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현재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고 있는 <닥터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속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캐릭터가 있다. 바로 '웡'. '웡'은 주인공 닥터 스트레인지의 동료이자 그를 대신해 소서러 슈프림의 자리를 맡은 마법사다. 영화 속에서 웡과 닥터 스트레인지는 묘하게 중년부부 같은 케미를 뽐내는데, 둘이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하면 실없는 웃음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만큼 '웡'은 우리에게 친숙한 느낌을 주지만 정작 배우의 이름은 정확히 모르는 사람이 많을 거라 짐작한다. '웡'을 연기하는 '베네딕트 웡'. 극중 캐릭터의 이름과 본명이 같다.

배우 베네딕트 웡, @IMDb

친근하고 유쾌한 이미지지만 만만치 않은 풍채의 영화배우. 이 한 문장만 읽어도 떠오르는 인물이 있지 않은가. 한국인이라면 대부분 우리의 '마블리' 마동석 배우를 떠올리겠지만, 헐리우드엔 '마블리'만큼 매력적인 배우 베네딕트 웡이 있다.

베네딕트 웡은 1970년에 잉글랜드에서 태어난 홍콩계 영국인이다. 광둥어식 이름은 웡호이쉰, 한국식 이름은 황개선. 간혹 '웡'이라는 성씨 때문에 중국 출신이라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그의 아버지만 홍콩 태생이다. 그래서인지 중국어는 능숙치 않다고 한다. 대학시절엔 공연 예술을 전공하여 드라마와 연극에서도 두드러진 활동을 펼쳤다.

1992년 BBC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데뷔한 베네딕트 웡은 올해 데뷔 31년차를 맞이했다. 2000년 <키스키스 뱅뱅>에서 단역으로 데뷔한 뒤 여러 작품에 출연하였는데, 작품 속에 녹아든 베네딕트 웡의 낮고 깊은 목소리와 진중한 눈빛을 한 번 보면 잊기가 쉽지 않기에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베네딕트 웡의 연기를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을 만한 작품들을 꼽아왔다.


션샤인 (2007)

<션샤인>

아마 SF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베네딕트 웡이 눈에 익을 터인데 그 이유는 다양한 SF 영화 속 조연으로서 인지도를 쌓아올리고 있기 때문. 스스로도 알고 있는지 지미 펄론의 투나잇 쇼에 나와 자신이 "SF계의 콜린 퍼스"라며 농담할 정도다. 그런 베네딕트 웡이 우주에 남긴 첫 발자취는 바로 대니 보일 감독의 <션샤인>이다. 베네딕트 웡의 첫 주연 작품 <션샤인>은 우주철학을 담은 SF 영화로, 죽어가는 태양으로 인해 지구가 빙하기를 맞아 인류 또한 서서히 멸종한다는 설정이다. 아름다운 태양의 모습을 담아 훌륭한 영상미와 연출, OST로 관심을 끌었다. 영화의 초중반까지는 SF 영화계의 걸작 <인터스텔라>와 맞먹을 정도로 황홀한 스토리의 걸작이라는 평을 들었지만 후반부 결말로 인해 관객들에게 아쉽다는 평을 들었다.

<션샤인>

이 영화 속에서 베네딕트 웡은 항법사 '트레이' 역을 맡았다. 작전 수행을 위한 궤도 계산을 맡아 스토리의 핵심을 뒤흔든 중요한 인물이다. 킬리언 머피, 로즈 번, 양자경, 크리스 에반스 등 대부분 연극 생활을 오래했던 배우들이 주연으로 캐스팅되었는데 베네딕트 웡 또한 오랜 연극 경력을 가졌기에 그 사이에서 자연스레 녹아드는 연기를 펼친다. 고요한 나레이션과 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펼쳐지는 인물들의 복잡한 심리 묘사가 매력적인 영화다.


