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족>(2018)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장기를 살려 다시 가족이란 주제로 돌아왔다. 영화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를 두고 만난 이들의 특별한 여정을 담은 로드 무비다. 2019년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기생충>으로 전 세계 이목을 끈 송강호가 이번엔 <브로커>의 앙상블을 이끌며, 한국 남자 배우 최초로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반가운 소식과 달리, <브로커>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며 엇갈린 평가가 나왔다. <브로커>가 드디어 지난 8일 개봉한 가운데, 해외에서 공개된 반응을 모아봤다.
“역시 거장, 역시 고레에다 히로카즈”
해외 매체 ‘할리우드 리포터’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처럼 가족에 대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부드러운 로드 무비 엔진에 의해 꾸준히 끌리기 전에 천천히 시작하는 앙상블 곡인 브로커는 기생충의 비극적 경제 거장 송강호에 의해 엄청난 따뜻함으로 이끌어진다.”라며 호평했다. 또한 “송강호는 한국의 대안 가족에 관한 범죄와 연민의 이야기에서 앙상블을 이끈다. 송강호의 인지도를 차치하고도, 이야기의 촉매 역할을 하는 사랑스러운 남자 아이까지 모든 주요 출연진들이 지울 수 없는 인상을 주는 평등한 작품이다.”라고 평가했다.
<브로커>의 음악과 촬영 또한 “어쿠스틱에서 오케스트라에 이르기까지, 정재일 음악 감독의 멜로디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유연한 편집 리듬이 더해지고, <기생충>, <설국열차>, <버닝> 등 인상적인 크레딧을 남긴 홍경표 촬영 감독의 섬세한 영상까지 모든 파트에서 사랑스럽게 제작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멜로드라마를 사실주의처럼 만드는 재주가 있고, 특히 영화 후반부의 꿰뚫어 보는 듯한 날카로운 장면은 그가 왜 그런 거장으로 평가되는지 보여준다”라고 전했다.
“관객들, 모든 인물에게 공감할 것”
‘버라이어티’ 역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임신을 했지만 스스로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엄마들의 대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며 <브로커>가 한국 입양의 회색시장을 따뜻하고 예상치 못한 비판적 시선으로 바라본다고 분석했다. 또한 “<브로커>는 본질적으로 원치 않는 유아를 위한 시설 '베이비 박스'에서 영감을 받아 가장 인간적인 결론에 이르기까지 감독의 자연스러운 호기심을 따라간다. 관객은 예기치 않게 아이를 사고 파는 일에 관련된 거의 모든 사람에게 공감하게 된다”라며 호평했다.
또한 “<브로커>의 곳곳에서 낙태에 대한 주제가 등장하는데 “아기를 버릴 거면 낳지 마라”라는 이형사(이주영)의 대사는 낙태를 하는 것이 나쁜 사람의 손에 맡기는 것보다 덜 잔인하다는 것을 암시한다.”라며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아이를 포기할 수 있는 엄마와 입양이 절실한 엄마들에게도 관심을 가지지만, 영화가 전개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경험이다”라고 전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가 이 세상에 속한다는 것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태어나줘서 고마워”라는 말로 끝맺는다”라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파격적이고 애틋한 가족 드라마”
“어떤 선택도 완전히 옳은 것은 아니며, <브로커>는 일단 떠나기로 결정한 후 어떤 길을 택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며 인디와이어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가족에 관한 한 많은 것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은 그 선택을 헤쳐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며 “이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항상 우려해왔던 갈등이며, <브로커>와 함께 감정적이고 지적인 정점으로 치닫는다. 이 영화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가장 투명하고 (부모들, 특히 여성들이 아기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한) 그의 커리어의 용감한 영화들 중 하나이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어느 가족>에서 오합지졸 도둑들이 서로를 돌보는 법을 배웠다면,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싼 아기 유괴범과 젊은 엄마 이야기를 다루며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해체하고, 사랑스럽게 재정의한다. 윤리와 선택, 돈과 살인의 문제, 그리고 이 모든 혼란 속에서 어떻게 사랑을 찾을 수 있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은 기적적인 일이다.”라고 평가했다.
“리한나도 고소할 진부한 은유”
반면 영국 매체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올해 칸 영화제 경쟁 부문의 가장 실망스러운 작품”이라며 혹평했다.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브로커>에 대한 별점을 5점 만점 중 2점을 남기며, “아동 인신매매에 관한 이 한국어 드라마는 보기 드문 엉터리 드라마로, 투박한 애정과 투박한 성격으로 가득 차 있다”라고 평가했다. 특히 등장인물들이 우산과 관련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두고 “리한나가 고소할 수도 있는 진부한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엄브렐라(Umbrella, 우산)’는 리한나의 대표곡이다. ‘스크린데일리’의 별점 또한 평균 1.9점에 머물렀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3.2의 평균 평점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낮은 평점이다. 칸 영화제 대표 소식지인 ‘스크린데일리’의 평가는 세계 각국 10개 매체가 참여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보기 드문 실수”
‘데드라인’은 "고레에다 감독은 <브로커>에서 날카로운 사회 관찰과 노골적인 감상주의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걷는다"라며 "깊은 영화는 아닐지라도 인간의 나약함, 정서의 탄력성, 광범위한 기질 등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영화"라고 분석했다. 미국 매체 ‘더랩’은 "영화의 형식적인 요소와 매끈하지 않은 이야기 사이에서 이상한 불협화음을 만들어내고, 톤을 잡는 데 힘든 시간을 보낸다"라며 “고레에다 작품으로는 중급이지만 다른 작품들보다는 낫다"고 평가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도 <브로커>에 2점을 주며 “근본적으로 어리석고, 지칠 정도로 얕다”고 평가했다. ‘가디언’은 “<브로커.는 아기 유괴범 2명을 사랑스러운 불량배로 만들려는 순진함을 보여준다”라고 “고레에다 감독으로서는 보기 드문 실수”라며 혹평을 남겼다. 또한 "영화는 본질적으로 우스꽝스럽고 지루할 정도로 피상적인 묘사, 범죄 드라마적인 음모의 광범위한 줄거리를 지니고 있는데, 이는 이 영화에서 단 한마디도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을 강조할 뿐"이라고 평가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이에 대해 "24시간 내내 악하거나 선한 사람은 없다는 게 내 철학"이라며 "<브로커>를 보고 나서 인간에 대해 절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씨네플레이 봉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