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 가이즈>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는 말, 들어본 적 있나.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는 강아지 강씨, 강형욱 훈련사가 나오는 프로그램 명칭이기도 하지만 문장 자체로 보면 통속적으로 맞는 말이다. 어쩌면 개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까지도. 세상에 나쁜 동물은 없다. 5월 4일 개봉한 드림웍스 최초의 범죄 오락 액션 애니메이션 <배드 가이즈> 속 주인공은 자칭 타칭 나쁜 놈이지만 착한 놈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개과천선을 노리는 <배드 가이즈>의 관전 포인트를 정리했다.


익숙하고 유쾌한 성우진!

샘 록웰, 아콰피나, 재지 비츠

샘 록웰

동화 속에서 악역만 도맡은 동물 조직의 리더 노릇이라니. 그게 좀 쉬운 일인가. <배드 가이즈>의 리더이자 설계자인 '미스터 울프'는 어느 날 작전을 수행하다 큰 실수를 저질러 경찰에 붙잡히게 된다. 바로 계단에서 넘어질 뻔한 할머니를 얼떨결에 도와줘 사람들의 눈길을 끈 것. 다행히도 감옥에 갇히기 전 '마멀레이드 박사'가 등장해 착한 사람 갱생 프로젝트를 통해 이들을 도와주고자 한다며 기회를 준다. 그 순간 '울프'의 머릿속에 할머니의 칭찬이 떠오른다. "정말 착하시네요" 칭찬을 들은 직후 '울프'는 자신도 모르게 흔들리는 꼬리를 주체하지 못한다.

<배드 가이즈>의 리더이자 설계자 '울프'의 목소리를 맡은 건 샘 록웰. 공식 석상에서도 능글맞고 재치 있는 모습을 보여준 샘 록웰은 <조조 래빗>의 '클레젠도프', <아이언 맨 2> 빌런 '저스틴 해머' 등으로 이름을 알린 배우다. <배드 가이즈>는 장르 특성상 범죄 영화를 오마주한 장면이 자주 펼쳐지는데 샘 록웰의 카리스마 있는 중저음 목소리가 꽤 조화롭다. 웃기다가도 진중하게 돌변하는 모습이 '울프' 캐릭터와 찰떡이라는 평을 받았다.

아콰피나

관객을 즐겁게 하는 강한 에너지가 있는 배우 아콰피나. 래퍼와 작가 그리고 배우까지 겸하고 있는 그녀의 호탕하고 유려한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어쩐지 '만화스럽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할리우드의 감독들도 비슷한 생각인지 아콰피나는 애니메이션 성우로 많이 출연하는 편. <앵그리 버드 2: 독수리 왕국>의 '코트니'와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의 '시수', 그리고 2023년에 개봉하는 <인어공주> 실사화 영화에서도 갈매기 '스커틀'을 맡았다. 이번 <배드 가이즈>에서도 아콰피나는 해킹 천재 '미스 타란 툴라'역을 맡아 특유의 개성 있고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자시 비츠

<데드풀 2>의 '도미노'와 <조커>의 '소피 듀몬드'로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자시 비츠도 출연했다. 자시 비츠가 맡은 역할은 '다이앤 폭싱턴' 으로, '마멀레이드 박사'의 갱생 프로젝트에 지속적인 의구심을 갖는 주지사다. <배드 가이즈>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면서도 '울프'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는 둥 속을 알 수 없는 행동을 하는 다채로운 캐릭터. 관객들마저 홀리게 하는 여우의 모습을 하고 있다. 특히 샘 록웰 역의 '울프'와의 케미스트리가 인상 깊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와 같은 음악 감독!

다니엘 펨버튼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덕후라면 알 것이다. 이른바 '스뉴버'의 사운드트랙이 얼마나 훌륭한지. 10대 흑인 스파이더맨을 트렌디하게 재해석한 애니메이션답게 사운드트랙 또한 소름 끼치도록 색다르다. 음악 감독인 다니엘 펨버튼은 브루클린 출신 '마일즈 모랄레스'를 표현하기 위해 기존에 있던 노래에 신시사이저 사운드를 입히고 새로운 힙합 음악을 만들 듯 리믹스했다고 한다. 아지트에서 삼촌 '애런'과 '마일즈'가 그래피티를 즐기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다는데. 그래서인지 테마 곡들이 대체로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느낌을 준다.

