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저링2>?
제임스 완 감독?

공포영화의 열렬한 팬이 아니라면 머릿속에 물음표가 생길 만도 하다. <컨저링2>라는 영화를 알기는 하는데 공포영화는 질색이라 보기도 싫고, 제임스 완은 누군지도 잘 모를 테니까. 그런데 알고 보면 <컨저링2>는 해외, 특히 북미에서 대박난 영화다. 박스오피스 모조의 집계에 따르면 19일까지 북미에서만 7,173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세계 수익까지 더해 1억 8백만 달러를 돌파했다. 이미 제작비 4천만 달러를 훌쩍 뛰어넘은 것은 물론 제작비의 5배 이상의 흥행수익을 예상하게 하고 있다. 올해 흥행 1위, 2위를 달리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나 <주토피아>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공포영화라는 장르를 감안하면 엄청난 흥행 성적을 거두고 있다. <컨저링2>의 성공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여기 <컨저링2>의 흥행을 이끈 몇 가지 비밀들이 있다.


#‘양덕’의 위엄
한국은 장르영화의 불모지다. 특히 고어, 슬래셔, 오컬트 장르의 덕후를 찾기는 <곡성>에서 일광의 정체를 알아차리는 것만큼 어렵다. <곡성>과 같은 영화가 흥행할 수 있고, 좀비를 소재로 한 개봉예정작인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의 등장은 그래서 더욱 반가운 소식이다. 미국은 다르다. 덕후 중에 가장 뛰어난 덕후는 영미권의 덕후, 즉 ‘양덕’이라 했다. 그러니 ‘양덕’의 본진 미국에서 흥행할 수밖에 없다. 좀더 쉽게 접근해보자. 미국의 땅덩어리 크기와 인구를 생각해보라. 비율상 공포영화에 사죽을 못 쓰는 덕후의 비율이 국내와 같다고 해도 극장을 찾는 팬의 숫자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물론 장르팬의 비율도 국내보다는 높다.


제임스 완 감독

#제임스 완이라는 이름값
제임스 완 감독은 잘나가는 감독이다. 그는 <쏘우>를 통해 엄청난 성공을 거둬들였다. 고문 장르라는 새로운 호러영화 틀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명성을 기반으로 그는 공포영화가 아닌 작품에도 기용되고 있다.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이 대표적인 경우다.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은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서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왜냐면 폴 워커가 촬영 중에 죽었기 때문이다. 팬들은 이 상황을 제임스 완이 어떻게 돌파할 건지 지켜봤다. 결과는 대 성공, 대 만족이었다. 어느 정도 성공이냐면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은 전 세계에서 역대 6번째로 흥행한 영화에 이름을 올렸다. 당연히 유니버설은 제임스 완에게 시리즈의 8편 연출을 제안했다. 제임스 완은 이를 거절했다. 자신의 주특기인 공포영화로 복귀했다. 공포영화 덕후가 아니더라도 제임스 완의 이름을 아는 관객이 많아졌다. 앞으로는 더 많은 이들의 제임스 완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그는 DC의 블록버스터 <아쿠아맨>, <맥가이버> 리부트 드라마의 연출도 확정지었다.


#전편의 영광
<컨저링2>는 커녕 전편인 <컨저링>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이렇다. <컨저링>은 2000년대 이후 개봉한 공포영화 흥행 역대 1위, 초자연 현상을 다룬 공포영화 역대 5위를 기록한 바 있다. 전세계에서 3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둬들였다. 그러니까 <컨저링>을 재밌게 본 관객들이 엄첨 많다. 그 관객들이 속편인 <컨저링2>를 자연스레 관람하게 된다는 것이다. 속편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편의 영광이 속편의 흥행에 미치는 영향이 결코 적을 수 없다. 게다가 제임스 완은 자신의 ‘호러 창고’를 만들었다. <컨저링>과 <컨저링2>는 퇴마사인 워렌 부부의 사건 파일에서 가져온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들의 집 지하실에는 귀신 들린 인형 목각인형 ‘애나벨’이 있다. 제임스 완은 자신이 제작한 <애나벨>(역시 워렌 부부 출연) 같은 영화를 통해 <컨저링>과 이를 교묘히 연결시킨다. 인형 ‘애나벨’은 <쏘우>와도 느슨하지만 연결된다. <쏘우>의 ‘직쏘’를 떠올려보라. 그의 영화에는 늘 목각인형이 나온다. 이렇게 팬들은 제임스 완이 만든 세계를 익숙하게 받아들인다.


#속편의 함정
‘전편의 영광’과 ‘속편의 함정’은 동전의 양면 혹은 양날의 검 같은 말이다. 전편의 흥행으로 속편이 제작되지만 속편이 ‘전편의 영광’을 뛰어넘기 쉽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점심에 먹은 짜장면이 엄청 맛있다고 해서 저녁에 또 짜장면 먹고 싶겠나. 속편을 제작하는 감독도 이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더 큰 스케일, 더 화려한 액션 등을 양념으로 추가한다. 말하자면 삼선짜장면을 내놓는 거다. 그래도 여전히 실패를 하는 경우가 많다. 제임스 완 감독은 ‘속편의 함정’을 영리하게 돌파했다. 그의 전략은 양념을 덜 넣는 것이었다. 공포영화라는 점을 감안해서 얘기하면 덜 무섭다는 얘기는 아니다. 기본에 충실(여전히 무섭다)하되 단순하게 더 무서운 악령이나 더 무서운 극적 장치에만 목을 메지 않았다. 대신 최근의 공포영화에 잘 보기 힘든 ‘드라마’라는 재료를 추가했다. 제임스 완은 <쏘우>를 통해 성공했지만 결코 2편의 연출을 맡지 않았다. ‘속편의 함정’을 잘 아는 그가 <컨저링2>에는 직접 달려들었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거부하고 선택한 것이다. 그만큼 칼을 갈고 만든 작품이라는 말이다.


#드라마의 힘
제임스 완은 “<컨저링2>를 1970~80년대 고전 호러영화와 비슷한 분위기로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고전 호러라고 말을 할 때 중요한 건 역시 드라마다. 최근 10년 간의 공포 영화 트렌드는 드라마와는 거리가 멀었다. 대표적인 경우가 <파라노말 액티비티> 시리즈였다. <블레어 윗치> 시리즈도 유사하다. 이 시리즈들은 이른바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 장르를 만들었다. 우연히 녹화된 혹은 사건의 진실을 위한 카메라를 틀어놓는다. 관객들은 영화 속의 CCTV나 캠코더로 촬영된 화면을 마치 실제처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참신한 설정으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았지만 시리즈가 거듭될 수록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왜냐면 설정만 남고 이야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컨저링2>의 전략은 다르다. 드라마를 강조하는 이유는 워렌 부부라는 같은 인물이 등장하는 같은 제목의 시리즈라고 할지라도 1편과 2편에서 전혀 다른 이야기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는 단순히 귀신들린 집, 하우스 호러 등의 장르의 틀 속에서 변주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각각의 영화가 같은 핏줄을 갖고 있지만 다른 얼굴을 한 것과 같은 이치다. 제임스 완은 삼선짜장면이 아닌 하얀 짜장면을 만들어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두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