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나만 고양이 없어 ㅜㅠ

토이 스토리와 버즈 라이트이어

<토이스토리> (1995)에서 버즈의 이름은 달표면을 두번째로 밟았던 버즈 독트린에서 따왔다. 거기에 1광년을 뜻하는 라이트이어Light-year를 붙여 이름이 완성된 것이다. 그는 서부개척시대를 대표하는 보안관인 우디와 더불어 우주개척시대를 대표했다. 두 세대가 화해하는 이 이야기에서 버즈의 리더쉽과 신사적 면모가 돋보였다. <버즈 라이트이어> (2022)는 그런 버즈를 좋아하게 된 장난감의 주인인 앤디가 봐왔던 버즈의 이야기, 바로 그 영화이다. 버즈의 실수로 불시착한 어느 행성, 그는 광속 주행에 직접 뛰어들며 사람들을 탈출 시킬 방도를 찾는다. 그러나 몇분간의 광속 주행은 계속해서 실패하는 가운데 상대성 이론에 의해 동료들은 늙어가고 되려 사람들은 이 이상한 행성에 적응해 나간다. '집으로 돌아가자'는 (이는 토이스토리 시리즈를 관통하는 테마이기도 하다) 말을 습관적으로 하는 버즈, 과연 보금자리란 어떤 의미여야할까?

이번엔 전직 캡틴 아메리카가 성우를 담당했다.

스타워즈와 버즈 라이트이어

버즈의 세계관 설정은 많은 부분을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차용했다. <토이 스토리2> (1999) 의 저그황제와 버즈의 대결에서 그 유명한 I am your father 대사가 나오기도 했다. 이후 출시된 셀 애니메이션 <스타커맨드 버즈 라이트이어> (2000) 에서는 본격적으로 스타워즈를 오마주한 요소가 많았다.

우선 제트엔진이 장착된 수트와 오른손의 레이저 빔, 왼손의 슈퍼 컴퓨터는 스타워즈의 현상금 사냥꾼인 장고 펫의 설정과 유사함을 알 수 있다. 버즈의 절친 워프 다크매터는 불의의 사고 이후 저그 황제를 통해 신체의 일부가 기계로 대체되어 어둠의 전사로 태어난다. 이런 설정은 스타워즈 속 연인이었던 파드메를 잃지 않기 위해 어둠의 포스에 손을 댄 아나킨 스카이워커를 떠올리게 한다. 그가 스승 오비완과의 전투로 부상입은 신체를 다스 시디어스의 도움을 받아 기계로 이식한 후, 다스베이더로 재탄생하는 장면과 유사하지 않은가. 그리고 버즈의 동료로 등장하는 미라 노바는 우주를 구하는 여성이라는 설정에서 제국의 감시를 피해 연합군과 함께 은하계를 구하려는 레아공주를 연상시킨다.

악역들은 또 어떤가? 은하계를 파괴하려는 저그 대마왕은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제국의 악당, 다스 시디어스와 닮았다. 심지어 황제라는 같은 칭호를 사용한다. 게다가 저그대마왕이 가진 은하계 파괴무기는 둥글게 생기고 코어에 약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스타워즈 ; 새로운 희망> (1977) 에서 행성 파괴 무기로 등장했던 데스스타와 그 설정의 유사성을 찾아볼 수 있다.

이번 <버즈 라이트이어>에선 우주선을 광속으로 운행하기 시작하면 스타워즈 시리즈의 밀레니엄 팔콘호가 하이퍼 스페이스 점프를 하는 듯 별의 잔상들이 스쳐지나간다. 버즈는 광속 주행 장면에서 태양과 비슷한 항성의 주변을 도는데, 그 때 내열막이 설치되거나 디플렉터 쉴드가 작동하는 것을 보면 꽤 진지한 톤으로 SF를 다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이언스 픽션 덕후들의 가슴이 뛴다!

<토이스토이>의 라세터 감독은 디즈니를 별로 안 좋아해서 픽사로 갔다. 그런데 디즈니가 루카스를 집어삼킬 줄이야!

상영금지로 보는 디즈니의 PC

<버즈 라이트이어>는 다른 면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바로 디즈니의 정치적 올바름 Politcal Correctness 에 대한 요소이다. 극 중 캐릭터인 알리샤 호손은 버즈가 몇 분간의 광속비행을 하며 돌아올 때 마다 4년씩 나이를 먹어간다. 한 번 갔다 왔더니 약혼을 했고, 두 번 갔다 왔더니 임신을 했다. 그리고 몇 번의 비행을 거쳤을 땐 버즈의 외모는 거의 변화가 없지만, 알리샤의 아이는 대학을 졸업했다. 그런데 그녀의 옆에 있는 배우자는 여자다. 동성부부인 것이다. 알리샤의 아내는 알리샤를 맞이하며 가볍게 키스를 건넨다. 그런데 이 장면이 일부 사회주의 국가와 이슬람을 바탕으로 하는 나라들에게 문제가 됐다.