다니엘 펨버튼은 이전에도 <버즈 오브 스프레이>와 <오션스 8>, <스티브 잡스> 등 다양한 영화의 음악 감독을 맡았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새롭고 강렬한 음악을 만들 줄 아는,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가진 능력자라는 말이다. 다니엘 펨버튼은 이번 <배드 가이즈>에서도 사운드트랙을 맡았다. 그중에서도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은 '미스터 피라냐'의 메인 음악이 인상 깊다. '피라냐' 역을 맡은 앤서니 라모스는 뛰어난 연기와 노래 실력을 가진 배우이자 가수. 앤서니 라모스의 풍성하고 소울풀한 목소리와 다니엘 펨버튼의 리드미컬한 작곡이 영화의 분위기를 감각적으로 휘어잡는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 모두 노래가 너무 훌륭하다며 호평했다고 한다.


원작과 다르지만 뛰어난 매력!

애런 블레이비 작가의 원작

호주 동화 작가 애번 블레이비의 <배드 가이즈>를 원작으로 제작되었다. 10편까지 나온 동화책 <배드 가이즈>는 40개국에서 번역될 만큼 아이들에게 인기 있었던 시리즈로 다른 몇몇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도 제작하기를 탐냈던 작품이다. 결국 드림웍스의 손을 거쳐 영화로 탄생한 <배드 가이즈>. 드림웍스는 원작 작가 애런 블레이비를 총괄 프로듀서로 고용했고 그 덕분에 기존 동화책인 <배드 가이즈>의 팬들도 마음 편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원작 <배드 가이즈>와 영화 <배드 가이즈>는 차이점이 분명하다고 한다. 캐릭터 디자인이나 배경 설정이 원작 동화보다는 깔끔히 다듬어진 채로 구현되었다고. 예를 들어 동화책은 동물들만이 살아가는 사회를 그려내고 있는 반면 영화 속에선 주인공 외엔 모두 인간이다. '피라냐'도 물고기의 외형을 그대로 하는 모습이었으나 영화에선 팔다리를 가지고 있다. '타란툴라' 또한 기존엔 남성이었지만 여성 캐릭터로 나온다. 이외에도 세세한 설정들이 바뀌어 구현되었기에 원작과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기존 팬이라면 차이점을 찾아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일 것.


선입견을 깨부수는 스토리!

<배드 가이즈>

기존의 애니메이션 주인공은 대부분 기질적으로 선량하다. 악인에게 괴롭힘당할지라도 그 고난을 발전의 계기로 삼거나 정당한 응징으로 돌려준다. 보통의 영웅 서사가 그렇다. 하지만 <배드 가이즈> 속 주인공들은 다르다. 만약 주인공이 미움받는데 '순수 악'인 빌런이 없다면? 오히려 주인공이 밉상 짓을 하고 다닌다면? 주인공을 싫어하는 주변 인물들이 어느 정도 이해 간다면? 이 애니메이션엔 착하고 나쁜 것의 명확한 기준이 없다. 그렇기에 흥미롭다.

<배드 가이즈>엔 우리가 해롭다고 생각하는 동물들이 나온다. 늑대, 타란툴라, 뱀, 상어, 피라냐. 온갖 미디어에서 '사람을 죽이는 도구'로만 등장하는 동물들. 그런 존재가 나쁜 짓을 일삼는다고 한들 놀라울까. <배드 가이즈> 속에선 주인공이 착한 행동을 하면 오히려 반전 요소가 된다. 인간 중심의 사회에서 해악 동물로 다뤄지는 동물과 우리의 현실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선입견. 비록 어른들에겐 상투적인 스토리일지 몰라도, 아이들에겐 적절하고 현실적인 교훈을 줄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 현재 <배드 가이즈>는 전국 극장에서 절찬리에 상영 중이다.


씨네플레이 김다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