는 걸 샘 레빈슨은 알았다. 2화는 루가 줄스를 사랑하는 마음을 압축적으로 담는 것으로 시작한다. 루의 내레이션 속 루와 줄스는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 있다. <타이타닉> <사랑과 영혼> <브로크백 마운틴>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존 레논과 오노 요코의 유명한 사진 속 이들처럼 루가 열렬히 줄스를 사랑한다는 거다.

네이트와의 밀회와 매디와의 우정 사이에서 갈 길 잃은 캐시가 감정적으로 무너지는 일이 많은데, 풍경은 꽃처럼 아름다우면서도 이야기는 섬뜩하고 파괴적인 <미드소마>가 동원됐다. 캣(바비 페레이라)의 성적 상상 속에는 <왕좌의 게임> 패러디도 등장하고, 루의 방을 포착하는 버드아이뷰는 <엔터 더 보이드>를 떠올린다. 이 오마주 장면들은 매 에피소드의 하이라이트 클립이 그랬던 것처럼 <유포리아>가 트위터 최강자임은 증명하듯 방송 직후 소셜 미디어 곳곳에 퍼져나갔다.


4. 연출

한마디로 여전하다. 바닥에 고인 물에 반사되는 푸른 빛 LA 밤거리는 <유포리아> 그 자체라서 반갑다. 어둡지 않은 갈색 빛이 둘러싼 루의 방의 밤은, 쨍한 직사 조명과 조화를 이룬다. <유포리아>의 저녁은 여전히 제나 밝다. 암울한 밤은 잠잠한데 환각에 취한 정신은 어수선한 것을 고스란히 나타낸다. 보통 윤곽이 날카롭게 보이는 모던한 이미지를 활용하지만, 이번 시즌에서는 입자가 자글자글한 주광 빛 여름까지 잘 표현한다. 마지막에는 연극이라는 형식까지 십분 활용하면서 더 물 만난 것처럼 실험적인 촬영을 펼친다. 시그니처인 달리 줌인 숏은 질리지 않는다.


5. 논란

폭발적인 화제성과 별개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다. 이런저런 감탄해 마지않을 장면도 분명 많지만 시즌 2의 인기가 온전히 달갑지만은 않은 이유는 제작자 샘 레빈슨과 시리즈의 자극성과 연관 있다. 샘 레빈슨은 불필요하고 과도한 노출 장면을 방송된 것보다 훨씬 많이 각본에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캐시를 연기한 시드니 스위니의 경우가 그랬고, 극 중 매디와 그가 베이비시터로 일하는 집 주인 사만다(민카 켈리)와의 미묘한 장면이 삭제되었다고 한다. 캣과 줄스의 서사는 극히 빈약해졌다. 배우들은 납득이 필요한 설정에 관해 감독에게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는데, 캣을 연기한 바비 페레이라의 경우 촬영장에서 감독과 언쟁 후 자리를 뜬 적이 종종 있었고, 캣의 분량이 줄은 것도 이것과 연관됐다고 .


6. 라브린스와 음악

음악만큼은 연출처럼 여전히 기가 막히다. ‘All For Us’에 이어 시즌 2를 대표하는 곡은 ‘I’m Tired’다. 소생 불가능해 보이던 루가 좋은 사람이 되려는 의지가 있다는 것과 그것과 제어할 수 없는 유혹 사이에서 지친 상태를 담은 곡이다. 교회와 회개를 연상시키는 성스러운 사운드는 더 풍부해졌고, 음악을 만든 라브린스가 직접 등장해 젠데이아와 함께 이 곡을 부르는 장면은 역시 명장면으로 남았다. 젠데이아의 목소리는 가장 영향력 있는 20대 배우가 된 그가 어린 시절 키즈 밴드 멤버로 뮤지션으로서 입지를 다졌다는, 잠시 잊고 있던 사실을 상기해 준다.

시즌 1에서 ‘All For Us’가 마지막 화에 흘러나온 것과 비교해, ‘I’m Tired’는 루가 갱생의 길로 접어든 4화에 나온다. 마지막화는 ‘Elliot’s Song’이 대신한다. 상처받은 루에게 엘리엇이 그만의 방식으로 사과하며 부른 노래다. 도미닉 파이크 특유의 느긋한 분위기가 엘리엇과 잘 어울리는 것도 맞지만, 이 곡을 들으면 왜 가수 출신인 도미닉 파이크를 엘리엇 역에 캐스팅 해야만 했는지 분명해진다.

플래시백에 쓰이는 올드팝부터, 엉망진창인 심리를 표현하는 록 음악, 그 와중의 평화로운 순간을 돋보이게 하는 재즈. 플레이리스트의 장르에는 경계가 없다. 화면과 함께 볼 때 감동이 더하겠지만, 미리 듣기를 추천하는 몇 곡을 아래 적는다.

Dominic Fike, Zendaya – Eliot’s Song

Bobby Darin – Call Me Irresponsible

Bobby Darin – More

Sinead O’connor – Drink Before the War

Mahalia Jackdon – Summertime/ Sometimes I Feel Like a Motherless Child

Amando Trovajoli – L’amore dice Ciao (Slow Take)

Ennio Morricone – Ti prego amami

Alex North – Spartacus Love Theme

Piero Picciono – Amore mio aiutami

Bill Evans – Peace Piece

Method Man – I’ll Be There For You/You’re All I Need To Get By (Puff Daddy Mix)

ORYL – I Need You

Bo Diddley – Look At Grandma

Laura Les – Haunted

ericdoa – sad4whattt


7. 뉴페이스

시즌 1이 끝나고 젠데이아와 제이콥 엘로디는 연인이 됐었다. 시즌 2를 찍으며 헌터 샤퍼와 도미닉 파이크는 실제 연인이 되었다. 공식 석상에 꼬박꼬박 함께 참석 중이다. 페즈 집에 얹혀사는 새 캐릭터 파예는 클로이 체리가 연기했다. 입술이 특히 두꺼운 독특한 페이스 자체로 화제가 된 그는 <유포리아> 출연 전 포르노 배우와 모델을 겸했는데, 시즌 2가 방영되는 동안 런던, 밀라노 등 패션위크에서 런웨이에 섰다.


씨네플레이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