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예능 트렌드는 “우리는 어쎔블!”, 팀별 활약이다. 각 멤버의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하나의 팀이 되어 새로운 것을 해내는 모습이 재미와 메시지를 동시에 잡는다. 특히 여성 예능인들이 함께 모여 즐거움을 빚어내는 작품도 많아져 시청자들의 즐거움을 더하고 있다. 흩어져도 충분히 멋있지만, 모이면 더 큰 웃음과 시너지를 발휘하는, 일명 ‘언니들이 뭉친’ 여성 예능 프로그램을 살펴보자.

서울체크인 – 김태호 PD가 조명하는 이효리의 모습

<서울체크인>

예능에 출연만 해도 보장된 시청률을 자랑하는 셀러브리티 이효리. 남편과 제주도에서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던 이전 프로그램에 이어 이번에는 서울에 그가 떴다. <효리네 민박>에서 보여줬던 소길댁 수수한 모습의 이효리가 아닌 스케줄을 소화하는 연예인 이효리의 모습으로 예능에 돌아왔다. <무한도전>에서 토.토.가를 위해 MC들이 직접 제주도로 이효리를 섭외하러 갔을 때, 그는 춤추고 노래하니 서울에 가고 싶다고 떼를 쓰듯 말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놀면 뭐하니>의 ‘싹쓰리’였고, 이번에는 <서울 체크인> 프로그램을 통해 서울에서 생활하는 그의 일상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서울과 제주도를 오가며 일하는 이효리의 취미와 패션, 생활 등을 그리며 작품은 재미를 건넨다. 이 과정에서 그의 절친이자 유명 스타도 등장해 반가움은 더한다.

파일럿 공개 이후 큰 화제를 모았던 댄스가수 유랑단도 다시 모여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효리의 즉석 만남 제안에 모인 멤버들은 이효리, 김완선, 엄정화, 보아, 화사다. 김완선과 보아를 제외한 이 멤버는 <놀면 뭐하니>에서 환불 원정대로 활동해 큰 사랑을 받기도 했다. 시청자로서 제주도로 떠나버린 셀러브리티 이효리의 일상이 늘 궁금했는데, 김태호 PD는 대중의 이러한 갈증을 잘 이해한 듯하다. 2021년 MBC를 퇴사한 김태호 PD는 콘텐츠 제작사를 설립하며 ‘무한도전’을 넘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이런 그가 연출한 티빙 오리지널 <서울 체크인>은 유료 가입 기여자 수와 시청 UV 모두 6주 연속 1위를 기록해 김태호와 이효리의 저력을 입증했다. 파트1의 좋은 반응에 힘입어 7월 3일, 파트 2를 공개했다. (티빙)

여고추리반 – 다양한 분야의 언니들이 펼치는 추리 예능

<여고추리반>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인 <여고추리반>은 미스터리 어드벤처 예능을 표방하며, 아나운서 출신 박지윤, 개그우먼 장도연, 연반인 크리에이터 재재, 가수 비비와 최예나가 출연한다. 작품은 새라 여자고등학교에 전학 왔다는 설정의 다섯 명이 학교에서 일어나는 수상한 일을 추리해 사건을 해결하며 진행된다. 추리반 동아리에 입부한 이들이 수상한 메모와 단서들로 수수께끼를 해질 때까지 풀어내며 기뻐하는 모습은, 추리 예능에 목마른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맏언니답게 사건을 정리하는 박지윤과 재재의 번뜩이는 추리가 극을 이끌어 간다. 또한, 비비와 최예나의 찐친 같은 케미스트리와 장도연의 유머가 <여고추리반>을 예능답게 만들어준다.