해당장면은 몽타주처럼 가볍게 휙하고 지나가는 장면이다. 그 장면이 없어도 이야기를 보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이슬람 문화권의 나라 14개국에서는 이 장면을 문제삼으며 상영금지 처분이 내려졌다. 최대시장인 중국은 해당장면만 삭제하면 상영이 가능하다고 했으나, 디즈니측에선 딱 잘라서 거절했다. 트럼프 대통령 시절, 중국과의 사이가 나빴어도 알리바바등 중국자본을 환영했던 할리우드는 이제 더이상 그들을 크게 개의치 않는 것 같다. <퍼시픽 림> (2013) , <닥터 스트레인지> (2016) 등의 영화 클라이막스를 중국등지에서 촬영하고 오프닝 크레딧에서 중화권의 자본을 확인했던것에 비하면 고무적인 일이다.

최근 디즈니는 장애인, 여성, 유색인종, 노인 등 소수 및 약자들을 전면에 배치시키며 백인남성 일색의 할리우드에서 pc적 면모를 자주드러냈다. 2019년에는 실사판 인어공주에 흑인 여배우인 할리 베일리를 캐스팅 함으로써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sns상에서는 #내에리얼이아니야(#NotmyAril)라는 해쉬태그운동이 벌어지는등의 소동이 있었는데, 이는 1989년 원작의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인 백인 에리얼의 외모와는 다르다는 이유에서였다. 추억에 손상을 입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지만 사실 이는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것 아닌가.

보시고 대화합시다

디즈니가 생각하는 올바름에 대한 전략이란?

휠체어에 타야하는 장애를 가진 한 어린아이가 자신이 어른이 되면 저절로 장애가 치유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인터뷰가 있었다. 미디어에는 성인 장애인의 존재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 까닭이었다. 아이들이 주 관람층인 디즈니는 가랑비에 옷이 젖어 들어가듯 여러 인물을 무의식속에서 접하게하려 한다. <어벤저스 : 엔드게임> (2019) 에서 타노스와 마지막 결전을 하는 장면에서 스파이더 맨이 캡틴 마블에게 저 병력들을 어떻게 뚫을 거냐고 묻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이에 완다를 비롯한 발키리, 페퍼 포츠, 휴리, 니키아, 와스프, 네뷸라, 맨티스등 여성 캐릭터 전체가 한 컷에 잡히며 우리에게 맡기라는 기특한(!) 장면이 나온다. 이렇게까지 티나는 형식으로 표현할 필요까진 없지만, 이는 다양성에 대한 걸음마 수순으로서라도 필요한 장치라는 생각이 든다.

여성다움이라는 개념은 존중받을 수 있다. 그러나 미디어가 고정관념을 유발한다면 이는 건강하지 않다.

다시 토이스토리로 돌아오자. 1편과 2편에 등장하는 보핍은 로코코풍의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남성 캐릭터에게 화이팅을 외치다가 립스틱을 잔뜩 묻힌 입술로 뽀뽀세례를 하는 여성 캐릭터에 불과했다. 그러나 <토이스토리4> (2019) 에 들어선 그녀는 펑퍼짐한 치마를 벗는대신 활동적인 고쟁이 바지를 걸친다. 그리고 어두운 밤 여아들의 방을 밝히기보단 자유와 모험을 택한다. 도자기로 만들어진 그녀의 몸은 깨지기 쉬워 이미 팔 한쪽이 떨어진 상태다. 오랜만에 재회한 우디는 누더기같은 그녀를 보고 놀라지만 보핍은 능숙하고 덤덤하게 테잎으로 자신의 팔을 직접 고친다. 이윽고 그녀는 남성의 트로피도 아니고, 남자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여자도 아니다. 의도는 알겠지만 조금 어설펐던 <캡틴마블> (2019) , <어벤저스 ; 엔드게임>보다는 훨씬 세련되며 이야기의 본질과 맞닿는 페미니즘적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진화하는 콘텐츠는 사회와 공존한다. 가끔 무리한 제시라는 의견이 나오기는 하지만, 디즈니는 분명 전진하고 있다. <버즈 라이트이어>의 키스 장면은 짧지만 가치를 품는다.


프리랜서 막노동꾼 이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