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풍 산부인과> <하이킥> 시리즈 등 많은 이들의 인생 시트콤이 각 방송사 유튜브 채널에 공개되어 역주행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만큼 시트콤은 이 작품을 보고 자라온 세대들에게는 그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고, 처음 시청하는 이들에게도 상당한 웃음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해외 드라마에도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을 시트콤들이 즐비하다. 극중 인물들의 좌충우돌에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었고, 몇몇 짠한 에피소드에 마음이 아련했던 기억들 다들 계실 테다. 지금 봐도 재미있는 이들 작품들을 통해 웃음과 함께 오랜만에 추억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프렌즈 (Friends)
인생 시트콤에 <프렌즈>를 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프렌즈>는 조이, 챈들러, 로스, 피비, 레이첼, 모니카 등 뉴욕 맨하튼에 사는 여섯 친구들의 사랑과 우정을 유쾌하게 그린 작품이다. 많은 분들의 영어 회화 교재로 이 작품을 접했을 정도로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다. 승부욕 강한 모니카, 얄미워도 미워할 수 없는 푼수 레이첼, 히피가 아니라 외계인이 아닐까 의심되는 피비, 바보인데 주머니에 넣고 싶은 조이, 이혼을 수없이 해도 정떨어지지 않는 로스, 직업이 뭔지 확실치 않아도 귀여운 챈들러까지, 보면 볼수록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의 활약에 드라마에 푹 빠져든다. 워낙 명성이 자자한 작품인 만큼 인기 역시 역대급이다. 시즌 10 피날레 에피소드 시청자 수가 5200만 명인데, 이는 21세기 방영된 미국 TV 쇼 프로그램 사상 최고 시청자 기록이다. <프렌즈>의 대단함은 종영 이후에도 계속된다. 넷플릭스가 2019년 한 해 동안 이 작품을 자사 플랫폼에 붙잡아두기 위해 지불한 금액이 한화로 약 1113억 원이라고 할 정도다. 얼마 전 <프렌즈: 리유니언>을 통해 여섯 친구들이 다시 모여 시리즈 팬들의 마음을 흔들게 했는데, 다시 한번 시리즈 정주행에 들어가면서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되새겨보는 건 어떨까? (캐치온, 왓챠,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빅뱅이론 (The Big Bang Theory)
미국 CBS의 대표 시리즈인 <빅뱅이론>은 <프렌즈>만큼이나 많은 이들의 인생 시트콤으로 남은 작품이다. 두 남자, 아니 두 덕후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아름다운 여성이 이사 오게 되면서 주인공들의 마음이 두근거린다. 여기까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드라마나 시트콤의 전형적인 이야기일 테다. 하지만 <빅뱅이론>은 이 상투적인 공식에 주인공들을 ‘천재’로 설정하여 차별화된 웃음을 선보인다. 유명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같은 서브컬처를 유머 코드로 빚어내는 것도 이 작품만의 매력이다. 사실 시즌 1까지만 해도 소위 공대생 개그, 너무 전문적인 용어들이 나와 호불호가 갈렸지만, 시즌 2부터는 이 같은 면을 조금 덜어내고 소위 ‘너드’스러운 개그를 강조해 많은 인기를 얻었다. 메 에피소드마다 사슴(?) 셸든의 무자비한 똘끼와, 레너드, 리지, 하워드의 좌충우돌이 이제는 재미를 넘어 오랜만에 친한 친구들을 만나는 기분이다. 여기에 각 캐릭터의 특성을 활용한 풍자와 은유는 보는 이에게 엄청난 엔도르핀을 선사할 테니, <빅뱅이론>을 아직 본 적이 없으시다면 절대 놓치지 마시길 바란다. (왓챠)
럭키 루이 (Lucky Louie)
