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咒>

호러 영화 <주 咒>가 넷플릭스에서 7월 8일 단독으로 공개되었다. <주 咒>는 여태 개봉한 대만 공포 영화 중 가장 무섭다는 평으로 자자해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작품이다. 무려 2022년 대만 박스오피스 최고의 흥행에 기록하고 타이베이 영화상에서 극영화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7개의 부분에 올랐다. 얼마나 잘 만들었길래 이렇게 잘나가는 걸까. <주 咒>의 咒는 '빌 주'로, 저주를 비는 행위를 의미한다. 그에 맞게 줄거리 또한 치명적인 저주에 걸린 아이를 살리기 위해 고군복투하는 엄마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한다. 실화를 배경으로 했으나 각색으로 재구성했다는데, 무더운 여름에 걸맞게 넷플릭스 공포 영화 라인업이 풍요롭다. 집요한 저주에 집어삼켜질 준비가 되었는가.


'현실적인 문법', 페이크 다큐 형식의 연출

<주 咒>, @넷플릭스

페이크 다큐 형식은 <랑종>이나 <곤지암>에서도 쓰인 연출 방법이다. 파운드 푸티지라고도 불리며, 거짓된 상황을 진짜처럼 연출하는 기법이기에 주로 공포 영화에 쓰인다. <파라노말 액티비티>를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관객이 가장 밀접한 위치에서 영화 속 광경을 생생하게 목격하게끔 만드는 거다. 직관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주 咒> 또한 페이크 다큐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페이크 다큐 영화의 보편적인 서술 방식을 따르진 않았다. 전개가 시간 순서대로 평이하게 흘러가지 않기 때문. 셀프 카메라로 찍은 듯한 장면들이 스크랩북처럼 연속적으로 붙어있고 과거와 현재가 얼기설기 얽혀져있다. 그뿐만 아니라 유튜브 영상, 행운의 편지 이메일, 인터넷 게시판 등 현재 인터넷 문화에서 찾아볼 수 있을 법한 포맷이 영화 속에 자연스레 녹아져있다. 감상하기에 혼란스러울 수 있으나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주인공의 이야기가 정체를 드러낼 것이다. 저주로 좀먹은 그녀의 삶이 낱낱이 보인다.

<주 咒>, @넷플릭스

주인공의 이름은 '뤄난'. 과거의 큰 실수로 저주를 받고 딸 '둬둬'를 지키기 위해 5년간 떨어져서 지냈다. 시간이 지나 괜찮아졌을 거라 생각하고 '둬둬'와 함께 살기로 한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늦은 밤 잠들려고 하는 순간 '둬둬'가 허공에 괴물이 있다며 소리 지르고 갑자기 '뤄난'의 코에서 코피가 나며 집안이 벌레로 뒤덮인다. 심지어 '둬둬'는 정체 모를 이유로 걸을 수조차 없게 된다. 이 모든 게 저주 때문이라고 '뤄난'은 확신한다.

결국 하는 수없이 저주를 풀기 위해 신당을 찾아간다. 딸 '둬둬'를 위해 도사가 지시하는 걸 모두 따른다. 그 과정에서 '뤄난'이 겪는 일들이 무서울 정도로 이상하다. 갈수록 미궁 속이다. <주 咒>는 시각적으로 압도적이지만 심리적으로도 몰입하게끔 만들어진 영화다. <랑종>처럼 지나치게 불쾌한 연출은 없으니 안심하고 봐도 될 듯하다.


무속 신앙 그리고 호러 영화

<주 咒>, @넷플릭스

떡볶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가 같은 맛의 떡볶이를 좋아하는 게 아니듯, 호러 영화 마니아들도 각자 취향이 다른 법. 누군가는 클래식한 슬래셔 무비를 좋아하고 누군가는 하드 고어나 오컬트를 좋아할 것이다. 하지만 근래 들어 무속신앙, 즉 샤머니즘 공포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눈에 띄게 많아진 듯하다. 아마 <랑종> 이후부터였을 것이다. <랑종>이 개봉했을 당시에 한국 관객들의 눈길을 끈 건 나홍진 감독의 영향도 컸겠지만 무속신앙을 다룬 공포 영화라는 점도 컸다. 태국의 무속신앙이라니. 얼핏 흘려듣기만 해도 신선하고 흥미롭다.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싫어할 수가 없다. 아시아 정서가 강할수록 더 무섭게 느껴지는 건 나뿐인가?

