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 바후발리>

인터넷에 발리우드 영화가 웃긴 움짤로 올라온 걸 본 적 있는가? 다소 황당하고 재밌는 장면들이 많아서인지 네티즌들 사이에서 발리우드 영화는 매번 화제다. 위의 움짤처럼 '저게 말이 되나?' 싶고 개연성이 없는 연출이 잦기 때문이다. 물론 이게 별로라는 뜻은 아니다. 오버스러워 보이긴 해도 다들 이 맛에 보는 거 아닌가. 화려한 액션신과 흥이 절로 나는 노래 그리고 뜻깊은 교훈까지. 기상천외하고 버라이어티한 인도 영화를 어떻게 싫어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인도 영화라고 해서 모두 이런 풍을 띄는 건 아니다. 우리가 통속적으로 아는 인도 영화는 대부분 마살라 영화다. 마살라란 긴 러닝타임을 가진 뮤지컬 풍의 영화로, 인도 영화의 장르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명하고 높은 흥행률을 뽐낸 <세 얼간이>나 <당갈>, <전사 바후발리> 같은 작품이 해당된다. 웅장한 군무와 눈물 나는 가족 서사 없이도 관객들의 흥미를 충분히 돋울 수 있는 넷플릭스 '비 마살라' 인도 작품 5편을 추려왔다.


<우리가 몰랐던 그녀>

<우리가 몰랐던 그녀>

한국 영화에선 흔하디흔한 '마약 조직'과 '잠입수사 형사'의 조합이 만약 인도 배경이라면? 보다 신선하지 않을까. <우리가 몰랐던 그녀>는 마약 조직의 거물을 잡기 위해 잠입수사를 하는 뭄바이 경찰 '부미'의 이야기다. '부미'는 정당하게 정식 시험을 거쳐 경찰이 되었지만 동료들 사이에서도 여자라는 이유로 소외받는다. 뿐만 아니라 가족사도 복잡하다. 아픈 어머니를 모셔야 하는 상황에 여동생은 철이 안 들었다. 남편마저 폭력적이다. 매사 강압적인 태도는 기본이고 황당한 이혼 조건까지 요구한다.

이토록 각박한 현실을 살던 '부미'가 처음으로 위장 수사 업무를 맡게 된다. 위장 수사의 목표는 바로 거대한 마약 조직의 거물인 '샤샤'. '부미'는 성매매 여성으로 위장하여 '샤샤'를 만나는데, 예상치 못하게 그에게 이끌린다. 소극적으로 움츠리고 살았던 과거와 달리 '부미'는 점점 변화하기 시작한다. 온갖 모진 시련이 도리어 삶의 원동력이 된 것. 현재 <우리가 몰랐던 그녀>는 시즌 2까지 제작되었다.


<마이>

<마이>

<마이> 속엔 처절한 모성애가 선명하게 담겨있다. 주인공 '쉴'에겐 언어 장애를 가진 딸 ‘수프라야'가 있다. 어느 날 길에 서있던 '수프라야'가 갑자기 돌진한 트럭에 죽게 되고 '쉴'은 그 장면을 직접 목격한다. 경찰은 그저 사고사라며 사건을 종료하려 하지만 '쉴'은 경찰의 말을 믿지 않는다. 교통사고 직전 '수프라야'가 자신에게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기 때문. '쉴'은 왠지 모를 수상함을 느끼고 딸의 죽음 뒤에 숨겨진 비밀을 직접 찾아 나선다.

<마이>는 자식을 잃은 분노를 느끼는 엄마의 복수극을 담아낸 드라마지만 단순히 그것만을 말하고 있진 않다. 모녀의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 인도의 여성 인권 문제를 적나라하게 짚어내는 영리한 드라마다. "여자가 무얼 하겠냐"라는 주위 남성들의 지속적인 목소리에 엄마인 '쉴'은 보란 듯이 비밀 속으로 달려 들어간다. 엄마이자 여자니까 뭐라도 할 생각으로. 6편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마이>는 '쉴' 역의 삭시 탄와르의 연기가 빛나는 작품이다.