프로메테우스 (2012)

<프로메테우스>

<프로메테우스>는 <에일리언>과 <블레이드 러너>, <델마와 루이스> 등 여러 걸작을 만들어낸 리들리 스콧의 작품이다. SF와 호러물을 접합시켜 또다른 오디세이를 만들어냈다는 평을 듣는 <에일리언>의 속편인 <프로메테우스>. 인류를 만든 건 고대의 에일리언이라는 충격적이고 섬뜩한 주제로 만들어졌으며 인류의 오만함이 결국 종말을 이끌 것이라는 메시지가 인상 깊은 영화다. 철학적인 깊이를 담고 있어 호불호가 많이 나뉘었지만 에일리언 세계관의 시작점을 다룬 영화이기에 큰 의미를 갖고 있다. 베네딕트 웡은 우주선에 오른 등장인물 중 유일한 동양인인 비행사 '레이블' 역을 맡았으며 이 역을 통해 SF 팬들에게 다시 한 번 눈도장을 찍었다. 진중하고 무게감 있는 모습이 인상깊고 역할을 잘 소화해냈다는 평을 들었지만 현재보다 날씬한 모습이라 알아보지 못했다는 사람도 몇몇 속출했다.


마션 (2015)

<마션>

베네딕트 웡은 리들리 스콧이 감독하고 멧 데이먼과 제시카 차스테인 등이 출연한 <마션>에도 얼굴을 비췄다. 오스카 시상식에서 노미네이션 된 <마션>은 소설을 원작으로 둔 작품이다. 화성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아레스3탐사대가 모래폭풍을 만나 멧 데이먼이 연기한 '마크 와트니'가 죽었다고 판단. 그를 화성에 두고 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식물학자인 '마크 와트니'의 "화성에서 살아남기"를 담아내어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인 서사를 그려낸다. 화려한 출연진이 눈에 띄는 작품에서도 베네딕트 웡은 NASA JPL 소장 '브루스 응' 역을 맡아 존재감을 뚜렷히 드러냈다. 그가 연기한 '브루스 응'은 NASA 국장의 터무니 없는 요구(이를테면 3개월 내에 우주선을 만들라는)를 듣고 망연자실하면서도 결국엔 맡은 바를 완벽히 해내는 능력자다. 영화 내내 '브루스'는 워라밸이 지켜지지 않아 슬픈 모습인데도 보는 사람 입장에선 왠지 모르게 그의 등장에 분위기가 환기되고 퍽 즐겁다.


제미니 맨 (2019)

<제미니 맨>

윌 스미스 주연의 <제미니 맨>은 윌 스미스의 1인 2역 연기가 빛나는 영화다. 미정보국 소속의 최고 요원인 '헨리'가 은퇴 후 자신의 젊은 시절을 복제한 클론을 마주하게 된다. '헨리'는 클론을 죽일지 아니면 자신의 DNA를 복제하여 클론을 만든 자들에게 복수할지 고뇌한다. 베네딕트 웡이 맡은 역할은 '헨리'의 오랜 동료인 '배런'. 현상황에 왠지 모를 수상함을 느끼고 클론의 정체를 파헤치는 윌 스미스의 조력자 중 하나로 나온다.

황당해하는 베네딕트 웡

종종 대규모 상업 영화에 베네딕트 웡이 등장하면 그와 중국 자본이 관련되어 있다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베네딕트 웡은 홍콩계 영국인인지라 전혀 관련없다는 사실. 이 영화 속에서도 베네딕트 웡은 감초 역할로서 훌륭히 제 몫을 해낸다. <제미니 맨>은 윌 스미스의 원맨쇼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그의 활약이 돋보이는 영화다. 그의 팬이라면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젊은 시절의 윌 스미스를 보는 나름의 재미가 있을 것. 현재 캐치온과 넷플릭스에서 감상할 수 있다.


베네딕트 웡, @TalkingwithTami

현재 베네딕트 웡은 <닥터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의 '웡'으로서 활발한 프로모션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마블 영화에 카메오로 등장하여 인지도를 쌓은 만큼 그를 지지하는 팬들이 대폭 늘었다. 어느 한 인터뷰에서 인터뷰어가 "팬들이 '웡'을 정말 좋아하고 '웡'의 뒷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고 말하자 베네딕트 웡은 자신 또한 '웡'의 스핀오프 프로젝트를 원한다고 대답했다. 베네딕트 웡과 그의 팬들이 원하는 만큼, 마블이 그 대답에 응답하여 소서러 슈프림으로서 활약하는 '웡'의 스핀오프 작품이 나오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씨네플레이 김다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