넷플릭스를 통해 루이 C.K의 스탠드업 코미디를 만난 이들이라면 그가 얼마나 재미있는 사람인지 알 듯 하다. 그런 그가 주연을 맡은 2006년 HBO 시트콤 <럭키 루이>는 다른 의미로 상상을 초월한 작품이다. 한국식 시트콤이나 <프렌즈>같은 작품에 익숙한 분이라면 <럭키 루이>가 건네는 선 넘는 성인 시트콤에 정신이 멍해질지도 모른다. 주인공 루이는 한 집안의 가장으로, 카센터에서 일하고 있지만 집세를 내기도 힘들 정도로 가난하다. 거기에 집에선 아내 킴한테 잡혀 사는 것은 기본, 자신이 좋아하는 도넛마저 숨어서 먹어야 할 정도로 행색이 초라하다. 이 모든 것을 지켜본 딸의 순진무구한 궁금증에 자조적인 답변까지 해야 하니, 그의 인생에 행복은 어디 있는지 안타까울 정도. 물론 시트콤은 이처럼 슬픈 내용을 수위 높은 성인 개그로 녹아내어 주인공 루이에게 미안할 정도로 쉴 새 없는 웃음을 자아낸다. 다만 작품의 재미와는 별도로 시즌 1만에 종영되었는데, 루이 캐릭터를 이렇게 묻히기에 아까운 제작진들이 합심해 또 다른 시트콤 <루이>를 만들었고, 시즌 5가 이어질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내가 그녀를 만났을 때 (How I Met Your Mother)
<내가 그녀를 만났을 때>는 2030년, 미래를 배경으로 두 자녀를 앞에 두고 아빠 테드가 엄마를 어떻게 만났는지에 대해 설명하면서 시작된다. 이후 시간적 배경이 현재로 바뀌면서 테드와 사랑스러운 친구들의 웃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테드, 마샬, 릴리, 로빈, 바니 등 개성 넘치는 인물이 등장해 이들 간의 우정과 사랑을 유쾌하게 그린다. 얼핏 내용이나 컨셉이 <프렌즈>와 비슷한데, 실제 이 작품의 초기 국내 수입명이 <아이 러브 프렌즈>였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프렌즈>의 아류작쯤으로 생각해 미국 현지만큼 국내에서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액자식 구성이 빚어내는 타임 라인의 재미, 보면 볼수록 정감 가는 캐릭터들, 웃음은 물론 때로는 눈물도 짜내는 에피소드 등 이 작품만의 매력으로 꽤 많은 고정팬을 확보했다. 특히 이 작품의 백미는 닐 패트릭 해리슨이 연기하는 바니의 존재감이다. 수트와 여자에 집착하는 바람둥이라 얄밉지만, 친구들과 자신마저 열렬히 사랑하는 그의 모습은 보는 이에게 신선함과 청량감을 제공한다. 바니 없는 <내가 없는 그녀를 만났을 때>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작품의 재미를 책임진다. 마지막 시즌의 결말이 아쉽다는 이야기가 많지만, 마샬과 바니의 뺨 때리기 내기, 로빈의 흑역사 뮤직비디오 등 레전드 에피소드들이 초반에 즐비하기에 시간은 없지만 괜찮은 시트콤 작품을 보고 싶은 이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디즈니+)
두 남자와 1/2 (Two and a Half Men)
찰리 쉰은 <월 스트리트>, <못 말리는 비행사>, <플래튠> 등으로 한때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였지만 문란한 사생활 문제로 몰락하며 B급 영화에나 출연하는 신세가 된다. 이렇게 한 번 몰락한 배우가 다시 일어서기가 무척 어려운데 찰리 쉰은 그 어려운 것을 CBS 시트콤 <두 남자와 1/2>로 해낸다. (물론 나중 이 작품에서 해고에 가까운 하차로 이제는 완전히 잊혀졌지만….) 그만큼 이 작품은 방영 당시 많은 사랑을 받으며 상당한 영향력을 보여줬다. 대표적으로 <빅뱅이론>이 이 작품의 방영 시간 바로 뒤에 나와 상당한 후광효과를 받았을 정도다. 작품은 자유 영혼으로 남부럽지 않게 살아가던 찰리 하퍼 앞에 왕래조차 없었던 동생 앨런과 조카 제이크가 그의 집에 얹혀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찰리 하퍼 역을 맡은 찰리 쉰의 능글능글한 연기와 조카 제이크의 귀여운 모습들이 매 에피소드마다 웃음을 자아내면서 한때 CBS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시트콤 자리에 올라섰다. 다만 제작진과 작품에 대해 험담을 일삼던 찰리 쉰이 불명예스럽게 하차했고, 시즌 9에 애쉬튼 커쳐를 구원투수로 투입했지만 이전만큼 재미와 인기를 얻진 못했다. 그러나 전성기인 시즌 8까지는 전설의 <빅뱅이론>을 이끌었을 정도로 대단했으니 믿고 봐도 좋을 듯하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에그테일 에디터 아톰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