<더 넌>이나 <인시디어스>, <애나벨>처럼 악령에게 고통받는 서양인들의 이야기도 재밌긴 하지만 그다지 와닿지가 않는다. 뭐라고 해야 할까. 놀이공원 유령의 집 체험 같다. 아르바이트생이 놀래키면 소리 지르고 다 끝난 후 즉시 잊어버리는 일회성 체험.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불안감이 없다. 그저 남 일 같다. <주 咒>의 커멍룽 감독도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지 어느 한 인터뷰에서 "저는 어떻게 하면 효과적인 호러 시퀀스로 관객들을 놀라게 할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호러 영화는 이런 트릭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의 본성을 다루는 것이 핵심이죠. 결국에는 관객이 등장인물들에게 친밀감을 느껴야 하니까요."라 말했다. 실제로도 그렇지 않은가. 공포영화 속 주인공이 실존 인물처럼 느껴지다 못해 나 자신 같을 때 관객들은 진정으로 공포심을 느낀다.

<주 咒>, @넷플릭스

대만의 가오슝에서 사이비 종교에 빠진 6명의 가족이 신에게 홀렸다는 이유로 서로를 잔인하게 죽인 사건이 있었다. 가족이 가족을 죽이게끔 만드는 신이 정말 신일까? 신이라는 존재 뒤에 숨은 건 그저 추한 인간에 불과하지 않은가. <주 咒>는 많은 의문이 드는 이 살인 사건을 각색하여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커멍룽 감독의 말대로 주인공 '뤄난'이 겪는 재앙은 현실의 것처럼 느껴진다. 신, 신앙, 저주, 핏줄. 국민의 80%가 종교를 가진 대만에서 <주 咒>의 등장은 더더욱 도전적이며 호소력 있다. 매일 길을 지나다니며 마주하고 기도를 올리는 불상에 대해 집요하게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주 咒>는 나쁜 신, 못된 신의 악행을 토로하고 보여주기만 하는 타인의 영화가 아니다. 스크린 너머로 손을 내밀어 관객을 영화 속으로 잡아끄는 영화다. <링>의 텔레비전 귀신 '사다코'처럼.


다음엔 어떤 저주로 찾아올까

<주 咒>, @넷플릭스

대만의 최고 흥행작으로 떠오른 영화인 만큼 속편 제작도 빠르게 확정되었다. 기존에 연출을 맡았던 커멍룽 감독이 2편도 이어서 제작한다. 넷플릭스에 작품이 공개되기도 전부터 속편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하지만 이런 의문도 든다. 어떤 이야기를 하려나? 더할 이야기가 있을까? 1편 이기는 후속작 없다는데.

한 인터뷰에서 커멍롱 감독은 “아시아 호러 영화를 하드코어 고어물로만 봐서는 안 됩니다. 그 안에는 부드러운 면도 있거든요. 공포를 안겨주긴 하지만, 감동과 함께 심지어 힐링을 선사하기도 하니까요.”고 했다. 아시아 호러 영화가 사람의 시각적인 두려움만 자극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발언이지 않나. 실제로 <주 咒>는 고어 장르에 가까운 호러 영화지만 엄마인 '뤄난'의 마음속을 깊게 들여다보는 영화이기도 하다. 후속작도 흥행에 성공할지 모르지만 커멍롱 감독이 만들 다음 작품들이 기대되는 건 사실이다. 현재 <주 咒>는 넷플릭스에서만 시청 가능하다.


씨네플레이 김다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