<우린 제법 안 어울려요>

<우린 제법 안 어울려요>

인도의 뻔한 로맨틱 코미디 시리즈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준비했다. <우린 제법 안 어울려요>는 제2의 스티브 잡스를 꿈꾸는 '딤플'과 낡아빠진 중매결혼을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하는 '리시'의 러브 스토리. 베스트셀러였던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된 하이틴 드라마다. 여주인공 '딤플'은 엄마에게 대학교에서 애플리케이션 개발 과정을 수강하는 걸 허락해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웬걸? 틈만 나면 결혼하라 닦달하던 엄마이기에 거절할 거라 예상했는데 믿기지 않게도 엄마가 허락해 준다.

사실 엄마는 '딤플'의 결혼 계획을 구상해놨기에 허락한 것이지만 '딤플'은 그 사실을 모른 채 대학교로 향한다. 한편 단란한 결혼 생활이 꿈인 '리시'는 '딤플'의 사진을 보자마자 그녀에게 반한다. '딤플'을 만나기 위해 대학교까지 등록한 '리시'. 둘의 이야기가 어떻게 풀어질지는 넷플릭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주인공인 둘의 극중 나이는 겨우 17살. 제법 귀엽고 아기자기한 하이틴 로맨스 드라마다.


<불불>

<불불>

이 세상엔 원치 않게 마녀가 되어버린 여자들이 많다. <불불>은 인도식 마녀 이야기로, 오컬트적인 요소를 담은 스릴러 영화다. 1881년 부모가 없는 어린 '불불'은 한 남자와 결혼한다. 자신이 누구랑 결혼한 지 정확히 알지도 모른 채로 말이다. 신혼집에 도착한 '불불'은 자신의 남편이 또래 남자아이 '사티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착각도 잠시. 나이 많은 남자가 자신의 남편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불불'은 궁궐 같은 집의 안주인이 되었지만 행복하지 않으며 시동생인 '사티아'에게 의지한 채 살아간다. 하지만 이 행복도 오래가지 않는다. 남편은 '불불'과 '사티아'의 관계를 의심하고 결국 '사티아'는 영국으로 유학을 간다. 낯설고 차갑게 느껴지는 저택에서 '불불'은 혼자가 된 기분을 느낀다. '사티아'가 없는 저택은 온통 '불불'에 대한 적의로 가득하다. 영화 <불불>은 아름다운 붉은색의 색감과 가슴 아픈 이야기가 적절히 섞여있는 잔혹동화다. 전설로 내려오는 마녀 이야기가 과거의 일처럼 인용됐지만 현대까지 각색된 채로 이어지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불불>을 통해 깊은 여운을 느껴보는 걸 추천한다.


<블라인드 멜로디>

<블라인드 멜로디>

눈이 보이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척 살아가는 '아카쉬'는 피아니스트다. 음악에 전념하기 위해 했던 거짓말이 오랜 기간 동안 이어지고 있다. 모두 밝히고 그만두고 싶어도 시각장애인으로서 얻는 편의가 많아 그러질 못한다. 변명이지만 말이다. '아카쉬'는 라이브 레스토랑에서 공연을 하다가 한 손님에게 출장 연주를 부탁받는다. 부탁에 응한 '아카쉬'는 당일 손님의 집에 도착하고 충격적인 모습을 마주한다. 손님은 시체가 되어 바닥에 쓰러져있고 그의 아내가 태연하게 자신을 맞이한 것.

그래도 '아카쉬'는 당황하지 않고 안 보이는 척 연주를 끝까지 마친 뒤 집에서 빠져나와 곧장 경찰에 신고하려 한다. 하지만 일이 점점 이상하게 꼬여가는데. 스릴러와 로맨스, 블랙 코미디까지 적절히 섞여있는 <블라인드 멜로디>는 종잡을 수 없는 스토리 진행으로 끝까지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영화다. (참고로 피아니스트가 주인공이다 보니 노래 몇 곡은 나온다.) 킬링타임용으로 보기에 좋을 듯하다.


씨네플레이 김다이 객원기자