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1편을 넘어섰다. 지난 5월 23일부터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2016년 개봉 당시 누적 관객수가 544만 명이었다. '닥스2'는 지금까지 585만 명(6월 7일 기준)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흥행이야 일일이 언급할 필요가 있겠느냐마는, 일명 '인피니티 사가'의 완결과 코로나19의 창궐로 한동안은 마블 영화 또한 쉽지 않은 길을 걸어야 했다. 그래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과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기존 멤버들의 귀환답게) 흥행하며 극장 활성화에 도움을 주었다. 이번 신작이 전작의 성적을 넘은 걸 기념하며 기존 MCU 시리즈별 흥행 성적을 정리한다.

※ <어벤져스> 시리즈와 단독 영화가 아직 한 편뿐인 MCU 캐릭터는 다루지 않는다.


<아이언맨> 시리즈

4,316,003명→4,498,335명→9,001,679명

MCU의 개국공신이자 얼굴, 아이언맨/토니 스타크의 시리즈는 꾸준히 잘 됐다. 다른 원년 멤버들이 <어벤져스>를 기점으로 '떡상'을 한 것에 비하면 <아이언맨> 시리즈는 처음부터 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MCU의 원동력이 됐다. 2편이 1편의 기록을 돌파하긴 했지만, 1편의 성공에 비해 큰 덕을 못 보긴 했다. 아무래도 1편보다 2편이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반응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미적지근한 성적에 실망할 시간도 없이 <어벤져스> 이후 개봉한 <아이언맨 3>가 9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최고의 마무리를 짓는 데 성공했다. <아이언맨 3>의 흥행 성적은 <어벤져스> 시리즈를 제외한 MCU에서 가장 높은 관객 수이다.


<토르> 시리즈

1,694,769명

3,040,115명

4,858,572명

1,694,769명→3,040,115명→4,858,572명

<인크레더블 헐크> 이후 MCU 타석에 등판한 캐릭터는 토르였다. 아이앤맨은 어쨌든 인간, 사업가, 히어로라는 성장 과정이 쉬웠던 것에 비해 토르는 영화로 처음 접하는 이들에겐 조금 낯설었다. 북유럽의 신? 근데 우주가 나오네? 이게 히어로물이야 SF야 사극이야? 다소 낯선 토르의 등장으로 원작과 영화를 설명해주는 팬들이 속속 등장했다. 스케일은 크지만 다소 정적이고 묵직한 <토르: 천둥의 신>은 169만 관객을 동원했다. 당시엔 MCU라는 프랜차이즈가 유명하지 않았고, 크리스 햄스워스 또한 신인에 가까웠기에 그렇게 흥행하진 않았다(그래도 당시엔 생판 초면인 히어로 영화가 이만큼 흥행한 것도 대단한 것). 신스틸러 역할을 한 <어벤져스> 이후 <토르: 다크 월드>는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MCU 전체에서도 좋은 평가를 못 받는 작품 중 하나인데, 300만을 넘었으니 <어벤져스>의 후폭풍이 어땠는지 알 수 있다. 정점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이후 돌아온 <토르: 라그나로크>.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의 유쾌한 감성과 토르의 캐릭터성이 만나 이전작들에 비해 좋은 평가를 받았고, 그걸 입증하듯 485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번에 개봉한 <토르: 러브 앤 썬더>라면 이 상승세를 당연히 더 이어줄 것으로 보인다.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

514,417명→3,963,964명→8,678,117명

MCU의 금의환향이라면 이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이지 않을까. 처음 <퍼스트 어벤져>가 개봉할 때만 해도 100만도 넘지 못했다. 일단 캡틴 아메리카의 이명이 퍼스트 어벤져임을 아는 사람도 적었고, 유치하게 성조기 모양 방패로 싸우는 영웅이란 오해도 있었다. 그래서 <아이언맨>, <토르: 천둥의 신>이 성공적이었던 것과 달리 51만 명이란 초라한 성적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2편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에서 캡틴의 카리스마와 액션, 그리고 비극적인 운명 앞에서도 끝까지 싸우는 끈기가 관객들을 사로잡으며 396만 관객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3편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히어로들 간의 대립을 그리며 준 어벤져스급 이벤트로 주목을 받았고, 개봉 첫날부터 72만 명을 동원하더니 총 867만 명을 기록했다. 시리즈가 매 편 수직상승하는 흥행 성적을 남겼고, 앤소니-조 루소라는 역대급 형제 감독 발굴의 발판이 됐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