<여고추리반>은 디테일한 요소에서도 시청자의 몰입감을 더한다. 출연자들이 문제를 풀지 못하더라도 힌트를 주지 않아 시간이 저녁으로 바뀌거나, 예상치 못한 상황에 멤버들이 진심으로 소리를 지르고 공포스러워하는 모습 등이 그렇다. 여기서 조연들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스포가 될 수 있기에 자세히 밝힐 수 없지만 그들의 연기가 없었다면 <여고추리반>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완성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연출한 정종연 PD는 <지니어스>, <대탈출>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추리 예능에서 독보적인 영향력을 펼쳐왔다. 지금의 티빙을 만들어 낸 그가 <여고추리반2>를 마지막으로 tvN 퇴사를 고민 중이라고 한다. 다행히 정종연 PD는 인터뷰를 통해 퇴사하게 되더라도 <여고추리반>은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티빙)

셀럽은 회의중 – 셀럽파이브의 장기를 가감 없이 펼친 모큐멘터리

<셀럽은 회의중>

송은이 사단은 셀럽파이브와 많은 인기를 끌었던 팟캐스트 <송은이와 김숙의 비밀 보장> 등, 대중들에게 확실한 재미를 선사하는 것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가운데 셀럽파이브는 코미디 회의를 주제로 한 모큐멘터리 <셀럽은 회의중>을 넷플릭스에서 선보였다. 모큐멘터리란 허구의 상황이 마치 실제처럼 보이게 하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장르인데, 셀럽파이브는 이 컨셉을 빌려 자신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즐겁게 구성한다.

특히 영상 통화로 회의하는 장면에서는 이들의 연기가 빛난다. 실생활에서 경험해 봤을 법한 상황을 잘 녹여내며 독특한 재미를 자아낸다. 김신영은 마이크를 음소거 해 목소리가 들리지 않고, 안영미는 욕조에서 목욕을 하며 미팅에 참여하는 등 각자가 처한 상황이 폭소를 터뜨리게 한다. 이 외에도 각자 개성 넘치는 에피소드와 성대모사를 흥미롭게 풀어내면서, 예능이 아닌 정말 친한 친구와 대화를 하는 듯한 느낌을 건넨다. <셀럽은 회의중>의 미덕은 이처럼 예능인들의 장기를 발휘하면서도, 지인과 기분 좋은 수다를 떠는 듯한 친근함이다. 방송에서 다 보지 못했던 셀럽파이브들의 무한의 매력을 이제 넷플릭스를 통해 만나보자. 참고로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김주형 PD는 장안의 화제였던 박나래의 <농염주의보>를 제작한 장본인이다. (넷플릭스)

노는 언니 – 스포츠 스타 언니들이 놀기 위해 뭉쳤다!

<노는언니>

스포츠 스타들의 예능이 대세인 요즘, 그동안 운동에만 몰두해 살아온 언니, 누나들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조합으로 뜻밖의 도전에 나선다. 선수로서의 삶에 전념해 경험해 보지 못했던 캠핑카 여행, 호캉스, 포차 운영 등을 통해 삶의 새로운 활력소를 발견한다. 운동선수들이 모인 예능답게 스포츠도 빼놓을 수 없다. 가을 운동회, 특별훈련 에피소드를 통해 언니들의 장기도 유감없이 발휘한다. 이 과정 속에 점점 더 가까워지는 출연진들의 관계는 덤이다. 특히 대한민국 골프의 전설인 박세리 선수의 예능 활약은 놀랍다. <노는 언니> 출연을 필두로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리치 언니의 면모를 뽐내고 있는 중이다.

스포츠 선수만으로 구성해 전문 MC없이 진행되는 예능은 <노는 언니>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고정 출연진과 게스트 모두 여성 선수 위주인 것도 이 작품만의 특징이다. 이에 대해 김헌식 문화 평론가는 “과거 예능 제작자들은 ‘여성이 출연하면 여성이 아닌 남성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간주해 여성 캐릭터를 남성에게 잘 보이기 위한 밋밋한 캐릭터로 소모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최근 예능은 도전 자체에 진지하게 몰두하는 ‘진짜 여성’을 보여주니 여성 캐릭터가 시청자에게 재미있고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것”이라며 이 작품을 비롯해 <골 때리는 그녀들> 등 최근 예능 트렌드의 흥행 비결을 분석한 바 있다.<노는 언니1>은 왓챠–티빙-넷플릭스-웨이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노는 언니2>는 티빙과 웨이브에서 서비스 중이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