1,311,190명→2,736,060명

인지도를 생각하면 '이 정도밖에 안돼?' 싶다. 한편으론 이래서 한국을 SF 볼모지라고 하나 싶을 수 있다. MCU에서 유일하게 SF 스페이스 오페라를 표방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전체적으로 관객 수가 낮다. 1편은 모두가 이렇게 말했다. <명량> 때문에 그런 거라고. <명량>이랑 같이 개봉한 탓에 관객도 뺏기고, 상영관도 빼앗겼다고. 하지만 MCU의 인지도가 올라간 2017년에도 2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는 273만 명을 모으는데 그쳤다. 물론 1편에 비하면 두 배가량 늘었고, 실제로 제임스 건 감독 또한 한국에서의 흥행에 감사를 표했다. 그러나 MCU 전체 라인업에선 여전히 낮은 축에 속하는 성적이었다. 아무래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 이르러서야 어벤져스와의 연결고리가 생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2편이 나오고 5년이 지나 2023년에야 3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3>가 개봉하는데, 이번엔 진정한 티켓파워를 낼지 궁금하다.


<앤트맨> 시리즈

2,847,712명→5,448,134명

후발주자 앤트맨은 여러모로 난관이 많아보였다. (비슷하게 뒤에 나올) 닥터 스트레인지처럼 극적인 개인사가 있는 것도, 스파이더맨처럼 이미 친숙한 캐릭터도 아녔다. 하지만 그동안 MCU가 쌓아온 인지도와 소박하고 털털한 앤트맨/스콧 랭의 캐릭터, 그리고 코믹함과 진중함을 오가는 연출 등이 맞물려 284만 명이란 괜찮은 성적을 거뒀다. 캡틴 아메리카나 토르가 초면이었을 당시보다도 관객몰이에 성공했으니까. 거기에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직후 개봉한 <앤트맨과 와스프>는 544만 명을 모으며 1편 대비 2배 가까운 성과를 남겼다. 까불이지만 인간미 넘치는 스콧 랭을 비롯해 한결 가벼운 분위기의 히어로 영화라는 점이 관객들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 멀티버스가 중요한 키워드가 된 페이즈4에서 양자역학을 다루는 앤트맨은 꽤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다. 그것이 2023년 개봉할 <앤트맨: 퀀터매니아>가 기대되는 부분.


<닥터 스트레인지> 시리즈

5,447,269명→5,583,307명 (진행중)

현재 상영 중인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매드니스>는 전편의 기록을 넘었다. 하지만 600만 관객을 돌파하긴 어려워보인다. 1편 개봉 당시 낯선 캐릭터인데도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인기와 마법을 이용한 공간 연출 및 액션, 전형적이되 상투적이지 않은 스토리가 전개가 많은 관객을 모았다. 544만 명이란 숫자는 MCU 히어로 단독 영화로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것이었다(이건 2019년 <캡틴 마블>에서야 깨진다). 2편의 558만 명도 적은 숫자는 아니다. 특히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를 종료한지 얼마 안 된 시점이란 점에선 분명 여느 MCU 못지않은 수치이다. 하지만 2편에 쏟아진 호불호 후기들은 이번 영화가 더 이상의 뒷심을 내긴 어려울 것을 증명했다. 닥터 스트레인지임에도 완다와 아메리카 차베즈가 서사의 중심인 것, 전편에 비하면 평이한 액션이 단점으로 지적됐는데, 특히 이번 영화에서 유니버스 연계에 대한 피로감이 크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마블의 큰그림엔 분명 영화와 드라마의 연계가 MCU 확장의 핵심인데, 이번 영화 이후 어떤 식으로 항로를 수정할지.


<스파이더맨> 시리즈

7,258,678명→8,021,145명→7,550,835명

설명이 필요할까. 한국인이 가장 사랑한 히어로,는 무리일지 몰라도 한국인이 가장 오랫동안 사랑한 히어로는 이 스파이더맨일 것 같다. 소니 픽처스 시절 <스파이더맨>,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흥행처럼 MCU의 스파이더맨도 시리즈 내내 역대급 흥행성적을 거뒀다. 최저 720만, 최고 802만이니 시리즈마다 평균을 낸다면 가장 흥행한 시리즈에도 들어갈 것이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합류한 MCU 스파이더맨은 전체적으로 하이틴 무비스러운 천진난만함이 돋보였다. 이 부분이 관객마다 장점이자 단점이었는데도 시리즈 모두 흥행에 성공했으니 과연 스파이더맨이다 감탄하게 한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엄청난 화제임에도 2편보다 낮은 건 아마도 코로나19 팬데믹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개봉했기 때문이겠다. 그 부분을 감안하면 수치가 낮아보일 뿐, 사실은 2편 이상의 파급력인 것. '코로나19 아니었으면 천만각' 같은 반응이 나올 법했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